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훈 칼럼] 대전 혁신도시, 산업단지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강대훈 회장 승인 2021.04.09 15:27 의견 0

강대훈,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대전.세종 공동회장

평촌지구, 산업단지의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대전시는 23년 완공을 목표로 서구 평촌동 일원 85만 9000㎡에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나는 두계-강경-금마로 이어지는 이 아름다운 지역이 산업단지로 뒤바꾸는 것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마음을 졸이고 있다. 이 지구에 한국서부발전이 LNG 발전소 건설을 구체화하자 주민이 반발했고 대전시는 발전소 건설 계획을 중지했다. 이 밖에도 대동, 금탄의 스마트융복합산업단지, 안산 첨단국방산업단지, 장대 도시첨단산업단지를 본격 개발하고 있다. 2001년 한화가 대덕 테크노밸리를 개발·분양한 이래 본격적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17년 만의 일이다.

대전평촌산업단지 조감도

그러나 그동안 LH 공사의 산업단지 개발과 대전도시공사의 부지 개발 사례를 관찰한 나로서는 여러 생각이 없을 수 없다. 효용을 중시한 나머지 도시공간에 스며야하는 휴면스케일, 라이프스타일, 미적경관, 도시와 자연의 생태순환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싸고 빠르게 건설한다는 미명으로 판에 박힌 공간들을 생산했고. 지적으로 게을러 멋진 도시를 만들지 못했다.

대전에서 악명 높은 대화동 공단, 배후 도시와 공간개념을 조화시키지 못했던 4공단 말고도 비교적 최근의 산업단지라고 할 수 있는 대덕 테크노벨리를 보자. 단지의 격자형 조성으로 이전 산단과 비교해서 외관이 미려하고 입주 기업의 업종이 바꾸었을 뿐, 건강한 산업문화를 담지 못했다. 산단 전체와 입주 회사 하나하나가 산업자원이고 관광자원인데 바이어가 와도 안내하는 홍보센터가 없고 회사 안내를 도와주는 도우미도 없다. 수출 기업도 많은데 말이다. 골프장은 있지만 이 단지에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체육시설, 종교시설, 문화공간이 없다. 사람과 노동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없다. 이번에도 대전시가 도시의 숨은 생태지역을 산단으로 지정하면서 금싸라기 같은 땅을 천편일률적인 공장지대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산업단지가 공해 배출 단지라는 생각을 바꾸어 주는 사진, 컴퓨터 자판을 생산하는 회사로 잘 알려진 스위스 로지텍 본사(LAUSANNE, Switzerland)

중국 송산 테크노파크(Dongguan SSL Sci & Tech Industry Park)

중국 동관시 리아보구에 송산 테크노파크가 있다.

한국의 산업단지 같은 곳이다. 대전시로 비유하자면 산업단지가 있는 대덕구와 같다. 중국은 구 단위에서도 기업유치를 한다. 외국투자유치 담당 공무원 4명이 나와 투자유치 정책과 송산산업단지를 설명했다. 이 지구에는 삼성전기, 아남전자, SK와 SONY, Pioneer, VTech 등 수많은 외자기업이 입주해 있다. 광동성과 동관시는 심천과 버금가는 경제특구로 발전시키기 위해 송산호 주변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였다. 이 호수 면적은 2000㎢로 서울시 3배에 해당한다.

송산 테크노파크(Dongguan SSL Sci & Tech Industry Park

송산 산단을 보면서 가족을 보내도 안심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출처: 송산 테크노파크 홈페이지)

혁신도시, 산업단지 컴플렉스의 설계 방향

“송산파크는 노동집약적 생산기지가 아니라 하이테크 기업 중심 단지다.

전반적인 비즈니스와 마케팅을 총괄할 수 있는 중심 기지로써 행정 서비스부터 금융, 교육, 편의시설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송산파크의 전체 면적 중 공업단지 면적은 7분의 1뿐이고 나머지 지역은 정부기관과 은행, 생산성촉진본부, 의과대학과, 공과대학, 학교, 호텔, 골프장이 들어선다.”

