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덕 회장, 세종시 민간정원 2호 ‘꽃밭에서’

조가화무(鳥歌花舞), 새가 노래하고 꽃이 춤춘다

정여림 작가 승인 2022.07.13 14:23 의견 0
세종시 민간정원 2호 ‘꽃밭에서’

메타세쿼이아, 옥수수대, 달리는 기차… ‘환상의 궁합’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남은 하루하루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6월이면 마을의 어귀나 길가, 담장에서 반갑게 마주하는 접시꽃. 도종환 시인이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를 써 우리에게는 더 정감을 자극하는 꽃이다.

세종시 민간정원 2호 ‘꽃밭에서’

다홍, 연분홍, 흰색의 접시꽃이 천지로 핀 세상을 만나고 싶다면 세종시 민간정원 2호 ‘꽃밭에서(국암정원)’을 찾아보자. 2018년 문을 연 ‘꽃밭에서’는 계절별로 피는 다양한 꽃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기다린다. 튤립, 작약, 채송화, 봉선화, 나팔꽃, 백합, 억새, 핑크뮬리 등 수백 가지의 꽃들이 피고 진다.

세종시 민간정원 2호 ‘꽃밭에서’

정원 왼편으로는 50년 넘은 메타세쿼이아가 300m 줄지어 늘어서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국화, 핑크뮬리가 만발한 10, 11월이면 인기 촬영지로 가족, 연인들의 발길이 잦다.

정원은 입지로 보면 경부선, 호남선 철길과 인접하다. 조치원 서창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 내에 있어 꽃밭을 지나는 기차도 간간이 볼 수 있는데, 그 정취 또한 이색적이다. 사진작가들은 늘어선 메타세쿼이아, 정원 외곽에 심겨진 옥수수대, 달리는 기차까지 더해져 이 정원의 풍광은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이라며 손꼽으며 많이들 모여든다.

황순덕 회장

젊은 엄마들 ‘독박육아’로 스트레스가 많다고 들었는데… 편안한 쉼터 되길

“봄에는 개구리가 합창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며, 가을에는 갈대, 겨울에는 단풍든 메타세쿼이아의 행렬이 눈길을 끄는 정원입니다. 세종시 신도심과 멀지 않으면서도 혼잡한 지역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사색의 공간이 됐으면 하는 소박한 꽃밭입니다.”

정원 주변으로 청보리밭이 펼쳐지고 호박넝쿨이 무성하다. 인위적인 꾸밈보다는 자연스럽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미를 살렸다며 정원의 사계를 소개했다. 황 회장은 코로나19시대에 시민들이 실내를 벗어나 힐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옛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원두막을 형상화한 2층의 파고라 8동도 설치해 시민들이 누구나 망중한을 즐기게 했다. 황 회장은 자발적으로 땀 흘려 일군 정원을 시민들이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정원을 가꿉니다. 부담 없이 방문해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전면 무료 개방하고 있습니다. 세종시는 젊은 도시라 젊은 엄마들이 많은데, 독박육아로 스트레스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분들이 특히 많은 이용하기 바랍니다.”

장영 세종시 노인회장

황무지를 개간해 꽃밭을 만드는 정치인

황 회장은 2018년에 이 정원을 개장했는데, 그의 집안은 예부터 꽃을 좋아했다. 그의 할아버지도 꽃을 유난히 즐겨 할아버지와 함께 장미꽃밭을 가꿨다는 기억이 선명하다는 그는 꽃 사랑이 지극하다. 그의 아내 김경자 여사는 오늘의 ‘꽃밭에서’가 되기까지 황 대표의 정성에 대해 입을 열었다.

“남편은 새벽부터 눈만 뜨면 정원에 나가 일할 생각을 합니다. 뙤약볕 아래서 하도 일하다 보니 피부가 까매졌어요. 원래는 정원 자리가 모래 늪지였는데 이것을 개간하려니 사람 손 가는 일이 많았지요. 봄 제초작업을 할 때면 손길이 부족해 일꾼도 씁니다.”

‘꽃밭에서’는 산림청과 세종시 지정 민간정원이라 어떤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줄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공기관의 지원은 전혀 없이, 황 회장 자부담으로 경영된다.

