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홍철의 아침단상] 인생을 다시 산다면…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승인 2021.10.13 15:29 의견 0

나딘 스테어라는 미국의 시인이 있습니다. 85세가 되던 해에 시를 썼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스티브 잡스가 인생을 바꿨다고 찬사를 보낸 ‘Be Here Now’의 저자이자 명상가인 람다스가 ‘항상 지니고 다니는 글’로 알려져 있지요.

시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로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이번 인생보다는 더 우둔해지고,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더 자주 여행하고 더 자주 석양을 바라보리라”라고 했습니다.

우리네 평범한 인생과는 사뭇 다른 생각이지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이루려 발버둥치고,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 여유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 억척을 떨지요. 저도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면 ‘배려’와 ‘역지사지’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만족스럽게 실천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러한 삶의 태도와 생각은 나이가 들면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에게 실망해 마음이 아플 때도 자주 있지만,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선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그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익과 손해,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은 대립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지요. 마음을 조금 비운다면 세상에 그렇게 억울할 것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너의 이익’과 ‘나의 이익’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결국 자신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좀 불리해지거나 서운한 생각이 들더라도 크게 씁쓸해하거나 충격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그들’과 별개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나를 자제하는 것이 그들의 이익이라면,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곧 나의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고통과 이익을 구성원이 함께 나누는 것이 공동체 의식입니다. 새마을운동은 출범부터 지금까지 공동체운동이 주된 활동이지요. 공직생활을 마치고 이러한 공동체운동을 통한 ‘사회적자본’을 축적해 나가는 일에 참여하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삶이란 잃기도 하고 얻기도 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음을 비운 상태지요. 이렇게 욕심을 버리면 조금 허전할지 모르지만 그 속은 보람으로 채워집니다.

우리가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때 자신이 투자한 펀드의 가치가 얼마일까를 따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만약 내가 그렇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내가 항상 하고 싶어 했던 일을 하고 살았더라면’이라는 후회가 있겠지요.

나딘 스테어의 시도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여행할 때 체온계와 보온병, 레인 코트, 우산이 없으면 어디도 갈 수 없는 사람이었으나,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한결 간소한 차림으로 여행길에 나서리라”

나딘 스테어가 시의 첫머리에 ‘더 많은 실수’라고 한 것은 ‘욕심을 추구하지 않는 삶’의 다른 표현이었을 것입니다. 우리, 이익보다는 손해를 감수하는 ‘실수’를 범하며 살아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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