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명문 서대전고등학교 동문장학재단 김형섭 이사장님, 윤여규 교장선생님

주는 기쁨이 무엇인지 실천하는 ‘명문고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정다은 기자 승인 2021.04.09 16:23 의견 0

“서대전고등학교 동문장학재단 김형섭 이사장님 이하 이사님들의 장학금을 받고 K대학에 합격한 ○○입니다. 선배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졸업하고 성공해 선배님들의 뜻을 함께해 후배들에게 힘이 되는 자랑스러운 명문고, 서고동문이 되겠습니다. 제게 힘이 되어주신 선배님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은 얼마나 더 크고 행복한가. 주는 기쁨을 실천하는 대전명문 서대전고등학교 동문장학재단 김형섭 이사장님과 윤여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재)서대전고등학교동문장학재단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윤여규 교장선생님, 김형섭 동문장학재단 이사장, 박승호 동문


김형섭 이사장

◆ 대전명문, 서대전고등학교 동문장학재단 소개를 간단하게 해주세요.

제가 동문회장에 취임하면서 생각했던 일들 중 동문장학재단이 있었어요. 만들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던 중에 친구가 사망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망하기 전, 친구가 저한테 자기 딸을 보살펴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사망한 친구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며)굉장히 책임을 느꼈고, 그것을 계기로 동문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해 정말 어려운 동문의 자녀들(타 기수 포함)이 경제적으로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게 되었습니다.

김형섭 서대전고등학교동문장학재단 이사장


제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우공이산(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든 꾸준하게 열심히 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꾸준히 해나가면 어떤 일이든 이뤄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저는 그 말을 마음에 새기며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습니다. 동문장학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알아보니 동문장학재단은 사단법인이 아니고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갖춰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법 지식이 필요하기도 해서 법무사 일을 하고 있는 동문에게 부탁해 이틀 동안 밤잠 안 자고 만들었습니다. 또한 재단설립을 위해선 기본자산으로 3억이 필요하였고,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문들에게 십시일반 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1기부터 3기까지는 3000만 원, 4기부터 6기까지는 2000만 원, 7기부터 10기는 1500만 원…, 그렇게 기수별로 분담금 형식으로 기금을 모아 달라고 부탁한 겁니다.

돈을 모은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동문들의 도움 덕분에 꽤 많은 기금을 모았고, 모자란 나머지는 제가 채워 2008년 ‘서대전고등학교동문장학재단’이 탄생을 했습니다. 발대식 때 디자인을 전공한 우리 친구가 학교 들어가는 입구에 기부자 명단을 디자인해 걸었고 명실상부한 동문장학재단이 되었습니다. 기부자 명단을 보면 항상 뿌듯함을 느낍니다.

서대전고등학교동문장학재단 기부자 명단


◆ 동문장학재단을 설립하고 특히 보람 있었던 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후배 동문들이나 동문 자녀들이 장학금으로 공부해서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들어가 감사의 편지를 보낸다거나, 장학금 덕분에 훌륭한 대한민국 청년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면 동문장학재단을 설립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또 장학재단을 운영한 지 13년이 됐는데 투명하게 운영하다보니 동문들이 장학재단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뒷얘기가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었고 타 고등학교에서 벤치마킹을 하려고 찾아오기도 합니다.

서대전고등학교동문장학재단 발대식 (2008년)



◆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항상 얘기하지만, 저희들은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격려가 되고 또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공부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또 경제적으로 좀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학생들인 만큼 준비된 사람으로서 사회에 나갈 준비를 스스로 열심히 하는 그런 학생들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형섭 이사장님 회사 소개도 잠깐 부탁드립니다.

저는 영화를 배급하는 회사를 25년째 경영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서울에서 제작해 CJ엔터테인먼트나 쇼박스 등과 계약을 하고 충청남북도에 있는 극장들을 관리해주고 책임을 지는 회사입니다. 충청남북도에 있는 극장에 필름을 배급하는 회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은 극장이 멀티플렉스로 다관이지만 예전에는 단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언제나 함께 있다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들을 이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그들을 보살펴주고 도와주는 사람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 최고 수익을 냈던 영화는 뭐였나요?

