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새싹, ‘한 스푼’의 물에도 활짝 핀다

‘초록우산’으로 아동의 위기를 막아, 그 꿈을 활짝 펴준다

정여림 작가 승인 2022.11.07 16:31 의견 0

정선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세종시후원회장
박미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세종지역본부장

어려운 새싹, ‘한 스푼’의 물에도 활짝 핀다

부모로부터 학대받고 우울증으로 어둡던 A, 재단 후원으로 성우 되겠단 꿈 품고 환해져

“A야, 너는 목소리가 너무 좋아. 나중에 성우를 하면 참 좋겠어!”

부모로부터 학대받고 조현병까지 유전됐던 A는 우울증이 와 앞머리로 얼굴을 항상 가리고 다녔다. 일 년이 가도 웃는 얼굴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고, 또래와 어울리지 못해, 좀처럼 말이 없는 아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웠던 기관의 선생님은 A의 영롱한 목소리를 칭찬하는 한마디를 해 주었다.

그 칭찬 이후 A는 자신감을 가졌고 초록우산에서 꾸며준 성우 연습 공간을 매일 찾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의 대사를 날마다 연습하던 어느 날, 아나운서로부터 ‘목소리에 재능 있다’는 칭찬까지 받고 급기야 성우학원에 등록했다. 고교생이 된 A는 현재 심리치료도 받으며 성우가 되겠다는 꿈에 보다 가깝게 다가서고 있고 그 표정은 날로 환해졌다.

세종후원회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어린이날 행사(훌라후프 돌기기)

아동의 위기를 초록우산으로 막아, 그 꿈을 활짝 펴준다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하 초록우산). 2018년에 창립된 초록우산 세종지역의 박미애 본부장은 위기의 아이가 회생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상처 많은 A가 꿈을 가지고 저희 초록우산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 위기의 아이들을 방치한다면, 빈곤의 악순환으로 불행의 길을 걸었을 수도 있다. 우리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은 아동의 영혼도 바뀌게 할 수 있고 그 인생도 바꿀 수 있다. 이들의 환경을 조금만 바꿔줘도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을 만들어줄 수 있다.”

폐박스에 그림 그리던 빈곤가정 아동 B. 재단 ‘아이리더’ 사업 지원으로 미술 영재로 거듭나

초록우산 사무실에는 8살 소녀 B의 그림이 벽면에 붙어있다. 그림그리기를 너무 좋아해 하루에도 수십 장을 그려댄다는 B. 집이 빈곤가정이다 보니 B 부모님은 도화지, 크레파스 등 미술도구를 제대로 못 갖춰줬다. B는 나중에는 종이가 없어 폐박스에 그림을 그렸고, 그의 어머니는 “오늘은 다섯 장만 그리고 더 이상 그리지 마”라고 아이를 말렸다.

초록우산은 B의 재능을 발견하고 B가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게 후견인을 만들어 줬다. 이후 B는 섬세하고 창의적인 그림으로 미대 교수로부터 미술 영재라며 칭찬을 받았고, 현재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치고 있다.

초록우산 인재 양성 사업 ‘아이리더’는 B처럼 가정형편은 어렵지만, 예‧체능에 재능 있는 우수 아동을 선발해 꿈을 키우는 사업이다. 매년 10월 선발하는데 자기소개서, 대회출전 우수 어린이등을 검증해 선발되면 연간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세종지회 출범과 동시에 후원회장을 맡아 재단에 큰 힘을 보태고 있는 정선주 회장은 세종지역의 해당 아동이 이런 지원을 좀 더 많이 받도록 애를 쓴다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요즘은 개천에서 용이 안 나는 시대라 한다. 국민기초생활 수급은 밥 먹고 기본적인 의식주만 해결하는 정도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욕구를 충분히 해결할 교육과 재능 개발의 지원은 모자란다.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어 삶을 변화시키고, 빈곤의 답습을 차단시켜야 한다.”

‘초록우산’은 전쟁고아 구호사업으로 시작된 대한민국 최고의 아동옹호 대표기관

초록우산은 1948년 전쟁고아 구호사업으로 시작하여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동 권리와 아동복지 사업을 수행해온 대한민국 아동옹호 대표기관이다. 전국에서 모인 초록우산의 후원금은 중앙본부의 후원 풀(Pool)에 모여 전국의 저소득층 가정 아동들에게 필요한 지원과 사업에 사용된다.

