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용 칼럼] 어려운 시기 ‘경란(警亂)’이라니

한평용 회장 승인 2022.08.05 15:57 의견 0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한다. ‘국민들의 삶을 지탱해 주는 지팡이 같은 역’이라는 뜻이다. 지금도 밤을 새우며 치안을 위해 성실히 일하는 경찰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몇 해 전 한 경찰관의 미담이 기억에 새롭다. 실직한 20대 청년이 며칠을 굶다 못해 편의점에서 약간의 먹을 것을 들고 나오다 잡혔다. 경찰관은 현장조사를 하고 사정을 알아봤다. 참으로 딱한 사정이었다.

편의점 주인도 훔친 물건이 얼마 안 되고 청년의 사정이 너무 딱 하자 처벌을 원치 않았다. 그때 청년을 담당한 말단 경찰관은 쌀과 먹을 것을 사 주고 힘을 내라고 격려했다.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선 청년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청년에 대한 경찰관의 선행은 당시 추운 겨울을 녹여주는 따뜻한 미담이었다.

어느 해인가 경찰관들이 시각 장애인들과 함께 금강산을 관광한 일이 있었다. 민중의 지팡이 역을 성실하게 수행하겠다는 의지로 기획한 퍼포먼스였다. 누구의 도움 없이는 걸을 수 없는 장애인들의 손을 잡고 금강산 여행길을 떠났던 것이다.

경찰관들의 손을 잡은 시각 장애인들은 금강산과 동해를 피부로 느끼면서 무한한 행복에 젖었었다고 한다. 눈으로 불 수 없는 천하절경이었지만, 바람소리, 새 소리, 파도소리를 듣고 모두 절경을 연상하며 기쁨을 만끽했다고 한다.

이 퍼포먼스는 시사하는 것이 많았다. 세상을 살면서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국민들의 진정한 눈과 지팡이가 되어 주겠다는 의도였던 것이다.

지난 1991년에 제정된 경찰헌장은 5대 덕목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봉사하는 친절한 경찰 2. 어떤 불의나 불법과도 타협하지 않는 의로운 경찰 3. 양심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공정한 경찰 4.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근면한 경찰 5. 화합과 단결 속에 규율을 지키며 검소하게 생활하는 깨끗한 경찰.

그러나 과연 오늘날 한국 경찰들이 이런 윤리 헌장을 잘 지키고 있는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훌륭한 경찰들이 있는가 하면, 민중의 지팡이 위상에 먹물을 끼얹는 이들도 있다.

대한민국 경찰은 치안을 책임지는 중추적인 조직이다. 총을 소지하고 있으며 일단 유사시 군대처럼 무장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매우 중요시한다.

지금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을 싸고 나라가 시끄럽다. 경찰의 엘리트그룹이라는 경찰대학 출신 경찰서장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결정에 집단 반발로 나서는 경찰관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반영하는 것인가. 아니면 경찰이 정권에 정면으로 대항하겠다는 것인가. 야당은 반발하는 경찰관들을 두둔하며 연일 집단행동을 부추기고 있다. 나라를 혼란에 빠뜨려 대한민국을 망칠 셈인가. 나라가 혼란에 빠지면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찰 간부 14만 명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다. 경찰 헌장 5대 덕목 중 하나인 ‘화합과 단결 속에 규율을 지키며 검소하게 생활하는 깨끗한 경찰’에 정면 위배 되는 것이다.

정부도 경찰관들의 목소리를 외면만 하지 말고 행안부장관과 경찰청장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대화를 통해 이해하고 설득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쿠데타 운운’이라는 말로 집단의사를 매도한 것은 시대착오적 언행이다.

지금도 많은 경찰 일선 간부들은 적은 업무추진비에도 불평하지 않고 사명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사기진작에도 정부는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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