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의 단상] 따뜻한 사람만 보고 싶다

홍경석 편집위원 승인 2021.10.12 15:05 의견 0

백영심은 아프리카 중동부 국가 말라위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간호사다. 그녀는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한라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고려대 의대 부속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1990년 28세에 아프리카 케냐로 가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말라위 치무왈라로 간 백 씨는 유치원 등을 비롯한 교육기관과 진료소를 세웠으며 2008년에는 한 기업인의 기부를 받아 릴롱궤에 대양누가병원을 설립했다.

2010년 갑상선암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으면서도 대양간호대학을 개교하는 등 진료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2012년 11월 27일에는 제2회 이태석상(아프리카 수단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이태석 신부를 기리기 위해 외교부가 2011년 제정한 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제44회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 2015년엔 제25회 호암재단 호암상 사회봉사상, 2020년에는 제8회 성천상을 받았다.

성천상 수상자에 간호사가 선정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1990년 9월,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당시 28세이던 백영심 간호사가 아프리카 케냐로 의료 선교를 떠나던 날이었다.

귀한 셋째 딸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프리카로 간다니 가족들은 반대했다. 처음엔 정식 선교사 월급 대신, 교회 청년들이 모아준 300달러(약 36만 원)와 병원 퇴직금을 가지고 떠났다.

백 간호사는 케냐에서 4년, 나머지 세월은 아프리카 중에서도 최빈국이라는 말라위에서 보냈다. 자기 월급을 쪼개고 아껴 말라위에 유치원·초등학교·진료소를 지었고, 200병상 규모의 최신식 종합병원인 대양누가병원과 간호대학, 정보통신대학 설립도 주도했다.

백 간호사는 호암상으로 받은 상금 3억 원도 현지에 도서관을 짓는 데 썼다. 성천상 상금 1억 또한 현지 중·고등학교를 짓는 데 쓸 예정이라고 했다. 여장부도 이런 여장부가 또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억대의 상금을 말라위 국민을 위한 의료봉사활동과 교육기관, 진료소 등을 세우는데 쾌척하고 국제 구호품 시장에서 겨우 1달러 주고 샀다는 남방과 면바지를 입고 시상식에 왔던 백영심 간호사는 진정 ‘광명의 천사’로 불렸던 제2의 나이팅게일이었다.

이런 백의의 천사들이 많은 사회는 진정 낙원이자 천국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최전선에서 국민 건강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진의 수고가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 팬덤 ‘아미’가 코로나에 확진된 생후 13개월 아기를 보살핀 대전 건양대병원에 선물을 보냈다고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제2의 백영심을 보는 듯하여 흐뭇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그야말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로 봉사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도 따뜻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신규 분양 아파트엔 불로소득을 노리는 전국의 투기꾼들이 발호하고, 보이스피싱 조직은 더욱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요지경 세태는 정치권으로까지 비화되었다.

여당 김 모 의원이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GSGG"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기면서 욕설 논란이 요동쳤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 법률대리인 정 모 변호사는 원로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향해 막말을 해 충격을 던졌다.

고대 로마의 귀족 남성들까지 끌어들여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그에게서 배울 만치 배웠다는 자들의 인식수준이 저 정도 수준밖에 안 되나 싶어 말도 안 나왔다.

23일은 상강(霜降)이라 기온이 더욱 낮아진다. 백영심 간호사와 건양대병원 간호사들처럼 따뜻한 사람만 보고 싶은 건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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