[육동환의 골프이야기] 서비스 개선할 골퍼와 캐디

육동환 편집위원 승인 2020.09.11 13:41 의견 0

코로나19로 실내에 갇혀 지내던 골퍼들이 골프장으로 몰려오면서 캐디 급여가 인상돼 입장료보다 급여가 커져 배보다 배꼽이 커진 상태로 변질돼 운영되고 있는 현상 속에, 스트레스 풀기 위해 골프장 갔다가 기분 상하는 날이 있다.

골퍼와 캐디는 플레이하는 동안 아주 가까우면서도 민감한 사이이다. 골프장에서 라운드하는 동안 받게 되는 서비스 항목 중 캐디 서비스는 18홀 4시간에서 5시간 동안 골퍼와 밀착된 상태로 이루어지며 경기 보조를 직접 골퍼의 라운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만큼 가장 중요한 서비스라고 볼 수 있겠다.

요즈음 캐디는 수년 전과 비교하면 서비스가 질적으로 많은 향상된 것이 사실이지만 골퍼의 관점에서 문제 있는 캐디를 만난 날은 정말 기분 엉망이 된다.

 

손님의 관점에서 캐디의 불친절한 사례를 들어보면,

- 손님의 즐겁고 진지한 라운드는 뒷전이고 오로지 빠른 경기 진행만을 독촉하는 캐디

- 샐쭉한 표정, 도도한 태도, 성의 없는 대꾸를 하는 캐디

- 첫 홀에서 손님들에게 골프장 쪽의 일방적인 까탈스러운 주의사항만 길게 늘어놓는 캐디

- 무표정한 얼굴로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기색이 역력한 무감각한 서비스하는 캐디

- 공 잘못 친다고 눈에 띄게 차별해서 대하는 불공정한 캐디

- 남은 거리나 그린 경사를 번번이 틀리게 알려주고도 미안해하는 기색조차 없는 캐디

- 티샷하자마자 세컨 샷 할 채 두세 개 빼서 나눠주고는 카트 끌고 가버리는 캐디

- 공 칠 때 다른 데 보고 있다가 공이 어디로 갔는지조차 모르는 캐디

- 러프로 들어간 공을 같이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멀찌감치 카트 옆에 서서 공 찾는 손님에게 우로 좌로 방향 지시만 하는 캐디

- 긴장한 비기너 골퍼를 무시하듯 대하는 태도로 멀리건이나 퍼팅 기부를 자기 맘대로 선언해 버리는 캐디.

- 손님들끼리의 얘기에 슬슬 끼어들거나 농담이나 하고 자기 입장을 잊어버리는 캐디

 

 

캐디 입장에서 본 진상 골퍼

역지사지로 골프의 원활한 진행과 인격존중으로 한 차원 높은 매너와 에티켓으로 좀 더 멋진 플레이 해보면 어떨까.

 

- 가방이 매우 무겁다(어프로치 5개 이상, 스윙연습기 등 쓸데없는 게 들어있다).

- 모든 클럽에 커버가 다 씌워져 있는 것까지는 좋은데 플레이 내내 아이언 커버를 끝까지 벗기지 않는다.

- 자기들만의 복잡한 게임방식을 가져와서 캐디에게 보조를 전담시킨다.

- 보자마자 반말부터 까는 싸가지(골프보다는 음담패설에 더 관심)

- 드라이버보다 긴 퍼터, 3볼 퍼터, 최경주 그립

- 폭우와 폭설이 내리는데도 끝까지 라운드하겠다고 준비하는 사람

- 시작해야 하는데 그제야 카트에 달라붙어 이거 저것 빼고 챙기고 쳐다보며 ‘이것 없다. 저것 없다. 어쩌지?’

- ‘어느 골프장은 이렇던데, 여기는 왜 이러지?’ (그쪽으로 가시죠)

- 쪼루내놓고 ‘뭐 드릴까요?’ 하면 가서 보고…

- 연습스윙 3회 이상(뿌린 내린다)

- 계속 멀건 요구하는 골퍼

- 마구 샷을 날려놓고 날아가는 방향은 모두 봤지만 못 찾을 때 캐디가 볼 안 봐준다고 짜증 내는 골퍼

- 클럽이고 마크고 던지길 좋아하는 골퍼(캐디가 포수도 아니고…)

- 페어웨이 경사면 각도가 얼마냐고 묻는 골퍼(측량기사는 아니거든요)

- 모든 거리를 다 물어보는 사람(파5 세컨샷 거리는 전략을 위해 그렇다 치더라도 50야드 이내 어프로치까지 거리를…. 보나마나 뒷땅.)

