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을 여는 사람들―대전 봉사 체험 교실

김경희 작가 승인 2020.12.10 16:15 의견 0


일요일 아침 6시 30분, 15년, 580회. 숫자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봉사단체가 있다. 매주 일요일 아침 6시 30분에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지금까지 580회 봉사를 실천한 ‘대전 봉사 체험 교실’의 연혁이다.


권흥주 회장을 중심으로 매주 일요일 아침 6시 30분 봉사현장으로 모인다. 2,500명이 모인 단체라, 여건에 따라 각기 다른 봉사현장으로 나눠서 봉사에 참여한다. 남녀노소 조건 불문이라 초등학생부터 80세 어르신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봉사 단체다.

IMF때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마음만으로 만들어진 봉사 단체였고 2014년 정식으로 출범하면서 회수를 짚어보니 580회가 되었다. 무수한 세월 속에서 15년 전 아동은 그 시간동안 성인이 되었고 60대 장년은 70대 초로의 신사가 되어서도 ‘일요일 6시 30분’을 이웃과 기꺼이 나눠 쓰고 있다.


11월 1일은 독거장애인 집에 연탄봉사가 있었다. 6시 20분부터 한 분 한 분 모이기 시작해서 10분 후에 그 날의 팀원이 모두 모였다. 시간 엄수도 기본이었다. 아직은 가로등만 불빛을 내고 있어 어둠에 묻힌 시간이었다.

권 회장이 간단히 그날의 봉사 현장을 소개하고 바로 연탄 쌓기가 시작되었다. 물론 각자의 여건에 따라 조금 늦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연탄 봉사는 6시 30분에 정확히 시작되었다.

커피와 간식은 일체 사절이다. 성의는 감사히 받지만 먹다보면 시간이 미뤄지는 건 당연하다. 6시 30분으로 시간을 묶어놓은 의미가 사라진다. 6시 30분은 일요일 각자의 일정에 봉사 시간이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조율된 시간이다.

봉사 후에 교회 예배도 볼 수 있고 나들이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그래서 새벽 기상 시간이 조금 힘들더라도 타협할 수 없는 시간으로 묶어 두었다.


매주 일요일 6시 30분, 봉사하면서 한 주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6시 30분에 모여 한 시간 봉사를 진행하고, 그날 봉사 현장에 필요한 비용은 본인들이 만 원씩 각출한다. 연탄 250장도 본인 주머니에서 만 원씩 십시일반 모아 준비되었다. 본인이 돈을 내고 봉사를 하는 시스템인데 수용하는 사람만 봉사단원이 된다.

대전시에 속한 비영리단체이며 정해진 후원 없이 봉사자의 성의와 마음으로 진행하는 각별한 단체이다. 자발적 봉사로 이끄는 구조가 주는 마음 받는 마음을 더 값있게 만든다.

‘내 돈과 시간을 들여서 봉사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다. 15명이 줄서서 연탄을 날랐다. 250장은 순식간에 쌓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손길이 보태져 한 가정의 겨울을 따듯하게 만들었다.

거창한 구호도 없다. 그저 일요일 6시 30분에 모여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총총히 사라진다. 어둠에 묻혔던 6시 30분은 연탄을 쌓는 시간에 아침을 맞이했다. 마치고 인사를 나누는 환한 웃음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15년간 매주 한 주도 거르지 않고 580회를 진행했다. 그날 봉사 단원들은 간호사 교수 의사 학생 가족 유치원 원장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각계각층에서 모였다. 앳된 얼굴이 가시지 않은 여중생은 엄마와 같이 매주 일요일 봉사를 실천한다.

새벽시간이면 눈 끝에 졸음이 매달려 있지만 봉사하면서 아침을 맞는 그 마음이 갸륵했다. 그 아이는 엄마의 봉사하는 뒷모습을 보고 성장한다. 함께 하는 오빠와 맞잡은 손길로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될 것이다.

봉사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후배들에게 좋은 것을 나눠본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가치를 또 전하게 된다. 그 따듯한 대물림이 쌓여 보이지 않는 어느 길모퉁이 누군가를 기억하고 보살핀다.

봉사를 마치고 근처 해장국 집에서 아침식사를 나누며 그날의 봉사 후기를 공유하면서 일정을 마친다. 오후에 대전 현충원 묘역 봉사가 있다. 어렵사리 아침을 열었던 앳된 얼굴의 여중생은 오빠와 같이 그 자리에도 참여한다. 공부에 지친 피로를 주말 봉사로 푼다면 과연 납득이 될까? 봉사를 마치고 떠나는 그들 뒷모습에 이 겨울이 냉혹하지 않을 것 이라는 작은 위안이 생겼다.

결국 ‘따듯한’ 사람들이 ‘따뜻한’ 겨울을 만든다.

자서전 전문 ‘추억의 뜰’ 대표 김경희 작가

전) 한솔건설 대표 & 충남대학교 건축공학과 퇴직 유재철 교수 자서전 집필

(주) 도암농장 정명모 회장 자서전 外 32편 집필

옥천신문, 안양신문, 고양일보, 한국관세신문에 자서전 칼럼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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