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훈 칼럼] 혁신도시 대전시, 창의적 변화를 만들자

강대훈 회장 승인 2021.02.08 16:53 | 최종 수정 2021.02.09 14:02 의견 0

강대훈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대전·세종 공동 회장

혁신도시, 대전시의 숙원을 이루다.

민선 7기 대전시는 숙원이었던 혁신도시를 유치했다.

혁신도시란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통해 지역의 성장거점에 산(産)·학(學)·연(硏)·관(官)이 협력하여 조성하는 미래형 도시를 말한다. 지방 도시는 혁신도시를 통해 전례 없는 발전이 가능하다.

혁신도시 대전역세권지구 구상도


미스터(Mr) 지방자치 김대중과 지방화시대

조선왕조 이래 한반도에서는 지방자치가 없었다.

기축옥사는 조선 최대의 사변으로 선조는 정여립의 지역 커뮤니티 활동인 대동계(大同契)를 역모로 몰아 천여 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1990년 10월 8일,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이다’라는 신념으로 13일 단식을 감행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여야 합의로 95년 6월 27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치렀다. 지방자치 시대를 연 것이다. 이에 따라 대전시도 시민이 민선 시장을 선출했고, 5개 자치구와 함께 광역의회, 기초의회를 구성했다. 이때 정치 행정 이상으로 중요한 변화는 시정의 주인이 시민이라는 ‘의식의 탄생’이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 15대 대통령 김대중은 미스터 지방자치라고 불린다.

노무현과 지역분권, 혁신도시

노무현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지방자치를 지역 분권과 참여 민주주의로 한 단계 더 진화시키고자 했다. 그는 19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설립했고,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놀라운 공약을 걸었다. 수도권 비대화가 가져오는 엄청난 국력 낭비를 막고 지역의 고른 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를 세종으로 옮기겠다는 것이었다. 임기 2년을 맞는 참여정부는 2004년 1월 29일 ‘지방화와 국가균형 발전시대’ 선포를 했다. 그러나 같은 해 헌법재판은 ‘신행정 수도법은 위헌’이라는 판정을 했다. 성문법체계에서 관습법이라는 모순된 법리로 국가 운명이 소수의 재판관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국민에 의한 국민투표가 아닌 길로 들어선 까닭에 수도 이전은 취소되고, 행정중심복합 도시라는 애매한 개념의 세종시가 되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추진을 멈추지 않았다. 2005년,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했고 혁신도시들을 선정했다. 2007년에는 ‘혁신도시특별법’의 주요한 내용은 서울에 밀집되어 있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강제화하는 것이다.

나의 혁신도시 투어

1. 경남 진주시, 내 성씨의 본향이기 때문에 큰 제사가 있으면 선영에 참배한다. 고대 삼국시대부터 명망 높은 도시였지만, 이천 년 동안 한 번도 중앙 본청이 내려와 본 적이 없다. 지금은 350만 중소기업 지원을 총괄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 본부가 자리하고 있으며,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가 육성되고 있다.

2. 전남 나주시, 협력사가 있어 가끔 갔다. 배 밭이 많았고, 영산강 포구에서 홍어를 먹고 오면 행복한 시골이었다. 그러나 혁신도시 지정 이후, 나주의 논밭은 황금이 되었다. 매출 60조의 한국전력이 들어갔고, 역대급 전력 클러스터가 가동되고 있으며, 세계 수준의 한전공대 유치를 확정했다. 지방 소멸 시대에도 나주의 인구 추이는 경이롭다. 2014년 혁신지구 입주 이후, 15년에는 10,000명, 16년에는 20,000명을 돌파했고 2020년에도 949명이 증가했다.

3. 충북 진천군, 나는 전국으로 강의를 다녔기 때문에 시·군 왕래에 대한 추억이 있다. 세미나를 마치면, 동네 식당에서 막걸리를 마시다가 지역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러나 진천에 대한 기억이 없다. 국도를 따라 통행했지만 철도조차 없는 그 시골에 머물러 본 적이 없다. 인근 특공 여단이 있는 음성이나, 고추 산지인 괴산에 비해 무엇으로 진천을 기억해야 하나? 그러나 혁신도시 지정으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을 비롯한 대한민국 최고 ICT 기관들이 입주해 있다. 이들 기관의 그랜드 파트너와 관련 기업은 서울에서 일을 보았는데 이제는 진천을 찾는다.