전국 54만 명의 후원자로부터 모금된 후원금의 운영과 재단의 사업 결과는 국세청 공시 및 공개시스템, 재단 홈페이지로 확인이 가능하다. 발족한 지 4년 차에 접어든 세종본부는 올해 세종의 저소득가정 아동 344명에게 약 10억 원의 후원금을 지원했다. 지원 대상 아동은 세종시 드림스타트, 지역아동센터, 각 지역 행정복지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양육시설 등을 통해 추천을 받아 심사를 거쳐 의료비, 보육비, 학습비, 주거비 등의 1회성 지원과 정기후원을 병행한다.

정선주 후원회장과 초록우산의 인연… 사업장 커피자판기에 모인 돈으로 시작한 후원이 빈곤아동 공부방 단장해 주기로 이어져 오늘까지

정선주 후원회장과 초록우산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록우산 대전본부와 인근에 나란히 사무실을 쓰던 인연이 있던 차, 정 회장은 사업장에서 낭비되던 무료 커피 음료를 유료화해 낭비도 막고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

“사람들이 커피를 너무 헤프게 먹어 낭비다 싶었다. 한 잔당, 100원씩 부담시키니 초록색 돼지 저금통에 한 달이면 제법 돈이 모였다. 그 돈을 모아 재단에 갖다 드리던 것이 지금 여기까지 왔다.”

이후 초록우산 대전본부는 정 회장에게 어려운 부탁을 한다. 재단 사업 중 ‘꿈꾸는 공부방’은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학습공간을 꾸며주던 사업인데, 건축사인 정 회장이 이 사업 참여를 흔쾌히 수락하여 여러 현장을 누볐다.

“아동들의 주거지에 가서 그 환경을 눈으로 보니 형편없었다. 아동방은 없고, 할머니랑 밥상을 펴고 공부하는 집이 많았다. 재능기부로 그들의 방 리모델링을 도왔다. 최소경비는 초록우산에서 나오지만 사업을 수행하다 보면 좀 더 예쁘게 잘해주고 싶은데 예산은 턱없이 모자랐고, 아동 방 하나만 고쳐주기에는 주변도 너무 열악해 마음이 너무 쓰였다. 도움을 줄 독지가에게 알려서 아이들에게 보탬을 주고 싶어 나섰다.”

그때부터 정 회장은 본인의 인적 역량을 발휘했다. 자신의 분야인 건축사 협회와 후원자 협약을 했고, 주변에 시공업자와 건축 관련업자들도 많다 보니 자재와 인력을 지원받고 후원금도 모았다. 여성 봉사단체에도 이런 상황을 홍보하고 이들과 연계해 재단 후원의 물꼬를 틔웠고 많은 아동들의 집안 환경이 변모될 수 있었다.

“어려운 새싹에 주는 한 스푼의 물이 그 생을 활짝 피운다”

정 회장 주변인들은 한결같이 그가 ‘마음이 예쁜 사람’이라며 그를 칭찬한다. 재단의 취지도 훌륭하지만 ‘정선주’라는 얼굴을 보고, 그의 선한 이미지에 이끌려 후원에 참여한다는 사람도 많은데 그는 한결같이 겸손하다.

“아이들을 후원해줘야 하는 이유가 나무에 물 한 컵 주는 건 큰 영향이 없지만, 어려운 새싹에 주는 한 스푼의 물은 그 생명을 활짝 피울 수 있다. 아동을 보살피고 후원하는 게 우리 어른들의 당연한 의무다.”

그는 (주)청ENG건축사사무소를 오랫동안 운영해 왔는데 ‘초록우산 일할 때가 더 에너지 넘치고 눈빛이 반짝반짝해 진다’는 말을 들을 만큼 열성적으로 재단 일을 돌본다.

세종후원회 창립 1주년 기념

“주변의 기업 대표들께 후원을 청탁하면 ‘마인드는 좋은데, 모인 후원금이 어떤 곳에 어떻게 투명하게 쓰이는지 궁금하다.’고 하신다. 소상히 설명하고, 실제 사례도 소개해드리면 그분들이 쉽게 마음을 내어 준다. 그런 호의적인 분들이 모이다 보니 재단이 건재할 수 있다.”

