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훈 칼럼] 혁신도시와 대전역세권 개발 방향

강대훈 회장 승인 2021.10.12 15:01 의견 0

강대훈,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대전·세종 회장

역세권 개발 어떻게 할 것인가?

민선 7기 대전시는 코레일, 한화건설 컨소시엄과 함께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개발 사업은 대전역 일대 92만㎡에 이르는 재정비촉진지구 중 상업지역 3만㎡를 민간투자로 개발하는 핵심 사업으로 사업비 90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대전시는 도시균형 발전과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2008년, 2015년, 2018년 3차례에 걸쳐 민간사업자 공모를 추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좌초하다가 12년 만에 본격 추진되고 있다.

복합2구역 사업 계획은 커뮤니티 광장, 초고층 주거타워,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 뮤지엄, 컨벤션센터 등 복합문화시설과 상생 협력 판매시설이 들어선다. 복합2구역을 시작으로 혁신도시가 들어오는 대전역세권은 도시 구조 변화를 위한 금세기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역세권개발은 100년을 향한 도시 전략에 수렴해야 한다.

◆ 역세권 개발의 사례

키다리 아저씨 담장과 동대구역 신세계

동대구역의 역세권 개발의 필요성과 취지는 대전역세권 개발의 시계를 17년 뒤로 돌려놓으면 같은 시계를 벽에 걸어 놓은 것처럼 일치한다. 대구시가 동대구역세권 개발의 개념 설계를 마무리 한 것은 2005년이었다. 당시 대구시는 경부고속철 대구-부산 구간이 완공되는 2010년까지 동대구역세권 54만 평을 교통, 비즈니스, 관광, 문화 등 복합기능을 갖춘 신도심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대구시, 토지공사, 민간사업자 등 민·관이 참여하는 제3섹터 방식이었다.

대구시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역세권 개발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고지했다.

▲ 역사·복합환승센터 건립, 주거·비즈니스·상업시설 등의 개발 촉진으로 대경권 발전의 구심적 역할 수행

▲ 지역 건설업체 참여 및 건설고용 창출, 정주여건 개선, 서비스업 확충 등으로 영남권에 인구 유입되어 수익 창출 및 지역 경제 활성화

▲ 복합환승체계 등 교통편의가 증진되어 연접지역 산업단지·신도시·혁신 도시 등 신규 개발 수요 유발로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

▲ 동대구역은 모든 육상 교통이 집결되는 최적의 환승입지로 복합환승체계 구축되어 역세권 연접지역 개발 촉진

▲ 대구 관문인 동대구역 지구에 건립되는 복합환승센터를 새로운 랜드 마크로 개발

▲ 대구의 이미지 개선 및 지역 브랜드화로 지역인지도 상승효과

2016년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에 대구·경북 지역 최대 규모 백화점인 ‘대구신세계’가 오픈했다. 이 백화점은 지하 7층~지상 9층에 연면적 33만 8천㎡, 영업면적 10만 3천㎡ 규모의 초대형 복합쇼핑문화공간으로 세계 최대급 백화점인 부산신세계 센텀시티와 비슷한 규모다. 대전엑스포 부지에 2021년 개장한 대전신세계는 연건축면적 284,224㎡ 규모에 백화점 영업면적 92,876㎡, 지하 5층, 지상 43층이다.

동대구역과 신세계 백화점, 폐쇄적 공간 구조로 지역 전통과 상권이 단절되었다.

지역경제는 여기에서 비틀어졌다. 동대구 신세계백화점은 아시아 3대 백화점으로 거대한 성이다. 공간 구조를 보면 사람과 돈이 성 밖으로 순환하기 어려운 폐쇄형 구조이다. 후쿠오카의 쇼핑몰 캐널시티와 동대구역 신세계는 공간 설계와 쇼핑몰의 운영 방식이 다르다. 밥집도 옷 가게도 갤러리도 영화관도 성 안에 있다. 초대형 아쿠아리움(5,300㎡ 규모)과 테마파크, 대형영화관, 대형서점, 문화공연 시설 등이 마련됐다. 동대구 신세계는 개점 5년 만에 매출 1조 클럽에 진입했지만, 성 밖의 지역 경제는 급격히 그늘지고 슬럼화되었다. 소상공인이 간판을 걸고 장사를 했던 밥집, 술질, 당구장, 모텔 대부분 쇠락했다. 상권의 양극화는 심화되었고 자영 경제는 쇠락했다. 한때 개성이 넘쳤던 동대구 역세지역을 걸어보면 쓸쓸하다.

