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의 단상] 기자가 행복한 까닭
욱일승천과 일취월장
홍경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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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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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지역 축제 취재를 하러 갔다. 그 지역이 더욱 날로 발전하는 모습이 흐뭇했다. 그래서 기사의 말미를 “그야말로 욱일승천(旭日昇天)의 동네로 발전하고 있는~”으로 표현했다.
오늘 이와 관련하여 유감의 전화를 받았다. ‘욱일승천’은 일본 제국주의를 나타내는 뉘앙스가 강하여 불만이라는 것이었다. 순간 언뜻 떠오르기에 “그럼 ‘일취월장’으로 바꾸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담당 편집팀장에게 문자를 보내 수정을 부탁했다. 수정된 그 글과 기사를 카톡으로 보냈다. 한동안 찜찜한 기분을 씻어내기 힘들었다. 욱일승천은 과연 일본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욱일승천’은 아침에 해가 하늘로 떠오르듯이 기세가 높고 힘찬 모양을 이른다. 크고 밝게 넓은 하늘로 떠오르는 해의 모습에서 기세가 등등하여 밝고 긍정적인 미래가 펼쳐질 듯한 희망을 비유한다.
비슷한 뜻으로 파죽지세(破竹之勢), 세여파죽(勢如破竹), 장구직입(長驅直入), 승승장구(乘勝長驅) 등이 있다. 따라서 본 기자가 보기에 ‘욱일승천’은 절대로 일본을 추앙하는 뜻이 아닌 것이다.
모 대학의 교수는 2020년 2월 16일 자 모 신문의 시사 칼럼에 ‘욱일승천의 대한민국을 세우는 총선 준비를’이라는 글을 올렸다. 여기서도 볼 수 있듯, ‘욱일승천’은 대한민국에서 전혀 사용되지 않는 사자성어는 아니었다. 물론 과거에 일제가 ‘욱일승천기’를 앞세우고 잔학한 전쟁을 치렀던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일본 군대인 자위대가 군기(軍旗)로 사용하는 것을 일컬어 ‘욱일기’ 또는 ‘욱일승천기’라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욱일승천’과는 하등 상관이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순수(?)하고 발전적인 의미의 ‘욱일승천’에 그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고자 ‘기(旗)’라는 글자를 하나 더 추가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어쨌든 내가 쓴 기사의 ‘사자성어’가 문제 되어 수정하기에 이르자 잠시 딜레마(dilemma)가 찾아와 경혹(驚惑)했다. 결국 처음에 의도한 대로 ‘일취월장’으로 기사를 바꾸긴 했다.
일취월장(日就月將)은 나날이 발전해 나간다는 뜻의 한자성어다. 일장월취(日將月就), 일진월보(日進月步)라고도 한다. 조금씩 쌓아나가 많은 것을 이루는 것, 또는 끊임없이 노력하여 발전해 나아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좋은 의도로 동원했던 한자성어가 돌연 암초에 걸리자 예전 KBS <개그콘서트>에서 인기 있었던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어요?”처럼 당혹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곧 잊기로 했다. 기자의 글과 기사에 관심을 가져주는 독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자는 충분히 행복하니까. 더 좋은 글을 쓰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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