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묻고 추억은 담다―장자마을 카페 빌리지 이명순 대표

김경희 작가 승인 2021.01.07 15:52 의견 0
김명순 대표


30년의 세월을 담았다. 대청댐 윤슬이 저 멀리 아른거리는 장자마을의 풍광은 한 폭의 수채화다. 이명순 대표는 숲속의 정원에 청춘, 남편, 사랑, 미래를 담았다. 30년 전 서울에서 내려와 황무지에 꽃 한 송이 나무 한그루 심으며 장자마을을 키웠다. 아이들에게는 꿈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낭만을 안겨주는 장자마을의 정경들. 카페 곳곳에 흐르는 음악소리가 먼저 자리 잡은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에 미치지 못한다. 자연의 소리가 숲속의 정원을 품었다.

화목난로와 무릎 담요가 겨울 정취에 취하게 하지만 왠지 그곳은 꽃피는 봄날이 절정일 것 같다. 결국, 장자마을은 겨울에는 따뜻한 온기로, 봄날은 만발한 꽃들로 우리를 초대할 것이다.


이름이 특별해요. 장자마을의 의미는 뭔가요?

성경에 장자의 복이 나와요. 큰아들에게 주는 복. 애서와 야곱 이야기 아시죠? 그래서 복 있는 사람들, 복 받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장자마을이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장자마을로 이름을 짓고 나니 카페와는 이름이 안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마을’을 영어로 바꿔서 빌리지라고 붙였죠. 그래서 ‘장자마을 카페 빌리지’로 부르고 있어요.


옥천에는 언제 터를 잡으셨어요? 연고가 있었나요?

저는 서울 사람이에요. 1989년도에 이 땅을 구입했어요. 여의도 순복음교회에 다닐 때 교회 장로님이 이 땅을 소개해주셨어요. 이 땅을 알기 전에 남편 고향인 청주 어르신들이 어려운 여건이 돼서 청주 선산을 팔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선산을 친척들 중 누군가가 사기를 원하신다고 해 우리가 내려갔었어요. 마침 남편도 시골에 땅을 알아보던 중이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합일점을 찾지 못해서 결국 청수 전산은 사지 못하게 되었어요. 교회 장로님이 그 얘기를 듣고는 대신 옥천에 좋은 땅이 있다고 소개해주셨어요.


환경도 좋고 전망이 너무 좋은 땅이 있으니 한번 보라고 해서 와봤더니, 말씀대로 정말 좋은 거예요. 30년 전에는 길도 없었고 근처에 집도 없었고 이 땅도 앞에 3천 평이 더 있었어요. 그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천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터였어요. 저물어 가는 해가 산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에 남편이 흠뻑 빠졌어요. 석양이 너무 아름다워서 서울 가서도 잠을 못자고 옥천 내려올 생각만 했어요. 남편이 1주일에 두세 번 왔다 갔다 하면서 산을 사고 집터를 샀어요. 또 밭을 사고 하나씩 사 모으더니 8만 평 산자락을 우리가 품게 되었죠. 남편이 다 일구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여기에 고스란히 묻어 있어요.

8만 평이라는 적지 않은 규모였기 때문에 처음 땅을 살 때도 쉽사리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다고 회상하며 서울사람이라 땅 시세를 몰랐다고 말하는 이명순 대표. 생각보다 비싸게 땅을 샀다. 당시 성모병원 앞의 논 시세보다 3배 정도는 높은 금액으로 매입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남편은 이미 여기에 마음을 다 뺏겼을 때라 추진하게 되었다. 30년 전 잘 지은 집이라 세월이 흘러도 유행에 뒤지지 않게 되었다. 2층을 오르는 돌계단도 가식 없는 큰 돌들이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가리키고 있지만 멋을 놓치지 않고 있다.


장자마을 펜션은 이 대표의 지인이 처음으로 건축 설계 자격증을 따서 지은 처녀작이다. 혼신을 다 했던 흔적을 펜션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제가 예쁘게 지을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오래오래 쓰게 튼튼하게만 지어 달라고 했는데, 30년 지나도 끄떡없네요.”

라며 지난 30년을 돌아보는 이 대표.

펜션은 이 대표가 살던 안채인데 가족들이 거주하던 공간이라 생활소품들이 그대로 있다. 부귀를 상징하는 자개농까지 붙박이로 자리 잡았고 거실 마루는 대리석을 깔아서 아직도 튼튼하다.


그냥 두기 아까운 공간이라 단체로 손님을 받아서 펜션으로 활용했다. 천장의 나무들도 못 하나 박지 않고 끼워 맞춰서 지었다. 펜션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추억을 담고 갈 수 있도록 이미 준비된 펜션이다.

산 밑에는 정자, 수영장, 족구장을 만들어서 가족의 휴식공간으로 만들었다. 여름에는 아이들이 와서 수영하고 그 아이들이 성장해서 야외 결혼식을 한다면 너무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서울에서 의류업을 했던 이 대표는 산수유 1000그루, 은행나무 1500그루, 단풍나무 50그루, 목련 50그루, 호두나무 50그루, 느티나무 100그루, 두충나무, 산달나무, 목백합 등을 심고 가꿨다. 처음에는 감나무밖에 없었지만 하나 둘 심다보니 지금은 사계절 내내 자연이 주는 호사를 누리는 곳이 되었다.

이 대표는 바리스타 자격증, 홍차 마스터, 다도 마스터 과정을 이수했다. 앞으로 공간을 활용해 모든 메뉴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도 공유의 폭을 넓혀 나갈 꿈을 갖고 있다.

꽃차


커피 한 잔을 들고 숲을 거닐어보는 여유를 누리게 해주고 싶다는 이 대표.

수익의 공간이 아닌, 향유하고 나누는 공간으로 카페를 이용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곁들였다.

장자마을펜션은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소정리 5-5번지 37번 국도변 산자락에 위치해 대청호반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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