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의 단상] 행복청인가 특공청인가
부제: 만시지탄이되 천만다행
홍경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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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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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희망이 같다. 결혼하여 아이 낳고 오순도순 잘 살고 싶은 거다. 그러자면 주거환경이 관건이자 필수다. 집 없이 풍찬노숙할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고 나면 오르는 부동산 가격은 젊은이들의 결혼관마저 바꿔놓았다. 청년들의 시대 인식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조소의 유행어에서 쉬이 드러난다.
세종시청 공무원들이 이미 세종시에 있는 시청 건물을 12km 떨어진 옆 동네로 이전해놓고 이를 근거 삼아 세종시 공무원 특별공급(특공) 아파트 수백 채를 받았다는 뉴스를 봤다.
또한 세종시 이전 대상도 아닌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에 특공 혜택을 주며 관리 부실 지적을 받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더욱이 행복청은 전체 직원의 약 70%에 달하는 129명이 특공 아파트를 ‘셀프 제공’ 받았다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 이뿐 아니다. ‘특공’을 받고 입주도 하기 전에 퇴직한 이른바 ‘특공 먹튀’ 정황도 파악됐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쯤 되면 ‘행복청인가, 특공청인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생성된다. 특공 제도는 세종시 이외 지역에서 이주하는 공무원의 세종시 정착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제도가 악용되면서 애먼 세종시 아파트 입주민들까지 덩달아 누명을 쓰는 들불의 피해자가 되는 모양새다. 특공 제도의 취지는 나무랄 수 없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세종시에 정착하자면 특공 제도라도 있어야 그나마 정주(定住) 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무원들이 가장 안정된 직업군이라는 사실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외에 퇴직 후엔 연금까지 보장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장 좋은 직업인지라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국민들의 관심이 용광로보다 뜨겁다.
따라서 세종시에서 특공 아파트를 받았다는 수많은 공무원은 불로소득이라는 가외의 혜택까지 본 셈이다. 현실이 이러니 특히 결혼을 앞두거나,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젊은 세대와 신혼부부들이 더욱 분노하고 절망하는 것이다.
행복청이 더욱 문제인 것은 전 행복청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조사까지 받았다는 사실이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처럼 좁디좁은 국토에서 부동산 투기는 사실상 커다란 범죄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는 숱한 사람을 ‘패잔병’으로 만들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파산하거나 하루하루 겨우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반면 세종시 거주 공무원은 거개 공무원처럼 매달 월급을 또박또박 받는다. 그도 모자라 특공으로 받은 부동산마저 하루가 다르게 날개를 달고 시세가 오르고 있으니 세상에 이렇게 좋은 직장과 제도가 또 없다.
희희낙락 웃는 사람 뒤에는 오늘도 힘들다며 우는 사람이 있다.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성실하게 살면서 한푼 두푼 모은 서민이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가 많아야 한다.
공무원은 공직자다. 반드시 공직자 윤리를 지켜야 한다. 공직(公職)은 직접 혹은 간접으로 국민에 의해 선출되거나 정부에 의해 임명되는 국가나 지방 공공 단체의 공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업을 총칭한다.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사람을 공직자 또는 공무원이라고 정의한다. 많은 권한이 부여되므로 공직자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따라서 공직자에게는 일반 국민이나 다른 직업인에게 요구되는 것보다 더 높은 윤리 규범, 즉 공직을 우선시하는 봉사 정신과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청렴결백이 요구된다. 세종시 특공 제도가 10년 만에 폐지된 것은 만시지탄이되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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