부산역세권 개발

대한민국 관문에 걸맞은 세계적인 해양 비즈니스·관광 거점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부산역 일원(부산역, 부산진 CY, 부전역)을 대상으로 KTX 철로로 단절된 부산항(북항)과 원도심을 공간적으로 연결하는 개발 프로젝트이다. 부산시가 부산 역세권 개발을 시작한 지 10년이 흐른 지금 항구의 낭만과 해양 문화를 담지 못한 빌딩지구가 되어버렸다.

부산을 일주해 보면 해안 구조가 브라질의 리오데 자이네루와 닮았다. 전통적인 도시에 이주민(피난민)이 산턱까지 집을 집고 군락을 이루어 살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부산은 리오에 있는 낭만이 없다. 리오는 도시 전체에 홍열을 앓는 카니발 같은 콘셉트가 있다. 도시는 여기에 조향 되어 있다. 부산은? 무질서한 도심을 잡겠다고 한 개발로 쏟아난 빌딩들이 아름다운 해안과 산의 경관을 해치고 있다. 부산 시민은 리오 시민보다 소득이 높다고 하는데, 왜 멋진 항구 문화를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부산 역세지역 빌딩

Google에서 부산 역세지역 빌딩 사진을 넣고 이미지 검색을 해 보았다. 아래와 같이 Google AI가 추출한 개념은 ‘commercial’이었다.

부산 역세권 이미지의 Google 이미지 검색 결과

어는 도시에나 있는 상업적 건물이라는 것이다. 도시 유사성은 일본 시부야 일부, 중국 상해 비즈니스 지구 일원, 홍콩 외곽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도 개성이 없는 것이다. 부산은 인천에 비해 창의성도 떨어진다.

상해 홍차오 역과 역세권

상하이 훙차오 역은 연건평 약 44만㎡ 중 역 24만㎡, 승강장 없는 기둥 막사 6만 9000㎡, 대합실과 매표소 등 철도 여객시설만 계산하면 1만 5000㎡로 한국과 일본, 유럽의 도시들의 철도역 수준을 압도한다.

上海虹桥站(Shanghai Hongqiao Railway Station), baike.baidu.com

서울역의 연면적이 6,836㎡이니까 역 면적만 해도 35배 크다. 홍차오역은 상해 외곽에 위치해서 상해 도심을 다핵화하는데 효과를 보았지만, 압도적인 규모는 오히려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에 특별한 체력을 요구한다. 역세 시설과 시설 사이가 공간이 사람의 생체 규모(human scale)를 초과하여 이런 지구에서의 이동은 자동차와 전철이 없으면 활동할 수 없다. 큰 규모는 빠른 속도와 마찬가지로 통과하거나 스쳐가게 한다. 오늘날 도시 트렌드는 걷는 도시, 워커블 시티(Walkable City)이다.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누구나 행복하게 걸을 수 있는 탄소 저감 도시를 말한다. 홍차오역세권은 이것을 구현하기 어려운 규모를 가졌다.

오사카 스테이션 시티(Osaka Station City)

오사카부 기타구 우메다에 있는 서일본 여객 철도(JR서일본) 오사카 역 재개발 지역을 포함한 역 전체의 총칭이다. 2011년 그랜드 오픈했다. 역 북측의 노스 게이트 빌딩(North gate Building)과 역 남측 사우스 게이트 빌딩(South Gate Building)의 2개 건물로 구성되어 오사카 터미널이 운영하고 있다. (위키백과)

