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영의 여행이야기] 지리산 칠선계곡… 금단의 비경, 최후의 원시림

지리산 칠선계곡

소천 정무영 승인 2022.09.15 13:03 | 최종 수정 2022.09.15 13:23 의견 0

지리산은 1967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경남 하동, 함양, 산청, 전남 구례, 전북 남원 등 3개도, 5개 시군에 걸쳐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둘레가 320여km나 되는 지리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봉우리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20여 개의 능선 사이로 계곡들이 자리하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지리산의 동쪽과 서쪽, 영남과 호남이 서로 만나는 지리산은 크다, 깊다, 넓다는 것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버지의 어깨처럼 장엄하기도 하고,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기도 하며 언제라도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지리산은 치마폭 안으로 5대 계곡을 거느리는데 지리산 최대의 계곡미를 자랑하는 함양 칠선계곡(추성계곡), 지리산 반야봉에서 반선까지 산의 북사면을 흘러내리며 전 구간이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남원 뱀사골 계곡,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비롯된 계곡으로 주요골짜기인 법천계곡은 법천폭포, 유암폭포, 무명폭포를 비롯하여 소와 담이 곳곳에 있어 자연이 연주하는 교향악 소리, 때로는 실내악기처럼 고요하게 퍼지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산청 중산리 계곡, 직전마을부터 삼홍소까지 이어진 피아골 자연관찰로를 따라 가을철 단풍이 아름다운 걷기 좋은 계곡 구례 피아골 계곡, 지리산 노고단을 중심으로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여름철 물놀이 명소 구례 문수골 계곡 그 중 최고가 산쟁이들의 로망 칠선계곡이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칠선계곡은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손꼽히며, 안으로 들어갈수록 골이 깊고 험해 죽음의 골짜기로 불리기도 하며 금단의 비경, 최후의 원시림 등 갖가지 형용사들이 동원되어 표현된다. 지리산의 대표 계곡으로 험난한 산세와 수려한 경관, 그리고 지리산 최고의 원시림을 끼고 있으며 천왕봉 정상에서 마천면 의탄까지 장장 18km에 걸쳐 7개의 폭포수와 33개소의 소가 펼쳐지는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연출된다. 그 중 추성마을에서 천왕봉까지 14km 정도가 등산코스로 갈 수 있다.

지리산 말만 들어도 설레는 산이다. 이미 화대(화엄사~대원사) 종주와 성중(성삼재~중산리) 종주로 두 번의 종주와 대여섯 번의 천왕봉 등정이 더 그리움으로 기억시켜주고 갈 때 마다 다른 모습으로 맞이하여준다. 전국에서 ‘산이 있어 행복한 분들의 산악회’라는 캐치프레이즈의 ‘한마루알파인클럽’ 게시글에 지리산 칠선계곡 탐방신청 이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그 동안 여러 번 가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어서 미루며 늘 영상으로만 꿈꾸던 곳이라 동행을 신청하고 취소되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소풍가는 아해처럼 기다렸다. 두근두근 늘 SNS에서 뵈었던 분들을 처음 보는 날이다. 칠선계곡의 폭포들을 보는 것만큼이나 기대되고 설렌다. 자주 사진으로 보아왔던 터라 처음이지만 낯설기보다는 반가움이 크다. 서울에서 오시는 큰성 님, 천안의 제리 님과 데빌킨 님, 대전의 톰 세르파 님 그리고 공주의 여왕공주 님, 이쁜공주 님, 착한공주 님과 야수 님 등 전국의 ‘등산레전드’들이 모였다. 새벽부터 만나 출발지인 추성주차장까지 이동하는 동안 저마다의 산행 기네스북을 내비치기도하며 하하호호 출발지에 도착하고 HAC하얀색 모자로 통일한 산쟁이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의 구령에 맞춰 준비운동을 하고 주의사항을 듣고 출발한다.

계곡 입구의 용소를 지나 가파른 마을길을 올라서면 탐방로 문이 맞이한다. 문을 지나면 멀리 아래로 계곡이 보이며 숲길을 따라 오르다 돌담길을 따라가면 바로 두지동 마을이다. 두지동마을 두지터는 가락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신라군에 대항하여 군량미를 비축하는 곳이라 하여 두지(곡식창고를 이르는 경사도 말)동이라 한다 전해지고 있다. 좀 더 울창한 잡목 숲을 따라 오르면 칠성동 옛마을 쉼터 독가촌을 지나게 되고 아직까지도 계곡은 보이지 않는다. 요란한 물소리만 들리다가 칠선교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폭포탐방 산행이 시작 된다.

이곳에서부터 험한 산길이 선녀탕까지 계속된다. 선녀탕에는 일곱 선녀와 곰에 얽힌 전설이 전한다. 선녀탕을 지나면 바로 옥녀탕으로 이어지고 옥녀탕의 기운이 처음으로 발길을 사로잡는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벼랑을 오르면 진한 옥빛의 비선담이 내려다보인다. 비선담위로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무명폭포들과 우리나라 3대 계곡다운 멋진 계곡이 펼쳐지고 예약 없이 상시 탐방할 수 있는 마지막 등산로 비선담통제소 데크에서 계곡을 조망 한다.

