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벨라떼아뜨로’에는 커피, 너 하나만 있으면 돼~

대전 명사들의 아지트… 이곳에 가면 ‘찐’ 커피를 만난다
카페 벨라떼아뜨로(Bella Teatro) 서구 둔산로137번길 32

정여림 작가 승인 2022.10.11 16:19 의견 0


오의진 대표(1983년생)

하루라도 커피를 안 마시는 현대인은 드물다. 은은히 퍼지는 커피 향을 맡게 되면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행복감을 느낀다. 카페 ‘벨라떼아뜨로’는 2009년 대전광역시 둔산동에 문을 연 이후 드립커피 맛집으로 그 유명세가 자자하다. 카페 오의진 대표는 어머니 황은선 씨와 함께 한결같은 정성으로 커피 맛을 이어왔다. ‘커피는 팔색조’라고 말하는 그는 한가지 자연의 열매에서 이렇게 다양한 맛을 내는 것은, 커피 외에는 없을 것이라며 커피에 대한 무한사랑을 드러냈다.


▶ “신선하게 선별된 원두로 그날의 날씨, 기온에 따라 ‘오늘의 커피’가 정해진다”

오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선하게 잘 만들어진 커피는 달콤한 맛, 짠맛, 쓴맛, 신맛, 떫은맛뿐만 아니라 초콜릿, 캐러멜, 과일, 견과류의 향 등을 머금고 있다고 한다. 카페 벨라떼아뜨로는 그날의 원두 상태와 날씨, 기온에 따라 ‘오늘의 커피’를 선택하고 준비한다.

많은 이들은 맛과 향을 가득 품은 이곳의 드립 커피 한잔이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벨라떼아뜨로(bella teatro),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뜻의 이 카페는 머무는 시간만큼 행복이 아름답게 수놓아질 듯하다.

▶ 벨라떼아뜨로는 오로지 커피만으로 승부

“우리 카페에는 케이크나 주스 같은 음료는 없다. 오로지 커피 한 가지로 승부한다. 고객은 드립커피의 온전한 맛을 즐기러 오시는 분들이다. 커피의 다양한 맛을 알고 느끼시는 분들이 주로 여기를 찾는다. 커피는 누가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그 풍미와 향, 감동이 다르다. 그래서 종업원을 못 두고 전문적으로 훈련된 어머니와 저 둘이서만 커피를 만든다.”


벨라떼아뜨로가 더 특별한 이유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야생 루왁, 예멘 모카, 하와이안 코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등의 다양하고 신선한 생두를 해외에서 귀하게 조달하여 전문가의 손길로 직접 로스팅하는 것이다.

“로스팅을 한 날과 다음날, 그다음 날의 커피 맛이 다 다르다. 신선할수록 신맛이 강하게 난다. 한번 로스팅하면 일주일 안에 드시는 게 좋다.”

카페의 오픈 기념일인 10월 9일 단 하루는 정말 귀한 커피를 시판한다. 해외 명품 커피 중 나폴레옹이 죽으면서까지 그리워했다는 ‘세인트 헬레나’다. 신선한 신맛과 감귤 향이 백미인 이 커피를 출시하는 날이면 서울에서도 알고 찾아오는 단골이 있다. 오 대표는 원두의 한계로 원하는 모든 고객에게 다 드릴 수 없어 안타깝다고 한다.


▶ 좋은 커피는 쓰지 않다?

이곳에는 세계 명품 커피가 다 있다. 세인트헬레나, 야생 루왁,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유수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에 비해 가격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온전한 맛을 위해 질 좋은 원두를 쓰고, 다른 곳보다 2~3배나 되는 많은 양의 원두로 추출하기 때문이다. 또 숙련된 방법으로 적정한 시간 안에 재빨리 추출해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낸다.

일부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는 쓴맛이 강하고 신맛이 약한 것으로 이름 높다. 원두를 태우면 추출 시 원두 양을 조금만 써도 커피 맛을 낼 수 있지만 다양한 향과 맛은 감소 된다. 잘 만들어진 커피는 쓴맛이 강하지 않고 색이 맑다. 다 마신 후에도 그 맛과 잔향이 입안에 오래간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 대전의 명소… 공무원들의 카페

대전 둔산동에 위치해 14년째 운영되어 온 벨라떼아뜨로는 인근에 법원, 검찰청, 경찰청, 정부대전청사 등의 관공서가 즐비해 있다. 유동 인구 대부분 공무원들이다. 또 변호사, 회계사 사무실 등 전문직 일색인데 그들로부터 ‘커피가 맛있는 집’, ‘드립커피 전문점’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점심시간인 12시 반에서 2시경까지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로 붐빈다. 대전에 근무하는 내로라 하는 공무원들치고 이 카페를 들러보지 않은 이는 드물다.

“14년 경영해오는 동안 입소문을 타고 가지치기를 하듯 한 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모시고 왔다. 한 저명한 변호사님은 개업해 처음 카페를 찾아 커피를 맛보고는 이 카페를 자신의 고객들을 만나는 고정 장소로 결정하실 정도였다. 그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셈이다.”

카페는 날로 그 명성이 높아졌고, 인기 만남의 장소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전지검에 근무하실 때 자주 들러주셨고, 시장님, 법원장님, 검찰청 검사장님들께서도 저희 카페를 자주 찾아주셨다. 자주 오시던 그분들이 발길이 뜸하다 싶으면 서울로 영전돼 텔레비전으로 그 얼굴을 볼 수 있었다.”


▶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상대를 속속들이 다 알고 싶어진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 중 유독 그 좋아함이 깊고 진중한 마니아층이 있는데 오 대표는 그들을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했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반드시 그 커피에 대해 묻는 손님들이 있다. ‘이 커피가 어떤 커피죠?’, ‘블랜딩의 기술이 궁금한데요?’, ‘이건 어떤 종류의 커피인데 오묘한 맛이 나나요?’라며 탐구하려는 손님들은 커피를 사랑하는 경지에 이른 분들이 아닐까 한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커피잔을 앞에 두고 오롯이 집중하며 그 향과 맛에 흠뻑 취하는 멋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어떤 날은 부부가 저희 카페를 처음 방문하시고는 ‘야! 여기는 진짜네요.’라며 감탄했다. 커피 전문점이라 하면 거의 찾아다니며 마셔 봤는데 실패했다는 분들이셨다. 정말 좋다고 느끼면 손님들 표정이 달라진다. 알아주시면 제 마음도 이심전심으로 행복해진다.”


▶ 로스팅할 때가 가장 신중하고 어려워져… 눈‧코‧귀가 같이 가야 한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것은 여러 가지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 따른다.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원두 로스팅이다. 로스팅 시에는 원두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며 한 치의 오차도 없게 집중해야 한다. 잠시만 방심해도 커피 맛이 달라지니 초집중은 필수다.

카페를 방문하는 고객 98% 정도는 단골손님이다. 그들이 주기적으로 찾아주니 카페 수입도 일정하게 안정돼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남은 잔의 커피를 깨끗이 비웠다. 고소하고 쌉싸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고 그 향기는 감동이었다. 카페를 나오며 다짐을 걸었다. ‘언젠가 다시 들르고야 말 테다…….’라고.

저작권자 ⓒ 시사저널 청풍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