오사카 역

오사카 우메다역 안내도

대전역세권 개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글로벌 도시 경쟁의 시대에 ‘중심지 이론’은 유효하다. 고전 도시학자인 크리스탈러(Cristaller)의 중심지 이론을 대전에 차용하면 다음과 같다. 대도시는 다양한 기능을 가지며 배후지역이 넓다. 예를 들어 대전 신세계는 전북권 쇼핑에 영향을 미치지만 서울의 동대문 상가는 전국의 의류 상권에 영향을 미친다. 동대문의 영향력이 큰 것이다. 광저우의 의류 도매시장은 세계 섬유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파리 패션위크는 패션 트렌드에 영향을 준다. 광저우, 파리는 영향권이 큰 도시이다. 도시체계도 대도시가 다수의 중도시를, 중도시는 더 많은 수의 소도시를 그 세력권에 둔다. 도시들은 상호 의존적인 계층적 질서를 갖는다. 대전이 메가시티로 성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중심지로써 영향권의 범위를 보면 된다. ‘천안에 있는 젊은 남녀가 데이트를 강남역 사거리에서 하는가? 아니면 대전역세권 소제동에서 할 것인가?’라는 의사 결정 행태를 보면 대전의 영향권을 알 수 있다. 태안의 처녀가 서울시에 거주하는 총각을 선호한다면, 대전은 태안군의 중심지가 아니다.

아시아 도시인 도쿄, 상해, 싱가포르는 세계 도시의 경제와 시민의 라이프 스타일에 영향을 준다. 당진, 서산, 태안이 수도권으로 먹고사는 것이 아니라 대전 광역경제로써 먹고살게 해야 하는 것이 행정을 넘어선 메가시티의 개념이 되어야 한다. 중심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리적 반경 이상으로 자신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동대구역, 부산역세권에서 보았듯이 현재 대전역세권 개발 계획에 나와 있는 빌딩도시는 지구촌에 수천 곳이 넘는다. 문제는 강남 스타일이 아닌 대전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대전역세권 개발에 주의점

1. 도시 공간은 경제적 규모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메머드 건물 몇 개에 모든 것을 몰아 놓지 말아야 한다. 메머드 건물을 중심으로 개발하면 돈은 덜 들고 공사 기간은 빨라지지만 하나가 전체를 괴물처럼 빨아먹는다. 회의를 하고 식사를 하고 쇼핑까지 한 건물에서 다 처리하게 한다면 지역 경제는 죽고 빌딩 경제만 돌아간다.

대전역 조감도

빌딩 밖 경제는? 국수집도 안 된다. 상권의 양극화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지구 밖 상권은 그늘지고 지역은 급격히 슬럼화된다. 크고 작은 것들이 어우러진 복합 경제 생태계를 이룰 수 있는 공간 계획이 필요하다.

2. 지구의 중심 건물들은 여러 동으로 분할되어야 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걷는 도보 통로와 가판이 설치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자동차 유입을 억제한다. 그래야 그 사이에서 소상공인이 창의적인 이벤트를 만들고 장사를 할 수 있다. 도쿄역세지역인 유락쵸의 도쿄 포럼은 아몬드 모양의 아트리움을 주 건물로 관람시설 A, B, C, D를 배치하여 땅값이 비싼 곳에서 부지 활용을 절묘하게 했다. 이 각 건물들은 서로 연결되었지만 독립적이며 유기적이다. 실제 걸어보면 아트리움 빌딩과 A, B, C, D동 사이의 공간이 협곡처럼 멋지다.

3. 입체적 걷는 도시(walkable)와 실험적 탄소제로를 구현하자.

지하와 지상, 하늘 공간(roof)을 생태적으로 복합시킨다. 15분, 21분 도시 개념이 지향하는 의도에 유념한다. 걷거나 자전거로 탄소 저감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뉴욕은 비싼 부지와 호텔 숙박 수준의 주차비용 덕분에 걷는 문화 공간이 되었다. 걸어야 외투를 걸치고 목도리를 하며 쇼핑을 한다.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은 공원이 아닌 보행자 동선에 있어야 한다. 걷는 이들은 보도면의 다양한 카페, 공연장, 개성 있는 일상과 마주치며 마천루 사이를 문화로 채울 수 있었다.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은 더욱 급진적인 처방으로 자동차 운행을 억제한다. 도보와 자전거로 통하는 푸른 도시, 연대와 평등의 15분 도시 추진하고 있다..

4. 상권의 다양성, 전통 공간을 살리면서 개발해야 한다.

