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의전당 홍선희 관장을 만나다

즐거운 상상과 감동으로 빛나는 21세기 중심 공연장 만들기 주력.
힘과 위로, 기쁨을 공유하는 대전예당을 꿈꾼다!

최성미 기자 승인 2021.06.08 16:34 의견 0
대전예술의전당 홍선희 관장


대전예술의전당 제7대 신임 관장으로 홍선희 관장이 임명되었다.

팬데믹 시대 문화예술의 역할은 확장되고 수행은 어려워진 이때에 중부권 문화예술의 중심에 서있는 대전예당의 수장으로 임명된 책임이 막중하다. 전문성과 현장감각, 기획력을 인정받은 홍선희 관장을 만나본다.

Q. 대전 예술의 전당(이하 대전 예당) 관장 임명을 축하드립니다.

우선 감사를 드립니다. 예술가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관객을 뜨거운 감동과 몰입으로 이끄는 공연장은 시시때때로 마법이 일어나는 공간입니다. 이 같은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전예당이 보다 많은 시민들의 삶에 오래 기억될 기쁨과 환희를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전예술의전당

Q. 대전예당이 지향하여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대전예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공연장입니다.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중부권 대표 공연장으로도 주목받는데,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욕구와 요구를 파악하여 수준 높은 공연예술 향유기회를 최대로 제공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지역공연예술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속 발전가능도록 토대를 제공하는 것도 역할이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공연예술계의 새롭고 혁신적인 흐름을 한걸음 앞서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예술가, 예술단체와 협업을 통해 창조적 에너지를 확장해가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즐거운 상상과 감동으로 빛나는, 21세기 중심 공연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대전예당의 그동안의 활동을 나름대로 정리해본다면?

대전예당은 2003년 개관한 이후 기획전문공연장으로 자리를 확고히 해왔습니다. 무대와 운영인력의 전문화, 예산확보 등에 선진적 면모를 보였죠. 특히 개관이후 뉴욕필하모니 초청공연 등 화제를 만들어 냈고, 모리스 베자르 무용단 단독초청공연을 성사시키면서는 공연장의 저력을 확인시키기도 했습니다. 연극과 오페라 등을 해마다 제작공연으로 선보이며 지역예술계와 상생을 도모해온 것도 긍정적인데, 이는 대전시의 예술에 대한 확고한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다만 다목적 공연장으로 출발, 다양한 장르를 포괄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보니 공연장의 뚜렷한 이미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으로 대두됩니다.

Q. 대전 지역의 문화예술계의 환경, 상황은 어떻게 보시나요?

얼마 전 공연장 로비에서 1980년대 대전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셨던 분을 만났습니다. 대전 시민회관에서 공연을 보았던 것을 추억으로 말씀하시며 대전의 공연예술이 대전예당 개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덧붙이셨어요. 대전예당이 생긴 이후 공연예술의 창작과 향유 조건은 대폭 개선되었습니다. 공연장이 격을 갖추면서 공연예술도 활성화되었고, 시립예술단이 성장했고 지역의 대학에서 배출한 예술가들과 지역예술단체 활동도 활발해지면서 이제 대전은 문화적 힘을 갖춘 도시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대전예술의전당

Q. 현재 대전예당의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첫째는 공연장이 지역예술계의 대관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대전예당은 기획전문 공연장이면서도 기획 공연이 적다는 지적과 한편으로는 지역예술가들을 위한 대관 가능일이 너무 적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이는 상충하는 지적입이다. 자체 기획공연을 많이 하다보면 당연히 대관기회는 줄어듭니다. 두 지점 사이에서 균형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해결방법은 상대적으로 창작과 향유활동 비중이 큰 음악분야만을 위한 콘서트 전용 홀이 건립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둘째는 조직은 항상 위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위기 극복은 매일 새로워지는 것이 해결책일 것입니다. 개관이후 18년이 지난 지금, 내적역량 강화를 위해 모든 구성원이 새롭게 마음을 다잡아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Q. 관장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모든 공연장 경영의 궁극의 목표는 공연장의 브랜드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전예당만의 독특한 정체성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대전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 또는 공연장을 랜드마크화 할 수 있는 장소적 특징을 만들 수도 있고요. 대전예당 브랜드 가치향상을 위한 작업이 필요하고 이를 시도할 것입니다.

Q. 대전의 지역적 강점, 또 대전예당의 저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대전예당의 강점은 기획과 무대예술 등 35명의 전문 인력과 함께 기획전문 공연장으로 지속 운영되어 온 점입니다. 전문가 그룹이 운영과 무대를 책임지고 이들의 활동을 대전시가 뒷받침 해 준거죠. 대전시의 지역적강점인 교통의 편리와 인접한 도시 세종시가 발전하면서 하나의 생활권이 되고 있는 것도 관객유입을 위한 긍정적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Q. 지역 예술계와의 협업에 대한 의견은?