사업이라는 게 굴곡이 있지 않습니까. 좀 어려웠던 시기에 다른 곳하고 거래가 있었던 곳에서 황비홍 영화를 가져가게 됐는데 영화관들이 안 산다고 한 겁니다. 그러다 저에게까지 연락이 오게 되었고, 예고편 비디오를 봤는데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수완을 발휘하여 영화를 샀고, 그렇게 산 영화가 소위 ‘대박’이 났습니다. 그 영화 한 편으로 그렇게 성공해 동창회장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연걸이 여기 와서 팬 사인회도 하고 언론사 기자들도 오고 난리였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니 행복합니다.

서대전고등학교 윤여규 교장선생님

저는 1980년 2월에 졸업한 서대전고등학교 5회 졸업생이자 현재 서대전고등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윤여규입니다.

윤여규 서대전고등학교 교장선생님


1987년 3월 서대전고등학교 모교에 교사로 부임했고 그 해에 우리 김형섭 이사장님을 동창회 모임에서 만났습니다. 그 당시에 서대전고등학교 동창회 산하에 경제활동을 하는 동문들이 ‘경제인연합회’를 만들어 상부상조하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그 제안을 시작으로 김형섭 이사장님께서 ‘서대전고등학교경제인연합회’를 처음 만드셨습니다. 그 당시 저희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초입이라 넘치는 의지로 결속도 잘 돼 한 번 모이면 100여명 정도 많은 인원이 모이곤 했었습니다. 경제인연합회가 초창기 동창회와 더불어 성장하였고, 그 후 이사장님께서 2000년 중반부터 동창회장직을 세 번 연임하시어 6년 동안 모든 동문들의 지지와 신임을 받으셨습니다.

동창회장직을 수행하시며 동창회 활성화뿐만 아니라 후배들에 대한 배려, 나눔에 큰 뜻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후배들이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동문장학재단을 설립하자는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2007년 1월경 장학재단 설립에 뜻있는 동문 50여 명 정도가 모여 ‘서대전고등학교 동문장학재단’을 만들기 위한 추진발기인대회를 열었습니다. 현실적 조건을 고려하여 경제적 기반이 잡힌 1회에서 10회 졸업생에게만 기금을 받아 재단설립기금 3억을 모으기로 협의하였으며, 그렇게 동문장학재단 설립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1년 이상 기금을 모았지만 3억을 훨씬 못 미친 상태에서 정체가 되어 일의 진척이 느려졌습니다. 그때 우리 김형섭 이사장님께서 설립을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상당한 액수의 기금을 쾌척하셔서 재단설립 최소 기금인 3억을 마련되었습니다. 그 후 절차를 거쳐 2008년 10월경 공식적으로 ‘재단법인 서대전고등학교 동문장학재단’을 등록하였고, 그해 11월 모교에서 ‘서대전고등학교 동문장학재단’ 설립기념식을 가졌습니다. 물론 대전 지방 언론사에서도 뉴스로 다루어 주었습니다.

서대전고등학교 동문장학재단 설립기념식


조직이 클수록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단체의 목표를 위해서는 소수 개인의 영향력보다는 시스템적이며 조직적인 운영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이사장님께서는 기수별로 이사를 두는 방안을 고안해 내셨습니다. 그래서 1회부터 10회까지 각 기수의 추천을 받아 열 분의 이사를 모셨고, 감사 두 분을 더해 총 열 두 분을 모셨습니다. 저는 모교에 근무하기도 하고 5기 동기회에서 추천을 받아 이사를 시작했습니다. 이사들은 이사회를 운영하며 기금 관리도 하고 매년 200만 원씩 기부금을 냅니다. 또한 동문 선후배들이 졸업 기념식을 한 후에 기수 형편에 따라 일정 기금을 장학재단에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좋은 전통도 생겼으며, 서울에 있는 재경동창회에서도 후원해 준 덕분에 장학 재단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사회 구성이 되고 2009년 1학년 신입생부터 장학금을 주었습니다. 장학금을 주는 큰 흐름은 1년에 총 세 번입니다. 입학식 때 신입생 2, 30명에게 장학금 수여를 합니다. 그리고 5월 스승의 날 전후 2, 3학년 재학생 40여 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10월경에는 기수별 추천을 받아 동문 자녀들에게 지급합니다. 장학금 지급액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매년 거의 4천에서 5천만 원 정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사장님과 함께 저도 대단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서대전고등학교장학재단 -장학금 지급


