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마법의 성, 자연을 품은 ‘정원 유치원’ ― 아이들의 꿈을 가꾸는 정원사 민현숙 원장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세상을 윤기나게 만든다.

김경희 작가 승인 2021.05.06 16:06 의견 0

유아교육은 모소 대나무처럼 아무리 높이 자라도 쓰러지지 않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뿌리 내림 시간을 인내하고 기다려야만합니다.

정원 유치원 민현숙 원장

길가에 봄이 쭉 늘어섰다. 금계국이 입술을 간질거리며 활짝 필 때를 기다리는 구암동 천변가의 예쁜 성, 정원유치원.
마침 지각을 한 왕자님이 아빠 차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빨려들어가듯이 유치원으로 달렸다. 네이비컬러 재킷에 버버리 체크무늬 바지를 입은, 동화 속 소공자를 정원 유치원에서 만났다. 문 앞에서 총총히 키재기하던 작은 우산들.
‘아, 아이들의 꿈을 가꾸는 정원이구나.’
정원 유치원, 좁은 앞마당에서 이미 마음을 빼앗겼다. 그때까지 뒤뜰에 펼쳐진 아이들의 꿈은 상상도 못했다.

원장실에 들어서자 벽면에 걸린 샤갈의 그림에 한 번 더 눈길이 멈췄다. 색채의 마술사, 따뜻하고 신비로운 샤갈의 그림.
‘아, 특별한 곳이구나.’
창문 밖에서 환하게 웃던 원장님의 미소에 비밀의 문이 열렸다.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마법의 성, 바로 정원 유치원이다.

자연을 품은 정원 유치원, 이름부터 따뜻합니다.

우리아이들을 좋은 환경에서 잘 키워야겠다는 의미로 유치원 이름을 정했습니다. 유치원은 아이들이 꿈을 가꾸는 정원이 되어야 합니다. ‘kindergarten’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희는 아이들 등원에 지역적 한계는 없습니다. 차량운행을 하지만 먼 거리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라 가까운 지역만 차량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차량이 닿지 않는 먼 거리의 아이들은 학부모님들이 직접 등하원을 시키고 계십니다. 180여 명의 아이들 중 70여 명의 아이들이 통학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자가 등하원을 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자가 등원하는 원아들 중에는 귀가시간이 끝나고 나서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서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유치원 앞 개울가 돌다리를 건너서 물속에 사는 곤충과 물고기들을 관찰하는 아이들도 눈에 띕니다. 하천 도로 길에서 씽씽카를 타고 노는 아이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정원 유치원’ 아이들의 하원 후 풍경은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습니다.

정원 유치원

유아교육관련 원장님의 연혁

세종대학 부속유치원에서 교사로 근무했었습니다. 저는 유치원 교사가 꿈이어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우리 아이들을 통해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 유치원교사의 급여가 일반 직장보다 훨씬 적어서 대기업에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여성으로서의 한계, 늘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성취감의 부족으로 직장 생활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일례로 우리 부서에는 결혼 후에 직장 생활을 하던 여성 부서원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여성들은 승진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치원 교사만이 나의 꿈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유치원으로 다시 돌아가서 앞만 보고 유아교육 현장에 전념하게 됩니다.

세종대학 부설 대양 유치원에 교사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다니는 원아들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부유층 아이들이었습니다. 가정방문이 허용되던 때라 아이들의 환경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종대학은 캠퍼스가 예쁘기로 소문난 대학교인지라 넓은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마냥 행복해했고, 저 또한 첫 아이를 낳고도 근무할 수 있어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교사로 근무하던 1978년~1980년 당시, 이사장님이 외국에 다니시면서 선진국의 유치원 문화를 아이들에게 접목시키셨습니다. 유치원 교사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교사시절부터 선진화된 유치원 문화를 접했던 경험을 통해 제가 차별화된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차별화된 정원 유치원, 자연의 품에서 꿈꾸는 아이들