대전예당은 우선은 시민의 예술에 대한 욕구에 앞선 기획으로 향유기회를 제공하고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지역예술계와도 협업해왔습니다. 개관이후 스프링페스티벌을 지역예술계와 긴밀한 협조로 발전시켜왔고 이외에도 다양한 오디션으로 신진예술가들을 등용, 활발한 활동을 선보였죠. 지역예술계가 건강하고 활기 넘쳐야 대전예당 운영도 탄력을 받습니다. 공생의 관계이고 따라서 협업을 위한 다양한 방법 모색은 지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Q.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연예술계가 힘든 상황입니다. 극복방안을 제시한다면?

코로나19가 공연예술계에 지각변동을 초래한 것은 사실입니다. 공연장이 문을 닫기도 하면서 대규모 관객의 시대는 끝났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기도 했구요. 지금은 회복 국면이라 보입니다. 현재 대전예술의 전당은 객석의 50% 범위로 운영되고 있고 동반자 거리두기도 허용되고 있습니다. 기획된 공연이 취소되는 사례도 줄어들고 있어요. 코로나19가 독감처럼 함께 살아야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는 중입니다. 그동안은 지역의 예술가와 협업하고 국내 유명 아티스트 리사이틀 시리즈 등으로 이 국면을 지나왔습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 관객과 접점을 다양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인터넷을 이용한 공연예술의 실황중계 등이 확산되던 차에 코로나19로 탄력을 받으면서, 온라인 공연이 미래사회 공연유통의 한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준비도 해나갈 계획입니다.

Q. 다가올 대전예당 20주년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023년이 개관 20주년입니다. 과학도시대전에 문화를 입히는 생각을 합니다. 과학기술이 구현하는 무대기술을 통해 환상적인 작품을 선보일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또한 공연장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열정과 몰입 그를 통해 성찰과 변화가 일어나는 마법 같은 공간입니다. 공연예술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작품들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Q. 관객확보, 유지에 관한 계획이 있다면?

관객은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아무리 치열하게 작품을 준비해도 관객에게 선보일 수 없다면 완성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공연예술입니다. 관객은 단지 관람객이아니라 무대 위 예술가와의 교감을 통해 공연의 질을 결정하는 공연의 한 요소이기도 하죠. 관객의 확보는 공연장운영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따라서 잠재관객을 참여관객화 하는 것이 시급한데 이를 위해서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활용한 다양한 홍보와 취향 형성을 돕는 교육프로그램 제공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Q. 문화예술 경험에 대한 감동과 추억이 있다면?

제 머릿속에 몇 개의 이미지가 있어요. 아주 어렸을 때 할머니와 함께 청룡사 마당에서 보았던 스님의 바라춤의 바라 끝에 맺혀있던 햇빛. 초등학교 때 우연히 봤던 모노드라마 연극 속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연기하던 배우의 호흡. 중학생시절 호수돈여고 졸업연주회에서 들었던 아리아, 그 노래 끝으로 잦아들던 거칠면서도 아련한 숨소리. 한국춤의 대가 이매방 선생님 살풀이춤을 보면서 손을 들어 올렸을 때 그 손이 우주 끝에 가서 닿아있다는 느낌, 그런 한 장면 장면들이 저한테는 남아있어요. 그 모든 장면들이 모여서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Q. 가장 행복했을 때는 언제인가요?

저는 예술가에 대한 경외심이 있고 그들의 열정에 감흥합니다. 연주 전 리허설 시간 정말 눈물 나게 아름다운 장면이 있어요. 관객이 찼을 때는 또 달라지는데 제 마음에는 ‘정말 이렇게 감사할 수 있나, 인생에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 우주 끝까지 닿는 게 사람의 소리다’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습니다. 저는 지금이 가장 좋은 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힘든 시기에 조금이라도 힘과 위로와 기쁨을 주는 오래 기억되는 순간들을 많은 분들이 공연장, 극장 안에서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대전예당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나게 되는 계기가 극장 안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삶이 변화하는 것처럼 이 공연장에서 누군가의 바이올린 한 자락에, 누군가의 목소리 하나에 감동하고, 자기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알고 그래서 변화를 경험하고 오래 기억하는 그런 행복들이 이 안에서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홍선희 관장 프로필

1962년 출생. 충남대학교 국문과 졸업, 동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 석사. 어린 시절 다양한 문화 공연의 경험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을 지니고 성장했으며, 1988년 중도일보사에서 문화부기자로 일하며 대전의 문화예술계를 현장에서 경험했다. 이후 1999년 대전시립무용단 사무국장, 이어서 대전시립합창단, 대전시립교향악단,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사무국장까지 문화예술계의 실무를 두루 거치며 전문성과 현장감각, 기획력을 인정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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