첫 장학금을 수여했던 2009년은 입학사정관제(현 학생부종합전형)가 있었던 때 입니다. 학생들이 장학증서를 받으면 담임 선생님이 생활기록부에 “동문장학재단으로부터 모범적이고 애교심도 있고…” 등과 같이 기록해줄 수가 있었습니다. 그 기록이 대학 진학 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진학한 학생 및 학부모님께서 장학 제도에 많은 관심을 보이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선발된 학생과 학부모님께서는 동문 선배들이 주는 장학생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뿌듯해하셨고, 이러한 일들이 서대전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커다란 전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서대전고등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께도 모교장학재단에서 학생들에게 많은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은 커다란 자부심이 되고 있습니다.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장학금을 수여 받은 학생들은 1000명이 넘고 장학금 액수로는 6억이 넘습니다.

◆ 장학재단 관련 미담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성적이 우수하고 생활기록부가 잘 기록되어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1차 합격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2차 관문으로 교수님들 앞에서 난이도가 상당한 문제의 풀이 과정을 구술해야 하는 면접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2차 면접이 1차 합격자 발표일 바로 다음 주 금요일이었습니다.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면접실에 들어가 교수님들을 마주하는 순간 긴장되어 머리가 하얘지고 손과 입이 떨려서 풀이를 못한다고 합니다.

일선 학교에서는 구술면접을 대비하기엔 한계가 있고, 서울에는 특화된 그런 면접 전문 학원이 여러 곳 있었습니다. 그 학생이 서울로 올라가 특화된 학원에서 일주일간 준비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알아보니 일주일 교습비가 적지 않았습니다. 급하게 이사장님께 SOS 전화를 드려서 상황을 설명해 드리고 긴급 장학금 후원을 요청했습니다. 이사장님께서 이사님들과 상의하신 후 그날 밤 바로 필요한 장학금을 지원해주셨습니다. 채 20분도 걸리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학생은 물론 최종 합격을 했고, 학생과 학부모님께서 무척이나 고마워하셨습니다. 그러나 합격 후에 서울대 등록금을 내려니 그게 또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선순환의 물결 속에서 해결이 됩니다.

서대전고등학교장학재단 -장학금 지급


제가 서대전고에서 3학년 부장을 맡았을 때, 당시 공부를 잘했지만 집안 사정이 어려운 학생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동문 장학금을 받았었고, 수도권에 좋은 대학에 합격해서 등록금을 내야 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사정을 들으신 익명의 이사님께서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잘 되면 다른 후배에게 장학금으로 베풀라’는 당부와 함께 그것을 지원해 주셨습니다. 학생이 대학 졸업 후 직장인이 되어 2019년 여름에 교장실로 방문하겠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찾아와서 어려운 후배들에게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200만 원이 든 봉투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이제 20대 후반인 젊은 청년의 따뜻한 마음씨에 많이 뭉클했었습니다. 선배가 된 졸업생의 베풂 덕분에 후배가 서울대 입학생이 될 수 있었습니다. 10년 뒤에 선순환이 된 것입니다. 입학한 학생도 나중에 그렇게 꼭 같이 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교직 생활과 장학재단에 함께하면서 있었던 매우 아름다운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황운하 서대전고등학교총동문회장

황운하 서대전고등학교 총동문회장

우리 명문고 서대전고등학교 동문 장학재단은 대한민국의 자랑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학생들도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 서고의 동문장학금이 후배들에게 큰 위안과 힘의 원동력이 되고 있으니 총동문회장으로 대단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김형섭 재단이사장님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명품 동문들이 있는 명문고 서대전고등학교 동문장학재단은 100년, 200년 후에도 선순환으로 연결돼 중부권 최고의 명문고등학교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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