우리 정원 유치원은 자연친화적인 환경으로 아이들의 꿈을 가슴으로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잔디밭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숨 쉬지 않는 보도블록을 밟고 다닙니다. 정원 유치원의 아이들은 숨 쉬는 땅을 밟고 자랍니다. 두 아이들이 똑같은 정서로 자랄 수는 없습니다.
‘교육은 환경이 답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보이는 대로, 만져지는 대로 학습되는 시기입니다. 어느 연령대보다 환경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됩니다. ‘정원 유치원’ 아이들은 차별화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혜택 받은 아이들입니다. 이 환경은 오랫동안 제가 꿈꾸어 왔던 유치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침에 오자마자 차에서 내려서 바로 교실에 입실하지 않습니다.
아파트에서 자고 나온 우리 아이들은 먼저 뒤뜰을 산책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흙먼지 뽀얗게 일어나는 운동장을 밟고 초록 보리밭과 노란 유채꽃을 지나면서 봄의 색깔을 눈으로 마음으로 만지고 새깁니다.
아침부터 숲속의 친구들이 아이들의 두뇌를 열어주면 좋은 호르몬이 생성 돼서 신선한 하루를 시작하게 되지요.

새들처럼 재잘거릴 때는 초록색깔 노란색깔 예쁜 말로 얘기합니다. 아이들은 눈으로 본 대로, 손으로 만져본 느낌대로 생각하고 말합니다. 그래서 ‘교육은 환경이 답’이라는 건 열두 번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좋은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서로 존중하고 지지해줄 줄 알게 됩니다. 결국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입니다.


재잘거리는 소리를 따라 뒤뜰로 나갔다.
예쁜 아이들은 정원 유치원에 다 모였는지 공주님과 왕자님들 웃음소리가 흙먼지 속으로 묻히고 있었다. 청년들은 기회가 줄어드는 사회 환경의 여파로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천연기념물처럼 너무 귀하고 낯선 소리가 되었다.
아이들의 웃음이 사라지는 사회는 이미 생명력을 잃은 사회다. 정원 유치원에 모인 아이들은 보물이었다. 아이들의 꿈만 가꾸는 정원이 아니라 윤기를 잃은 사회에 촉촉한 이슬 같은 뒤뜰이다.

유치원 뒤뜰의 보리밭


별천지처럼 펼쳐진 유치원 뒤뜰. 노란 유채꽃 무리며 초록빛깔 보리밭이 아이들 눈높이만큼 키가 자랐다. 앙증맞고 사랑스럽다. 계절이 오고가는 것을 바꿔 입는 옷으로만 구별하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봄날에는 유채꽃이 피고, 보리밭이 무성해지는 걸 정원 유치원 아이들은 아침마다 손으로 코끝으로 만끽한다.

방풍나물, 취나물, 당귀, 산마늘, 사과, 매실, 은행, 자두, 살구, 대추나무, 보리수, 모과, 앵두, 포도, 소나무, 블루베리……. 나물 이름을 알고 나무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아는 것이 당장 아이들 성장에 핵심 키워드가 되지는 않는다.
숨 쉬는 자연, 한 뼘씩 키 크는 자연이 아이들의 마음과 같이 성장하는 것이다.

금계국으로 놀기

자연 속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친구들의 가치도 인정하는 방법을 배운다.
계절의 변화를 꽃이며 나물 그리고 나무들을 통해 알게 된다. 가장 아름다운 방법으로 자연과 시시때때로 만나게 된다.

1,200평 뜰에서는 운동장에서 넘어져도 흙먼지 툭툭 털어버리고 벌떡 일어날 수 있다.
짹짹 새소리를 들었던 우리 아이들이 새소리처럼 재잘거릴 수 있다. 숲이 주는 환경은 아이들을 행복한 아이들로 만들어준다.

유아기는 인성의 골든타임이라고 하죠. 정원 유치원의 프로그램들이 궁금합니다.

정원 유치원 설립 당시 슬로건은 ‘가슴이 따뜻한 세계 속의 리더를 키우는 정원 유치원’이었습니다.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교육도 통합의 시대가 되었고 나라의 벽도 무너져 세계는 하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유아교육은 전인교육이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교육에도 더 강조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 문화의 중요성과 인성 교육입니다.