공단 안내직원으로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안내에 따라 통제선을 넘어서면 명불허전 원시림의 진수 이끼계곡을 따라 험한 길을 오른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면 손바닥만큼 하늘이 보이고 왼쪽 계곡으로 치마폭포가 맞이한다. 대홍수에 폭포아래 소가 바위와 돌로 메워지고 떠내려 온 나무가 걸쳐있어 조금 부족한 듯하지만 치마 모습은 선명하다. 치마폭포 오는 길에 큰 바위 아래 청춘홀이 있다 했는데 못보고 지나쳐 아쉬움 가득 하다.

잠시 사진도 찍고 한 숨 돌리고 이끼를 뒤집어쓴 바위들을 조심스레 밟고 진행하면 드디어 대표선수 칠선폭포를 맞이한다. 역시 대표폭포 답다. 수량도 충분하고 장관이다. 다시 오르기를 10분 남짓 칠선계곡 최고의 폭포 대륙폭포를 만난다. “야~!” 여기저기 감탄사가 나온다. 그 규모와 멋짐이 최고다. 칠선계곡 폭포 이름으로는 어울리진 않지만 대륙산악회에서 발견하여 대륙폭포라 이름지어졌다 한다. 다시 마지막 삼층폭포를 향하여 30~40분을 오르면 오늘은 종착지 삼천폭포(삼층폭포)를 만난다. 여기가 오늘 우리에게 허락된 마지막 장소인지라 폭포 위로 살포시 보이는 2층 폭포와 3층 폭포는 올라갈 수 없었다. 삼천폭포 아래서 점심을 먹고 하산하기로 하고 자리를 폈다. 단연 이야기꺼리는 2층, 3층 폭포에 올라 마지막 폭포인 마폭포를 거쳐 천왕봉까지 올라가고 싶은 산쟁이들의 국공직원들을 향한 절규에 가까운 하소연들이다. 행 님은 어느새 폭포 왼쪽으로 메어놓은 밧줄까지 확인하고 오신 듯 가리킨다. 아쉬움에 모두 눈길은 폭포 너머에 닿는다. 마지막폭포는 가을 단풍산행 시 다시 가기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하산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비선담통제소까지 내려오고 비선담에서부터는 자유 산행이다. 모두 눈이 분주해진다. 적당히 옷탕을 할 만한 곳을 찾는다. 드디어 일곱 선녀가 어젯밤에 내려왔을 법한 소를 찾아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풍덩 풍덩 천진난만 웃음소리가 폭포소리와 어울려 청량감을 더한다. 거울 같은 물속으로는 행님 물고기, 야수 물고기가 노닐고, 야수가 물놀이에 정신 팔린 사이 공주님들을 모시러 데빌킨 물귀신(?)도 출몰 한다. 이렇게 하산 길에 옷탕으로 여름을 즐긴다. 칠선계곡은 폭포가 많아 폭포수골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계곡 지리산 최고의 계곡 칠선계곡을 내려간다.

하산 후 가까이에 석굴법당으로 유명한 벽송사 서암정사로 발길을 놓아 본다. 돌기둥 일주문 옆으로 암벽 사천왕상이 위용을 자랑하고 벽을 따라 오르면 석굴법당이 웅장하다. 대웅전 앞으로는 멀리 지리 주능선의 마루금이 출렁이고 돌담장 위로는 일반목련과는 다르게 5~6월에 꽃을 볼 수 있다는 황목련 나무가 돌담장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하고 있다. 대웅전 처마에 매달린 두 개의 물고기 풍경이 바라보고 돌기를 반복하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오늘은 엄마의 품속 같은 지리산 칠선계곡도 식후경, 뒤풀이는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과 막걸리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추천코스

○ 힐링코스
추성주차장 → 두지동마을(1.5km) → 선녀탕(3.3km) → 옥녀탕(3.5km) → 비선담(4.3km)(허락 없이 갈 수 있는 곳) → 돌아내려가기

○ 건강코스(되돌아오기)
추성주차장 → 두지동마을(1.5km) → 선녀탕(3.3km) → 옥녀탕(3.5km) → 비선담(4.3km) 통제소(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동행) → 치마폭포(5km) → 칠선폭포(5.4km) → 대륙폭포(5.7km) → 삼층폭포(6.5km) → 돌아내려가기

○ 종주코스(올라가기)
추성주차장 → 두지동마을(1.5km) → 선녀탕(3.3km) → 옥녀탕(3.5km) → 비선담(4.3km) 통제소(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동행) → 치마폭포(5km) → 칠선폭포(5.4km) → 대륙폭포(5.7km) → 삼층폭포(6.5km) → 마폭포(8.1km) → 천왕봉(9.7km) → 백무동계곡(or 한신계곡)으로 하산

지리산 칠선계곡 탐방예약 가이드제(지리산 칠선계곡 일원 특별보호구역 보전 및 자연생태계 안정화)
국립공원예약시스템(http://reservation.knps.or.kr)에서 예약
상반기(5월, 6월), 하반기(9월, 10월) 시행

○ 매주 월요일(올라가기) 7시 출발: 추성주차장~천왕봉(정상까지 9.7km)
○ 매주 수, 목, 토요일(되돌아오기) 9시 출발: 추성주차장~삼층폭포(왕복 1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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