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의 단상] 덕분과 변덕의 차이

칭찬의 선과

홍경석 편집위원 승인 2023.01.09 15:15 의견 0

평소에도 여기저기서 부르는 사람이 잦다. 지난 연말엔 더욱 분주했다. 휴일이었던 그날도 대낮부터 낮술을 마셨다. 존경하는 문학박사이자 작가이며 ‘형님’ 덕분이었다. 덤으로 꽃처럼 아름다운 분들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덕분(德分)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말한다. 이의 대척점에 변덕(變德)이 있다. ‘이랬다저랬다 잘 변하는 태도나 성질’이다. 전자의 경우는 자꾸만 만나고 싶어진다. 반면 후자는 만나봤자 피곤 스타일이다. 안 만나는 게 좋다.

여하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배움의 연속이다. 학문을 통한 배움은 당연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학습과 인생살이의 한 방법이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도 있듯, 만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배우는 각도와 정도도 달라진다.

그날도 경험했지만 존경하는 ‘형님’이 부르시면 불원천리(不遠千里)라도 달려간다. 그건 형님의 탁월한 리더십 덕분이다. 상식이겠지만 훌륭한 리더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모인다.

리더 자신의 품성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도 눈여겨볼 일이다. 이는 비단 저잣거리의 장삼이사에게만 국한하지 않는다. 일국을 통치하는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덕분’을 앞세우며 겸손한 사람이 좋다.

대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사람은 경계 대상 1호다. 또한 존경받는 리더가 되려면 말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부하 직원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혹여 내가 아무렇게나 한 말은 아닐까?’와 ‘내가 한 말에 상대방이 상처는 받지 않았을까?’라는 자기 여과(濾過)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언어의 중요성은 특히 가족에게도 중요하다. 글을 쓰는 게 직업이다 보니 이런저런 보도자료를 많이 받는다. 오늘도 이메일로 모 출판사에서 신간 소개를 부탁하는 보도자료가 왔다.

학원, 과외 없이 서울대에 합격한 노하우를 담은 저서라는 책이었다. 이 저서의 저자는 학창시절 학원, 과외의 도움 없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며 자율형사립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에 합격하였다고 한다.

저자의 지난날을 보니 문득 사랑하는 딸이 둥그런 보름달로 떠올랐다. 그 책의 저자처럼 딸 또한 학원, 과외 없이 서울대로 직행한 자타공인의 수재였다. 딱히 비책이나 노하우는 없었다. 다만 딸이 초등~고교까지의 학창 시절, 내가 습관처럼 실천한 칭찬과 ‘덕분’의 선과(善果) 덕택이었다.

“내 딸은 학원 한 번을 안 가고도 늘 1등을 독주하고 있어서 참 대견하다.”, “엄마는 너만 보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더라.” 따위의. 오늘도 지인 요청에 저녁에 취재를 나간다. 푸짐한 만찬까지 제공한다고 했다. 이 또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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