단일한 사업군을 집합시키고 빌딩만을 연결하여 상권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 싱가포르의 최고 번화가, 오차드 거리에는 작은 문화공간, 재즈의 성소들이 숨어 있다. 도쿄국제포럼 인근과 오사카 스테이션 시티 근교에서는 철교 밑 가게들이 고스란히 영업을 한다. 전철이 달리는 소리를 들으며 가락국수를 먹고 스시에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대전역 근처의 한의약 거리, 전통 시장은 개발 사이사이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낙후된 건물도 역사가 될 수 있다. 리모델링할 수 있는 것은 살리고 지난 삶이 재현될 수 있는 마카오식 도시 재생이 필요하다.

도쿄역세지역 유락쵸,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 사이를 지나는 시설 사이의 철로 밑에 목로주점이 영업하고 있다.

대전역세권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뉴딜 사업과 혁신도시, 도심융합특구 개발이 산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에 대해 다행히 대전시는 종합 계획으로 통합하겠다고 한다. 대전역 일원(원동, 대동, 성남, 삼성 4거리) 사업부지 46만㎡에 대한 종합기본계획을 위해 예산 27억 원의 용역을 발주한다. 지방정부의 실력은 개발 개념을 정의하고 과업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에 나온다. 돈도 있고 기술도 있는 시대에는 시대정신, 시대정신을 담는 개념 설계, 그리고 창의력이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든다. 과업 지시 전에 역세 주민, 상인과 함께 도시 전문가, 건축가, 예술가, 시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야 한다. 만나서 한판씩 붙고 싸움을 하더라고 난상토론은 유효하다. 리빙랩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용역 회사 컴퓨터에 있는 평이한 내용을 출력받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요구와 희망, 심미적 개성을 넣어야 한다.

대전시는 용역을 국제공모로 확대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제 공모의 우상을 경계해야 한다. 행정복합도시 세종시를 바탕 설계할 당시, 도시 전문가들은 스위스 장피엘 뒤리그 교수의 공모 당선작 ‘순환도로(The orbital road)’에 찬사를 쏟아냈다. 효율적인 교통 체계로써 원형 도로망구조를 제안하고, 시가지는 반지 모양의 원형 구조로 배치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찬양했다. 그러나 작은 지구 단위에 맞는 그림을 오천만 인구의 행정수도에 적용한 오류를 범했다. 세종시는 중심 도심이 없어 도시 구심력이 약하여 수도로써 웅혼한 맛이 없다. 교통 체계는 주민에게도 방문자에게도 불편한 도시이다.

대전 역세권, 문화를 창조하는 스테이션시티

대전역세권 개발 계획에는 호텔, 백화점, 철도역은 교통, 숙박, 회의 컨벤션, 업무 공간이 들어있다. 스마트도시 특화단지, 입체적 도시 공간 구성, 특별계획 구역으로 고밀도의 도시를 만든다고 한다. 서울 구로의 G 벨리, 판교 제2테크노밸리가 벤치마킹 대상인 듯하다. 그러나 대전시는 민자 유치를 위해 정주를 위한 주상복합 아파트의 부지 면적을 넓혀 주었다. 이렇게 된다면 교통, 쇼핑, 업무 시설에 혁신 공간을 넣고, 주상복합 아파트가 곳곳에 박힌다. 역세권 개발에 핵심 개념이 없으면 자칫 비빔밥이 된다.

살아보면 알겠지만 하루 종일 불이 켜져 있는 업무복합지구가 시민 주거지로 알맞은 것이 아니다. 여기에 창업공간까지 넣는다고 한다. 창업은 고물가에 시달리는 비싼 동네에서 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명품 도시는 업무 지구와 베드타운과 창업 공간이 어는 정도 분리되어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실리콘밸리의 배후 도시로써 인기가 있는 것은 도시 내용물이 적절히 분리되고 조화를 이룬데 있다. 주도심에서 트램 또는 지하철 3구간 정도가 역세권이다. 정주공간은 핵심 업무 중심 지구에서 떨어져야 한다. 그쯤에 공원과 주거지가 함께 한다면 최적의 정주공간이 된다.

지구촌에는 가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가 있다. 멋진 도시와는 사랑을 나누듯 꿈까지 꾼다. 시민이 함께 하는 브레인스토밍이 길어진다고 하더라도 100년을 보는 도시 개념을 만들고 사용자 중심으로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 대전역세권을 문화와 경제를 담는 매력 있는 국제도시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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