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일의 시평] 소금 / 장석주

박승일 승인 2021.01.05 15:14 의견 0

아주 깊이 아파본 사람처럼 바닷물은 과묵하다

사랑은 증오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다

현무암보다 오래된 물의 육체를 물고 늘어지는

저 땡볕을 보아라

바다가 말없이 품고 있던 것을 토해낸다

햇빛을 키우는 것은 단 하나다

한 방울의 물마저 탈수한 끝에 생긴

저 단단한 물의 흰 뼈들

저것이 하얗게 익힌 물의 석류다

염전에서 익어가는 흰 소금을 보며

고백한다, 증오가 사랑보다 조금 더 아픈 것이었음을

나는 여기 얼마나 오래 고여

상실의 날들을 견디고 있었던 것일까

아주 오래 깊이 아파본 사람이

염전 옆을 천천히 지나간다

어쩌면 그는 증오보다 사랑을 키워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편을 가르고 증오와 저주를 퍼붓고 반으로 갈라진 땅덩이가 언필칭 이념 정쟁 간의 쟁투로 말미암아 다시 반쪽으로 갈라질 판이다.

삶도 사랑도 아픔까지도 즉흥적이고 말초적이며 흥분에만 몰두한다. 아주 많이 깊게 아파 본 사람들은 차라리 과묵하다. 그리하여 시인은 소금의 생성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증오가 사랑보다 좀 더 아팠던 것이라 고백하는 것이다.

이 대립의 시대에 소금의 역할을 수행할 사람들은 우리 모두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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