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아침단상] 사회적 자본 확충이 답이다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승인 2021.09.10 15:04 의견 0

7월 23일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와 ‘대학 새마을 동아리 운영과 지구촌새마을운동 봉사단 활동 등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새마을 정신인 근면, 자조, 협동이 70년에도 필요했지만 지금 더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근면, 자조, 협동이 진부한 개념이라는 일부의 지적이 있음을 감안할 때 석학 이광형 총장의 말씀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광형 총장님은 70년대 초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새마을 정신이 필요했지만, 성과주의가 팽배해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승자독식 구조가 심화되어 사회 전체가 무한 경쟁의 압박에 노출된 지금에도 70년대 초 못지않게 근면, 자조, 협동 정신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자기의 성’을 쌓는 사람은 반드시 파멸한다는 철학자 야스퍼스의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나라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지만 현대 사회의 가장 절박한 문제는 공동체 의식의 결여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공정과 배려보다는 배제와 독식이라는 병리현상이 나타날 때 단기적으로는 정책적 처방이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문화와 관행을 바꿔야 합니다.

한국인은 새마을 정신 중 하나인 ‘근면’에 ‘빨리빨리’ 습관이 합쳐져 ‘일 몰입’과 ‘속도경영’을 동시에 할 수 있었으며, 이것이 시공간적 압축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이러한 실리주의적 생활 태도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지금은 이러한 태도가 주민 간 신뢰를 무너뜨렸지요. 그런데 새마을 정신에는 근면 못지않게 ‘협동’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협동은 공동체 의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70년대는 공동체 발전을 위한 ‘물적’ 자본의 확충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사회 구성원의 신뢰, 배려, 관용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 목표여야 합니다.

이미 스웨덴, 핀란드, 그리고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의 성공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높은 복지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유럽 최고의 경제적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바탕은 바로 사회적 자본의 확충에 있었습니다. 사회적 자본의 확충을 위해서는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하여 공동체 의식을 확대해야 합니다. 아직 미흡하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가 이 정도 발전하고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새마을운동이 50년 동안 지속적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더불어 사는’ 프로그램을 마을별로 섬세하게 추진한 결과가 크게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끈끈한 연대의식을 가진 공동체들은 범죄율, 사망률, 부정부패가 낮아지고 정부도 더 효율적으로 진화한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었습니다.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것이 경제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라면, 앞으로 새마을운동은 사회적 자본 확충을 통해 사회문화적 선진국으로 확고히 자리 잡는 토대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사회적 자본이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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