세종본부는 지난 9월 ‘초록우산 나눔 음악회 in 세종’을 열어 성황리에 마쳤다. 잠재적 후원자를 개발하고 후원자들이 당신들의 좋은 마음이 이렇게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취지였다. 공연에 참여한 출연진들은 기꺼이 재능 기부해 주었으며 초록우산 아이리더 출신들도 참여해 더욱 뜻깊었다.

세종본부 출범 4년, 각계 각처의 소박한 손길과 ‘그린 리더 클럽’

세종본부는 초고액 후원인 모집도 반길 일이지만 중‧소액 후원회를 만들어 후원 기반을 보다 단단히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린리더클럽’은 한 달에 10만 원 이상을 후원하는 그룹의 이름이다. 최근에는 경제적 상황이 중소상인들도 어려운 때라 쉽지 않은 일이라 한다.

“지난 6월 말부터 우리 그린리더클럽을 한번 잘해 보자는 의기로 시작했다. 50명 모으기도 결코 쉽지 않았다. 차분히 단기목표를 세웠고 기존의 그린 리더 클럽 70여 명에 꾸준히 모집활동을 펼친 결과 현재 130명이 됐다. 전국 본부를 통틀어 봐도 장족의 발전이다. 후원회장님이 연결고리 역할을 정말 열심히 해 주셔서 감사하다.”

출범 4년 된 세종본부는 앞으로 그린 리더 클럽은 물론 다양한 후원자층을 영입해 세종시 아동이 잘 자라나도록 묵묵히 지켜주고 후원하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로 그 기대가 크다. 최근에는 후원 트렌드도 다양해지는데 기념일이나 돌잔치 등의 축의금을 모아 재단에 후원하고, 아동의 생일에 용돈 대신 아동 이름으로 재단에 후원금을 내는 아름다운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세종시민 1%를 후원회원으로 만들기라는 10년 장기 목표를 두고 있다. 세종본부의 현재 총후원자는 650여 명이다. 최소 만원부터 자유롭게 본인이 원하는 금액대로 후원이 가능하다. 자동이체 계좌로 등록해주시면 금융결재원을 통해 결재된다.”

세종시 집값과 보증금 상승 등으로 주거빈곤층과 경제적 어려움 지닌 시민, 연고 없는 아동도 많아

박 본부장은 세종시는 인근 대전광역시보다 오히려 위기 아동의 발생률이 높다는 설명을 했다.

“세종시민 중 기초생활 수급 아동은 1,800명이고, 차상위 계층 포함하면 2,000명이 넘는다. 세종시가 오히려 대전보다 위기 가정 아이들 발생률이 높다. 화재로 전소돼 오고 갈 데 없는 아동도 있다. 초기 세종시가 만들어질 때 특징이 집값이나 임대료가 저렴하다고 이주해오는 가구가 많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집값이 대폭 상승되고, 보증금도 동반 상승해 갑자기 어려워진 주거빈곤층이 많이 생겼고 연고 없는 아동도 많아졌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 생각을 하는 가정도 생겨나고 있다.”

사각지대 아이들을 빠르게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종 본부는 작년부터 50여 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하고 있는데 위기 아동이 1차적으로 지원 요청하는 곳이 주로 초록우산인 경우가 많다. 재단이 명실상부한 아동권리 옹호 대표기관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평이다.

세종후원회 겨울나기 난방비와 선물비 지원

이제 곧 겨울이 올 것이다. 찬바람이 불면, 없는 사람이 더욱 고통스런 시절이 된다. 이를 대비해 재단은 난방비 및 난방용품 지원, 크리스마스 선물 지원 등을 계획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재단의 지원에 삶의 희망을 가진다는 반가운 소식이 종종 날아들어 임직원은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금을 다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한 남학생이 있었다. 내일이 당장 입학 마감이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는데 저희 후원회에서 부족한 입학금을 지원해 주었다. 몇 달 후 그 학생이 편지를 보내왔다. 자신은 식품영양학과에 무사히 잘 입학했고 꿈을 펼치고 있다며……. 그런 소식을 접할 때 보람되고 뿌듯하다.”

초록우산을 후원하고 지키는 이들은 이런 훈훈하고 달콤한 소식에 힘을 받고 동기와 에너지를 모은다. 더 크고 든든한 초록우산이 되어 아동을 지켜주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선의의 행진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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