- 퍼팅라이를 동서남북 사방팔방에서 다 확인하는 골퍼

- 목숨 걸고 골프치는 사람(어디 아프고, 어디 안 좋고…, 그럴 때 치면 안 되는데)

- 어프로치 건넸는데 홈런을 날려버리는 어이없는 골퍼(아이고 거리 나십니다. 드라이버를 그렇게 쳐야지)

- 바빠 죽겠는데 레슨하는 사람들(골프라는 건 말이야… 서두르면 안 되고… 연습스윙은 꼭 하고…)

- 거리 불러주면 딴생각하고 동반자와 떠들다가 나중에 꼭 다시 물어보는 골퍼

- 팀은 밀리는데 OK를 줘도 반드시 홀컵에 볼을 집어넣는 골퍼(여기는 빨리빨리의 대한민국이거든요)

- 그린피 비싸다고 캐디에게 따지는 손님

- 캐디에게 별걸 다 찾는다(사탕, 과자, 껌, 커피, 롱티, 숏티, 볼, 핫팩, 아이스팩, 선크림, 그리고 담배까지).

- 홀마다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볼 찾아다니며 무지 좋아라하는 골퍼. 때론 해저드까지 들어간다.

- 샷을 할 때마다 매번 오늘 왜 이러지(퍼터가 안되네, 드라이버 엉망이네)! 하며 짜증을 내는 골퍼

- 핸드폰 받느라 자기 플레이를 하지 않는 골퍼(그런 사람들은 거의 통화 목소리도 크다)

- 거리 알려달래서 불러줬더니 ‘맞아? 맞아?’하며 계속 아닌 것 같다는 사람(그럼 왜 묻지)

- 자기가 탑볼 쳐놓고 불러준 거리 틀렸다고 짜증내는 골퍼

- 그린에서 세게 치거나 약하게 쳐놓고 많이 봤다고 짜증, 덜 봤다고 짜증(더 이상 말하지 말자)

- 롱홀에서 230m도 더 남았는데 투온을 노리겠다고 연습스윙하면서 기다리다가 결국 뒷땅치는 골퍼(이런 경우 뒤 팀 엄청 밀린다)

- 전반 9홀 끝나고 후반 넘어갔을 때 ‘아니 이렇게 밀려있는데 그렇게 서둘러…’하며 짜증

- ‘아 앞에 좀 빨리빨리 가라고 해 앞 팀들 보니까 흐름이 깨진다.’(우리 뒤 팀도 그렇게 생각할걸요?)

- ‘마지막 홀인데 우리다 다시 하나씩 치고 가자!’(연습장 아니거든요)

 

 

골프가 이른바 ‘멘탈스포츠’라는데 캐디로 인하여 기분이 상하면 그날 라운드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정색하고 캐디에게 주의를 주려니 분위기 썰렁해질 것 같고 모처럼 같이 라운드하는 동반자들 생각해서 꾹꾹 누르고 공을 치다가 몇 번 반복되면 결국 못 참고 폭발하는 경우도 가끔 벌어진다.

 

그렇게 되면 참 고약한 상황이 되어 그날 라운드는 다섯 명 모두가 기분이 나빠지게 된다.

어떤 사람은 캐디에게 잘 보여야 점수도 잘 적어주고 공도 잘 찾아준다는 얘길 하지만 골퍼가 캐디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이건 그야말로 ‘주객전도’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물론 캐디의 입장에서도 매너 나쁜 손님을 만나 라운드를 하다 보면 서비스할 마음은 고사하고 자신의 직업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예도 있지만 진정한 서비스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그것을 받고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과의 관계로 서로가 대등한 입장에서 설정된 관계가 아니라면 일단은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마땅하고 유연한 마음가짐과 몸에 밴 서비스 자세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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