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훈 칼럼] 대전광역시, 과학도시는 어떻게 만드는가?

과학 도시의 꽃, 기술 실증화 사업

강대훈 회장 승인 2021.11.10 15:56 의견 0

지자체가 돈을 만드는 것에는 세 가지 방법

정부의 예산을 받아 오는 것(정치력이 필요하다),
외국 투자를 끌어오는 것(글로벌 역량이 필요하다),
지역 산업을 육성하여 스스로 버는 것(산업에 대한 통찰과 디자인 역량이 필요하다)이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수소 경제와 그린 뉴딜

에쓰오일(S-OIL)은 대전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 기업인 ‘에프씨아이(FCI, Fuel Cell Innovations)’에 82억 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하는 계약을 했다. 이 회사는 파일럿 단계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대전에 있는 몇 안 되는 외자 기업이다.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에 40여 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 수소 경제의 핵심적인 부문이다. 에쓰오일 뿐이 아니라 쉘(Shell), 토탈(Total) 등 세계의 에너지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와 유럽 연합이 주도하는 탈탄소 정책에 맞추어 수소 경제 전반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기술 실증화와 지역 산업의 육성

나는 위 회사 임원에게 외국인 투자 기업을 지원하는 대전시에 대한 평가를 부탁해보았다.(210310)

“글로벌 R&D 센터에 입주해서 좋은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보아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그러나 타 시도와 같이 규모 있는 실증화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해 산업계를 이끌 수 있는 동력을 만들 수 없었다.”그의 말은 대전시 산업 정책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시가 그동안 여러 인연을 통해 기업을 유치하고, 시장과 MOU를 한 것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서비스는 그 동안의 관성으로 흘러간 것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기업 몇 개, 특화된 산업 부문이 도시 전체, 아니 국가를 먹여 살리기도 한다. 하나의 아이템과 기술 혁신이 가져오는 산업, 기업이 주는 도시 변화, 새로운 산업이 바꾸는 세상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이 ‘검찰의 고발 사주’와 ‘성남시 대장동’ 이슈에 덮여 있었던 올 10월, 미 바이든 대통령은 저탄소 경제, 그린 뉴딜에 10년간 5조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CNN은 우주항공개발 예산을 넘는 이 사실을 breaking news로 중계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알렸다. 문재인 정부도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한국판 뉴딜에 2025년까지 당초 계획 160조에서 220조 원으로 확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에 경기와 경남, 부산, 울산은 조 단위의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우리가 몇 백억, 몇 천억 단위의 사업을 하고 있을 때, 이웃 도시들은 몇 천억, 몇 조 이상의 시장을 겨냥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그들은 이미 내년에 중앙 부처가 공모할 그린 뉴딜에 관한 국책 사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시의 과학산업, 투자유치 담당자는 산업의 전후방에 대해 철저히 공부를 해야 한다. 세계 시장, 산업의 가치사슬을 모르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게 된다.

광역시의 기술 실증화사업, 모험적으로 과감히 규모있게
기술 실증화 사업은 과감하게, 규모있게 모험적으로 해야 한다.

적당하게, 소박하게, 이렇게 저렇게 ‘안전빵’으로 가면 글로벌 산업계를 이끌 수 없다.