황 회장은 충남 연기군 전동면이 고향으로, 1991년 연기군 초선 시의원이 됐고, 이후 5선 의원으로 연기군의회 제2대 의장을 맡기도 했다. 2012년 정치 활동을 접고, 치유농업의 길을 시작했다.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

‘조가화무(鳥歌花舞)’ 새가 노래하고 꽃이 춤추는 정원

지난 10일, 황 회장은 세종시민과 내빈 등 200여 명을 초청해 ‘꽃밭에서’ 정원현장에서 축하연을 열었다. 올해 10월 세종에서 열릴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 홍보 겸, 세종시 민간정원 제2호인 꽃밭에서 현판식을 거행하기 위해서다. 인사말에서 황 회장은 소회를 밝혔다.

“세종시는 조치원 구도심의 애환도 돌봐야 균형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세종시가 관광·축제를 매개로 자족도시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세종시가 관광명품도시가 되는 길에 일조하고 싶다.”

축하공연
축하공연

평소, ‘잘 만든 축제 하나가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지론이 강한 그의 세종시 사랑에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한국비림원 원장 허유 선생은 이 축하 공연에서 ‘조가화무(鳥歌花舞: 새가 노래하고 꽃이 춤춘다)’라는 족자를 친필로 써 황 회장에게 전달하고 그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연이어 마이크를 건네받은 윤철현 축하객은 그의 선행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겨 놓았기 때문이다. ‘꽃밭에서(국암정원)’가 아름다운 건 황순덕, 김경자 님이 있어서다. 황무지를 개간해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노고에 감사드린다.”

김세영 작가는 황 회장의 과거 정치 활동의 현장을 보고 감동해 쓴 자작시 ‘그대 있어 세종 있다’라는 시를 낭송했다.

“…우린 그대를 변치 않는 소나무라 한다. 지지 않는 꽃이라 한다… 그대 있어 빛나는 세종시가 있다.”

세종시 민간정원 2호 ‘꽃밭에서’

5월에 ‘꽃밭에서’ 화려했던 작약은 이미 졌다. 6월 지금은 접시꽃이 큰 키를 유감없이 뽐내며 큼지막한 꽃잎을 활짝 열었는데 곧이어 백합이 만발할 예정이다. 10월 11월이면 몽환적인 핑크빛 물결을 만드는 핑크뮬리와 가을의 상징 국화꽃의 향연이 이어진다.

남은 여름과 오는 가을, 많은 시민들이 ‘꽃밭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꽃들의 퍼레이드를 가족, 연인과 함께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길 추천한다.

현판식

2022년 세종 정원산업 박람회

정원산업 박람회는 산림청이 정원산업의 활성화와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개최하는 행사로 2020년 제1회는 순천에서 열렸다. 올해 세 번째(제3회) 행사가 세종에서 개최된다.

2022년 정원산업박람회는 산림청이 주최하고, 세종시 주관으로 국·시비 20억 원을 투입, 올 10월, 세종 중앙공원에서 ‘세종애, 호수애, 정원애 빠져들다’라는 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이번 박람회는 ▲정원산업전 ▲코리아가든쇼 ▲컨퍼런스 ▲반려식물 클리닉·체험프로그램 ▲공연 등 다채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세종시는 이번 박람회로 세종시가 명품 정원도시로 위상을 높이며, 우리나라 중부권 전체의 정원문화와 정원산업을 발전· 확산시키는 계기로 거듭나게 되기를 기원한다.

※ 민간정원이란?

‘수목원·정원법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청을 받아 심의위원들의 서류·현장심사를 거쳐 적합성, 심미성, 안정성, 운영성 등을 확인하여 민간정원으로 등록한다.

산림청·세종시는 지난해 12월 전의면에 있는 ‘목인동’에 이어 조치원읍의 ‘꽃밭에서(국암정원)’를 민간정원 2호로 등록했다.

세종시 민간정원 2호 ‘꽃밭에서’

꽃밭에서: 조치원읍 신안리 244-12, 13, 15번지(총2,851㎡)
접시꽃밭 위치: 세종시 전동면 노장리 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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