황토물들이기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며 잘 보존했을 때 인류사회에 봉사하고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갖게 되므로 우리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만 합니다.
유치원 교육과정 안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알아보고 체험하기, 세시풍속, 절기교육,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을 배우며 지역사회 연계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봉사활동 경험을 통하여 성인이 되어서도 봉사할 수 있도록 첫발을 내딛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올바른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성인이 되어서 자신과 이웃을 책임지는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세계 속의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고 변화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인성교육이 필요합니다.
이에 정원 유치원의 교육이념과 세계 걸스카웃 봉사단체의 교육이념에 부합하고자 만5세가 되면 초록별대 선서식을 통하여 10가지 규율을 지키도록 약속하고 있습니다.
유아교육은 모소 대나무처럼 아무리 높이자라도 쓰러지지 않도록 안정감을 주는 나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뿌리 내림 시간을 인내하고 기다려야만 합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 중요성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민현숙 원장

교육학 박사님이시죠?

석사논문 주제는 ‘자연체험학습이 감성지능에 미치는 영향’이었습니다. 20여 년 전 정원 어린이집은 주변에 논과 밭,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활동에 최적의 환경이었고 더불어 프로그램 개발에도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그 천혜의 조건으로 어린이집 유아 6세, 7세를 대상으로 실험연구를 했습니다. 감성지능을 높이는 계절별 프로그램을 실험 연구를 통해서 논문으로 체계화시켰습니다.

유아들의 정서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우리 정원 어린이집 아이들이 받는 수혜의 폭이 더 확장되었습니다.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아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놀이 학습을 통하여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배려하는 어린이가 되도록 학습으로 이끌었습니다.

저의 모든 열정을 아이들에게 쏟아부을 수 있어서 만족하고 행복했습니다.
정원 어린집이의 유아들과 학부모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더 확장된 유아교육자로의 꿈을 펼치고 싶은 마음으로 2008년에 정원 유치원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 박사과정에는 유아의 자기주도놀이학습 측정도구개발 및 프로그램효과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유아든 성인이든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은 재미가 없습니다. 유아들의 발달단계에 맞게 기다려주고 격려하며 혼자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자기 자신이 주도적으로 행동했을 때 가장 만족도가 큽니다. 자기주도놀이학습이란 유아들이 흥미로워하는 주제를 스스로 선정하도록 도와줍니다. 더불어 놀이방법을 수행할 때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취감을 갖게 해줍니다.
저희 유치원에서 유아들이 재미있어하고 기다리는 프로그램이 자기주도놀이학습 프로그램입니다. 가르치는 교사들도 만족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해마다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그 중 가장 중요한 시기는 0~7세 유아교육 연령이다.
인성과 지능이 형성되는 때, 평생 배운다고 가정할 때 가장 중요한 교육 현장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아이들을 보면 안쓰러움을 넘어 미래에 대한 두려움까지 엄습한다.
아이들은 안쓰러울 정도로 어른들보다 마스크에 대한 경각심이 훨씬 높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까르르 웃을 수 있는 그날이 언제일지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뽀얀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환경만 주어져도 아이들에게는 선택된 축복이다.

정원 유치원

‘정원 유치원’은 우리 아이들이 숨 쉬는 공간이며 꿈을 키우는 마당이다.
운동장 가득 모여 재잘거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뜀박질하던 앙증맞은 발걸음들이 5월과 많이 닮았다.

열두 밤쯤 지나면 될까.
아이들의 등원길에 노란 금계국이 천변을 따라 줄지어 서 있을 것이다.
노란 꽃물결이 ‘정원’의 아이들을 아침마다 반겨주겠지.
그 아이들의 키가 한 뼘씩 자랄 때마다 우리의 희망은 또 두 배로 커진다. 어느 때보다 유난히 기다려지는 5월이다.

민현숙 원장

민현숙 원장
현) 대전 정원 유치원 원장
충남대학교 교육학 박사
전) 공주교육대학교 겸임교수
현) 한국걸스카웃 대전연맹 부연맹장

저작권자 ⓒ 시사저널 청풍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