성남시는 드론 기업(56개)이 자유롭게 시험 비행을 통해 연구 개발을 할 수 있도록 관제공역 내 시험 비행장을 조성했다(2019). 이른바 규제 프리의 샌드박스이다. 대전도 3대 하천 공역에 드론 특별자유화구역을 지정받았지만 2021년으로 3년이 늦었다. 과학 기술계에서의 3년, 1095일은 신석기와 구석기 시대의 구별만큼 차원이 다르다. 첨단 드론의 실증화는 이미 다른 도시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2021년 3월 4일, 스페이스 X 화성 이주용 우주선이 폭발했다. 텍사스주 보카치카 발사대에서 날아오른 ‘스타십’ 시제품 SN10은 고도 9.97㎞까지 비행한 뒤 지상에 착륙하고 있었다. 그때 선체 하단에서 발생한 불길로 동체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십 시제품이 폭발한 것은 세 번째였다. 이렇게 사고가 나면 주가는 떨어지고, 담당 임원은 책임을 져야 하며, 경영권은 흔들린다. 그날 폭발은 테슬라 주가에도 영향을 주어, 5주 사이에 300조 원 이상이 날아갔다. 그러나 실증화 과정 자체가 실패를 포함한 것이다. 그들은 발사기지 근처 술집에 마리화나를 피우거나, 버번위스키를 들이켰겠지만, 다시 우주선을 올릴 것이다. 2021년 10월 2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우주선을 발사했다. 누리호는 비행했지만 괘도 안착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실패를 대하는 한국인의 태도에서 과학인들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실패에 대한 질책보다 성공을 위한 과정으로 격려했던 것이다. 새로운 길은 그렇게 바닥에 떨어지면서, 흔들리면서 간다.

과학 수도 대전시는 대전도시철도공사 및 에스퓨얼셀(주)과 25kW급 건물용 연료전지 개발·실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20년 5월). 대전시도 수소 경제로 들어온 것이다. 다음 단계는 수소와 지역 경제를 연계하는 전략, 수소 기업 유치와 집접, 규모 있는 실증화 사업을 위한 과감한 도전과 도시 공간 창조로 이어져야 한다. 앞선 그 외투기업 임원 말대로 보다 공세적으로 연료전지 스테이션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 공공디자인을 더하면 멋진 도시 마케팅 요소가 된다. 그러나 센터를 세우고 공간을 빌려 주는데 그친다면, ‘대전이즈유~’가 해왔던 평이하고 안전하게 따라가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외래 투자와 지역 산업의 불이 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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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fueling stations,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 flickr

현역 시절, 고객사 가운데 에너지 기업이 꽤 있었기 때문에 세계 에너지 시장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페트로차이나(PetroChina), 론지솔라(隆基股份)의 사업 실증화 규모는 대단했다. 도시 전체를 떠서 하나의 실험 도시로 만든다. 중국이 빠르게 미국을 추적하고 산업을 선도하는 것은 과감하고 모험적인 실증화를 실행하기 때문이다. 실증화 과정을 통해 자본을 집적하고 기술 개발의 속도를 높이며 무수한 데이터를 단기간에 확보한다.

아직도 메일에는 아프리카, 인도, 중동 쪽에서 태양광 발전에 대한 인콰이어리가 온다.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규모는 엄청나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원자력이 안전하지도 싸지도 않은 에너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비전펀드를 이끄는 소프트 뱅크 손 마사요시 회장은 Mega-Solar Plants이라는 거대한 실험을 통해 원자력 에너지 사용을 태양광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 도시의 꽃은 세미나, 포험, 과학 축제가 아니라 실험실에서의 연구개발을 도시 전체를 실험실 삼아 검증하는 실증화 사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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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의 실증화, google자료, 네바다 사막, 태양발전소

에너지 운용 시스템에 따라 도시 형태도 급격히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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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파리


아래는 구글에서 퍼 온 미래의 파리이다. 멀리 에펠탑이 보인다.

나는 수 년 전부터 친환경 에너지 자급도를 높이고, 근린 생활권에서 랜드마크가 되는 수직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해 왔다. 202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영선 후보가 콤팩트시티 수직정원 공약을 걸어서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과학정신은 상상, 탐구, 실험이다. 과학 도시는 먼저 상상해야 한다. 상상을 검증하기 위해 탐구하고 실험한다. 세상에 없는 개념을 만들고 실험을 한다면 그 자체가 도시 성장의 기폭이 된다. 도시에 나쁜 것은 관성으로 행정을 하는 것이고. 지역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 시민 생활에 변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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