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칼럼] 쓰기 습관이 반성력을 키운다

김종진 작가 승인 2022.07.13 13:24 의견 0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한다.’고 말하는 <적자생존>에는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스마트 폰에는 스케줄을 잘 잡아주고 도와주는 비서 어플리케이션이 늘 손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에 글을 써 넣으면 언제든지 손쉽게 자신의 생각을 열어볼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디지털 메모와 아날로그 메모 중에 어떤 것이 뛰어날까?

무엇이 낫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장단점은 있다. 펜과 메모지 없이 저장할 수 있는 장점과 휴대의 편의성 측면에서는 스마트폰을 따라갈 수 없다. 펜과 노트를 이용하여 적는 기록은 구시대적인 유물 같지만 기억으로 저장되고 책임감으로 바뀐다. 아이들에게 디자인이 예쁜 메모 공책을 선물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자기계발 다이어리나 바인더를 쓰도록 권유하며 부모가 먼저 쓰는 모범을 보이고 함께 쓰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학습지에 수업 후에 잘했는지 체크하며 짧은 메모를 남긴다. 몇몇 학부모와 아이들이 글을 보고 감동받았다며 감사하다거나 잘못했다거나 등의 글을 예쁜 편지지에 써온다. 나는 그것에 감동하고 오랫동안 기쁜 마음으로 남는다. 아직도 싱크대 면면마다 붙어있는 사랑의 메모나 편지들이 웃음을 주고 때론 반성하게 만든다.

아인슈타인은 집 전화번호 같은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고 했다. 적어두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을 굳이 외울 필요가 없다는 남다른 생각이다. 안심하고 잊을 수 있는 여유, 그것은 아인슈타인만의 창의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지휘자 박칼린 씨는 젊은 시절부터 아이디어도 적어놓고 그림도 그리면서 메모로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다. 박 씨의 메모 법은 장단기 계획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아이디어 및 생각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리고 실현된 메모는 삭제하는 방법으로 꾸준히 해나간 결과 책임감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의 기록은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 반성할 때다. 메모를 꾸준히 하면서 정리하는 사람은 삶을 성공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또한 펜으로 쓰며 반성하고 반성하다보면 완성된 인간으로 향하게 된다.

요즘 학생들의 일기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로 담임선생님 재량껏 쓰지만 내가 어릴 때에는 일기는 매일 쓰는 것으로 알았다. 日記의 日은 날마다 해가 뜨기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쓰는 것이라고 했고 매일 검사를 하셨다. 일기 쓰기 숙제는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일기 아랫부분에 선생님의 메모는 그 시기를 겪어내는 용기가 되었고 큰 힘이었다. 그때 쓴 일기는 나의 보물이 되었다. 송곳으로 뚫어 여러 권을 묶어서 가지고 다니기도 했고 그렇게 묶여있는 나의 소중한 일기장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했었다. 일기 쓰기 습관은 글쓰기 실력도 향상해주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도 제시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잘못된 점을 돌아볼 수 있는 반성의 힘을 키워준다. 반성할 수 있는 능력으로 삶을 발전, 변화, 성장시킨다. 스스로 변화시켜 만드는 교육은 어떤 교육보다도 최고의 효과가 있다.

일기와 산문 <정자나무에 핀 작은 불꽃> 책의 저자 이택신 선생님은 학창시절부터 일기를 꾸준히 써왔다. 80세 이후에도 일기를 쓰셨던 이택신 작가는 일기는 자신의 기록이며 역사라고 강조한다. 학창시절에 일기 쓰기는 반성력을 키워주고 좋은 인성의 밑거름이 된다. 메모를 못 하고 있는 젊은 부모들이 반성할 일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다 되는 편리한 세상, 그래도 종이에 적는 사람은 반성이 기억으로 저장되어 더 좋은 품격을 남기며 산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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