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무의 쌈지경영] 속담도 개혁의 대상인가?

조병무 편집위원 승인 2021.04.08 16:30 의견 0

예로부터 전해지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표현을 속담(俗談)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을 살펴보면, 1,000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로 지금은 KTX로 두세 시간대의 짧은 거리이지만 걷거나 말을 타고 이동하던 아주 오랜 옛날에는 그야말로 참으로 먼 거리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엄두도 나지 않는 거리지만 멀다고 가만히 있으면 천릿길을 갈 수 없다. 하지만 한 걸음, 한걸음 가다 보면 천릿길을 갈 수 있다는 뜻이니 무슨 일이나 그 시작이 중요함을 말한다. 이는 ‘첫술에 배부르랴?’, ‘한 술 밥에 배부르지 않다’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렇듯 속담은 대체로 문장의 형태로 일상에 필요한 삶의 교훈을 전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비유적이기 때문에 길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 또는 복잡한 상황을 간결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어 자주 사용 한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이루면 된다는 말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사람은 치켜보지 말고 내려다보고 살라’는 속담은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을 보면 늘 불만스러우니,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고 희망을 품고 살라는 말이다.

‘원숭이 이 잡아먹듯’은 원숭이가 이를 잡는 시늉을 하나 실제로는 진짜로 이를 잡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이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 체하면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상대 후보의 부정적인 면을 적극적으로 부각하여 유권자들이 상대 후보를 기피 하도록 하는 네거티브(Negative) 선거 때 흔히 나타나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라는 말은 제 허물은 더 크면서 대단치 않은 남의 허물을 흉본다는 뜻으로 ‘가랑잎이 솔잎보고 바스락거린다’, ‘가마가 솥 보고 검다 한다’, ‘ 겨울바람이 봄바람 보고 춥다고 한다’와 같은 뜻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上濁下不淨)’는 윗사람이 부정한 일을 하면 아랫사람도 따라 부정한 일을 하게 된다는 뜻으로 윗사람의 바른 행동을 강조하는 말일진대 얼마 전 총리와 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이 LH 부동산 투기 사건으로 온 국민의 감정이 분노로 가득한 상태에서 윗물은 맑은데 아랫물이 아직 흐려서 생긴 사건이라는 말을 해서 불난 곳에 기름을 부었다는 여권의 불만을 산 적이 있다. 공교롭게 양산의 대통령 사저의 농지구입과정과 형질 변경의 정당성을 비롯하여 청와대 경호실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비리가 연달아 보도됨을 보면 여전히 윗물의 상태는 탁하다는 것이 국민의 인식이다. 따라서 인용한 속담이 적절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면서 모든 것이 급변하니 이제 아날로그 시대의 속담도 개혁의 대상인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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