송산은 복합산업단지의 개념을 잘 이해한 것이다.

과학도시, 토지를 부동산으로만 보는가?

대덕특구 게스트하우스가 개관했을 때 나는 기쁜 마음으로 바이어를 유치(?) 했다.

하지만 다음날 돌아온 건 외국인 바이어의 핀잔이었다.

“미스터 강! 밤새 심심하고 지루해서 견디기 어려웠어요.”

게스트하우스에는 찻집도, 밴드가 있는 하늘 라운지도 없어서 대덕대교의 불빛만 쳐다보았다는 것이었다.

대전 지역산업 육성, 인천시를 보자

2003년 인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의 바이오 단지에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메디컬, 헬스케어 분야 연구·제조·서비스 기업 70여 개사가 입주해 있다. 25년에는 세브란스병원(800~1000개 병상)도 들어간다. 바이오 연구 기관을 중심으로 한 산학연 사이언스 파크(4만 2000평)도 조성한다. 송도에는 국제기구, 국제대학, 컨벤션, 쇼핑몰, 아웃렛, 마리나 리조트, 인텔리전트 오피스가 들어가 있다.

대전시는 혁신도시와 산업단지를 본격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도시공간 확장에 있어 인천같이 아시아의 혁신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와 실력을 가지고 있는가? 익숙한 행정을 하는가? 창의적 도전을 하는가? 미래를 담는 공간개념과 공공디자인, 소프트파워에 대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혁신도시, 산업단지, 산업문화생태 콤플렉스로 진화를 해야

송도가 부지를 산업시대 부동산으로만 보았다면, 지루한 건물을 늘어놓고, 정주여건, 교육, 환경, 쇼핑, 오락도 고려하지 않고 해안가에 공장 박듯 산단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싼 땅 찾아 몇몇 기업은 들어왔겠지만, 또 하나의 굴뚝, 남공공단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굴지의 기업과 세계적인 기업은 달려오지 않는다. 명품도시도 만들 수 없다.

산업단지라는 말 자체가 산업시대의 유물이라서 '산업정주복합도시'라고 해야 본뜻을 살릴 수 있다. 오늘날 젊은이는 일만 하고 살려고 하지 않는다. 즐겁게 놀아야 하고 행복하게 쉬어야 한다. 중국 송산 테크노파크처럼, 인천 경제자유구역처럼 젊은이를 모으고 기업을 유치하려면, 주거와 레저, 교육, 쇼핑을 복합화해야 한다. 산단은 생태공원화하고, 산업단지와 도시 자체가 시민에게 유쾌함을 주는 커다란 테마파크같이 만들어한다.

송산, 송도는 젊은이가 모인다. 세계적인 기업이 입주하고 있다.

대전시, 도시를 제발 지루하게 만들지 말자. 과학행정은 과학산업을 생태화하고 패션화시켜야 한다. 대전 유일의 외국인투자전용 산단인 신동·둔곡 지구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관련 회의에서 외투산단에 근린생활시설이 들어갈 수 있도록 일부 지목 변경을 주문한 바 있다. 자동차 도시, 산업도시 디트로이트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공장 창고를 문화공간으로 내어 주었고, 공장과 공장 사이 부지에서 공연을 열었다. 힙합과 락 페스티벌로 스타트업은 생기를 얻었다. 공장이 아닌 생활문화의 힘으로 디트로이트는 살아나고 있다.

과학도시 대전, 4찬 산업 혁신도시는 적어도 그렇게 추진해야 한다.

구글 본사, 흡사 테마파크 같이 공간 구성을 했다, 이런 설계에는 큰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일터를 보는 개념이 중요하다.

애플 사옥, 안쪽의 공간은 직원을 위한 숲이다. 어떤 방향에서도 숲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원형 건물은 목적지에 대한 동선이 길어지고, 채광에 문제가 있으며, 공간 효용에도 불편하다. 그러나 애플이 이렇게 만든 것은 기업 개념과 기업 이미지, 기업 마케팅의 일치를 위해서다. 우주선 같지 않은가? 애플은 개념을 효용에 우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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