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칼럼] 다산의 꿈,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회

이창기 학장 승인 2021.04.09 15:45 의견 0

한국장애인멘토링협회 총재 이창기 교수

인간이 꿈꾸는 세상은 행복한 사회일 것이다. 물론 행복에 대한 정의가 매우 주관적이어서 모두에게 관통하는 개념은 아니다. 그래서 심리학자 프로이드는 행복을 연구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했을 정도이다. 어떤 사람은 고통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는가 하면 어떤 이는 부귀영화를 누리면서도 불만족스러운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행복의 개념이 서로 달라도 행복은 누구나 좋아하는 이상이요 가치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을 충족시키는 조건들을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고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각 종교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되짚어 보면 답은 간단하다. 기독교는 박애, 불교는 자비, 유교는 인(仁, 측은지심)이니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랑이다. 인간은 사랑을 위해 살고 사랑으로 사는 것이다. 물론 수잔 울프는 진정한 사랑이란 가치 있는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불의나 부정을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할까? 나와 연결되어 있는 가치 있는 사람과 사물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를 낳아준 내 부모와 형제자매를 사랑하고 더 나아가 내 가족을 뛰어 넘어 이웃을 사랑하는 공동체지향적 사람, 즉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는 성경 말씀에 부응하는 삶이어야 한다. 그러나 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사랑이 망가지고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좋아하는 개념이 정의요 공정이다. 그런데 정의와 공정도 행복처럼 주관적이어서 정의를 내리기가 매우 힘들다. 인간은 자기에게 유리한 것을 정의로 착각하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마다 정의의 개념이 다르다. 마치 서초동에서 부르짖는 공정과 광화문에서 외치는 공정이 다르듯 말이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롤스가 소수자의 제도적 보호를, 센델은 가진 자의 미덕을 주창했으나 일찍이 조선의 다산 정약용선생은 법치와 예치를 동시에 아울렀으니 롤스와 센델의 주장을 동시에 수렴한 선각자였다. 이 말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물처럼 시퍼런 정의도 필요하지만 햇볕처럼 따뜻한 사랑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산은 정의와 사랑이 가득한 인(仁)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일곱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1본(一本)는 효제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자매들과 우애를 돈독히 하는 것이다. 효도하는 사람은 자기 부모 뿐 아니라 친척과 이웃에게도 공경심을 보이는 법이다. 2도(二道) 는 수기치인(修己治人)으로 자신의 몸을 닦고 수양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아 도덕적 품성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 다음에 다른 사람을 지도하여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도 국민을 섬기기 위해서는 도덕성과 지식을 겸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3호(三好)는 책읽기를 좋아하고 나와 내 나라를 사랑해야 하며 4외(四畏)는 하늘과 백성과 정부와 언론을 두려워하며, 5학(五學)으로 관념적인 성리학, 현혹하는 술수의 학문, 과거시험을 위한 학문, 현실을 외면하고 시나 짓는 문장학, 뜻풀이나 하는 훈고학 등을 멀리해야 한다 했다. 6렴(六廉)은 돈과 색(色), 직책에서 깨끗해야 하고 권위가 있으며 투명하고 강직해야 하나 7겸(七謙)으로 위 여섯 가지보다 더 중요한 게 겸손한 것이다. 나를 낮추면 남들이 나를 올려다보지만 나를 높이면 남들이 나를 낮추어 보게 마련이니 겸손이 으뜸이라는 것이다(自下者人上之 自上者人下之).

오늘날 모두 나만 잘났다고 떠들지만 그들이 해낼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지도자들이 나를 낮추면 국민이 따르고 사회가 정의로워지며 국민들이 진정으로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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