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무의 쌈지경영] 김형석 교수와 걸언례(乞言禮)

조병무 편집위원 승인 2021.11.10 15:29 의견 0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98세에 자동차 면허증을 딴 충남 공주의 박기준 할아버지가 있다.

100세가 넘어서도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1920년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로 102세 되신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인생의 황금기는 60~75세가 황금기라고 말하며 삶의 지혜를 나누어 주고 있다.

얼마 전 김 교수는 일본 산케이신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과거에 묶여 있으며, 언론에 대한 압박은 강화하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친일파를 배제한 북한에 비해 친일파를 그대로 둔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독립’이라는 정통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관계는 미래로 향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도 아베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과거에 질질 끌며 해결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악화된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일은 “앞으로 20~30년 한일 젊은이들의 희망을 빼앗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의 생각에 변화가 있을 만한 조짐이 없다며 정권이 바뀔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정부가 “중국에 의존해 북한과 통일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50년 후에는 큰 실패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이“(일제시대)항일운동을 하는 것 같은 애국자로서 존경받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언론중재법에 대해 “자유가 없어져 북한이나 중국처럼 되면 인간애도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원순 유족 측 법률 대변인으로 알려진 정철승 변호사는 김 교수에 대해“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생각과 표현은 자유이니 어디에 낙점을 들 것이냐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나 노인 폄하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다산 정약용 목민심서 애민편(愛民篇)의 걸언례(乞言禮)를 소개한다.

걸언(乞言)은 말씀을 빌린다는 뜻으로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는 80이 넘은 노인들은 두려움도 없고 또 이해타산(利害打算)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시정의 득실을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직언(直言)을 한다. 이러한 강점을 정사(政事)에 반영하는 행사가 걸언례(乞言禮)다.

다시 말해 고을 안에 80세 이상의 노인들을 모셔와 잔치를 베풀고 그냥 해산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의 입을 통해 백성들이 당하는 괴로움이나 고통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도록 하여, 좋은 의견이나 지적이 나오면 시정할 방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노인들의 지혜를 정책에 활용한 제도로 높이 살만한 그리고 계승할 만한 일이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를 듣지 않고 제 자랑만 늘어놓는 목민관이나 정치인이 있다면 깊이 반성할 일이다.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단풍이 익어가는 계절 속에 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고 한 시인의 말을 반추하면서 가을을 허그(HUG)한다.

조 병 무 /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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