이처럼 시골에 중앙 기관이 내려오고, 이것과 연계된 연구소, 기업이 들어오면서, 논밭에 신도시가 새워지고 있다. 지방이 천지개벽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삼국 시대 이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지역 균형 발전의 길을 가고 있다. 정치는 이처럼 역사의 방향과 국토의 틀을 바꿀 수 있다.

대박 대전시, 도심 속 혁신도시

그동안 충남, 대전은 세종시 담론에 가려져서 혁신도시 지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민선 7기의 대전, 충남은 혁신도시를 유치했다.

서울에 있는 국책 연구소들은 1978년을 시발로 대전 대덕단지에 이전을 시작했다.

대전은 ’93엑스포를 계기로 둔산 신도시를 만들었다. 유림의 뿌리인 회덕을 시발로 식민지 시대를 지나 과학 도시로서의 모습과 시민 의식을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2020년 대전은 광역시 도심 속으로 혁신도시를 유치함으로써 그 파급 효과가 다른 지역과 비할 수 없게 되었다. 대박이 터진 것이다.

김천시과 글로벌 혁신 도시들

혁신 도시가 들어선 미래의 모습을 그리기 어렵다면 경북 김천(인구 14만 3천)에 가보면 된다. 구미·김천역에는 경북김천혁신도시 기념비가 세워져있다. 그 비문을 읽으면 전시민이 하나가 되어 지역 발전의 큰 꿈을 이루었다는 뜨거움이 느껴진다.

대전 혁신도시는 동구 역세권과 대덕구 연축 지구에 김천 같은 첨단 도시를 넣는 것이다. 런던, 보스턴도 도심 속에 산업을 심는 방식으로 도시를 혁신했다. 오사카는 도심 속 도시개발인 우메다 계획으로 기울어져가는 도시를 살렸다. 우메다는 세계 최대급 문화중심 상업지구가 되었다. 허허벌판이나 논 위에 도시를 만드는 것과 도심에 미래 도시를 넣는 것은 효과가 다르다. 시민과 상인, 지역 인재와 대학, 산업과 지역 경제에 파급되는 영향은 폭발적일 것이다.

그동안 번번이 유찰되었던 대전역세권 개발이 12년 만에 궤도에 오른 이유가 무엇인가?

대전 경제 규모로 역세권에 예정한 69층 빌딩과 그 복합시설을 채울 수 있을 것인가?

현재의 상태로는 공실이 뻔하지만 혁신도시로 예상하는 파급 효과가 우려를 넘은 것이다.

신도시 라데팡스


이미지 출처 wikipedia, 파리 개선문 밖으로 보이는 신도시 라데팡스를 관찰해보자. 파리 도심의 개발 제한 때문에 업무지구를 도심 밖으로 빼 낼 수밖에 없었다.

사진으로 보이는 지구의 높이 차이가 구도심과 신도시의 경계를 가른다. 대전 혁신도시는 역세권 도심 복판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경제 문화적 파급 효과는 직접적이다. 대전시에 이런 축복이 없다. 따라서 판에 박아 만드는 무개성 모더니즘 도시가 아닌 인간 중심의 생태도시로써 공간 설계가 필요하다.

미래형 첨단 도시, 도시 혁신의 개념설계가 필요하다.

부산, 인천은 이미 지역 도시를 뛰어넘어 아시아의 도시로 부상했다. 세계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설계도 튼튼하다. 대전시는 이번 세기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로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내려받는 예산 밖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도시를 100년 이상 먹여 살린 개념 설계와 지역 산업을 융성시킬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다.

개념설계라는 것은 백지상태에서 관성적인 행정과 이해를 뛰어넘어 큰 그림(Big Picture)을 그리는 것이다. 큰 디자인이다. 지역 혁신이 무엇인가 정의해보자. 세계 도시들이 어떻게 달려가는지 관찰하자. 시대정신에 맞는 생태형 도시 공간, 도시 디자인을 창의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부분적으로 열심히 해도 개념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로 원하는 모습과 다른 꼴이 되어 버린다. 이것은 용역 주고 중앙정부 시행령으로 집행하는 도시 설계와는 차원이 다른 안목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시민과 함께 하는 창의적 거버넌스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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