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미술협회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

새롭게 열리는 ‘시인의 마을로 가는 길’

심상보 기자 승인 2021.02.05 14:49 의견 0

“봉수기가 일냈다.”


이야깃거리가 별로 없는 부여 전체가 최근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시인의 마을로 가는 길’로 떠들썩하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미술계를 지원하기 위해 추진한 한국판 뉴딜 문화정책 중 하나다. 총 사업예산이 국도군비 포함 10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부여군에도 4억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고사 위기에 처한 미술계를 살리는 것은 물론 공공자산으로 남을 예술작품을 만들어 도시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보겠다는 의미이다.

부여군은 지난해 9~10월 공모를 통해 한국미술협회 부여지부(회장 정봉숙)의 ‘시인의 마을로 가는 길’을 선정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미술인 37명이 참여해 이르게 다가온 역대급 추위 속에서도 활발하게 작업을 하여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부여는 백제의 고도로 현재 남겨진 백제의 유산을 제외하면 예술을 즐기기에 적당한 공간이 없는 실정이다. 부여에는 그동안 공연예술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평소에 부여를 찾아 문화와 인문학을 즐기고 싶은 외래 관광객들에게 적절한 장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부여는 ‘신동엽’이라는 위대한 시인의 출생지로 부여를 찾는 많은 외래 관광객들이 신동엽 생가를 찾고 있으나 ‘신동엽’ 시인을 기리는 주변 공간 및 스토리텔링의 재생산 부재로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금번 공공미술 프로젝트 ‘시인의 마을로 가는 길’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신동엽 생가에서 읍내 방향으로 나 있는 골목과 계단, 그리고 옹벽에 신동엽을 기념하는 벽화가 그려지고 부조물 등이 설치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정봉숙 회장은 “이 작업을 잘 활용하여 부여군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부여의 명소로 만들어 신동엽 시인을 다시 세상에 알리는 인문학이 부활하는 문화와 예술의 고장 부여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왜소한 체구와는 달리 정봉숙 화가는 이미 유명한 부여의 효녀화가로, 인물화가, 연꽃화가로 알려졌다. 대학원 졸업 후 26년간 어머니 병간호에 매진하느라 붓을 놓았던 정 화백의 쌓였던 예술혼이 화산 속 마그마처럼 분출돼 캔버스에 나왔으나 이제는 규정된 캔버스조차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마을로, 계단으로, 거대한 옹벽으로 번져 나타나기 시작했다. 30m의 거대한 금색 알루미늄 벽화와 책 한 권을 뽑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만큼 웅장한 책꽂이 벽화는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 정 회장이 작업 내내 화두로 삼은 목표는 ‘우리 고향 부여의 명소, 전국의 명소, 더 나아가 세계의 명소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작업이 나올 때까지 가장 중요시 여겼던 것은 작가들 간의 배려와 화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완성될 작품들이 더욱더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정 회장은 “그동안 추위 속에 함께 하신 작가님 한 분 한 분, 프로그램 진행, 행정, 사진 담당자분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라고 모든 프로젝트 참여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청풍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