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특구 출범 50주년, 대전광역시는 과학도시인가?

‘무엇이 과학도시인가?’ 개념 정립 필요

강대훈 (사)한국공공정책평가협 승인 2023.02.08 15:26 의견 0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을 이끌어 온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올해 출범 50주년을 맞고 있다.

그 대덕특구는 대전에 있고, 덕분에 대전시는 도시의 성장 엔진을 과학기술로 만들고 싶었다. ‘대전엑스포 ’93’을 계기로 대전시는 세계의 과학도시로 마케팅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얻었다. 한국에서 대전은 확실히 과학도시이다. 그러나 대전시가 제안한 K-바이오 랩센트럴을 인천에 빼앗기고, 특구는 대구, 광주로 분할되었고, 우주청 논란에서 보았듯이, 과학도시 대전의 그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도시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념을 제대로 잡는 일이다. 개념이 분명하지 않으면, 도시 행정이 사리에 맞지 않고, 하부의 물적 배치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교통, 도로, 철도와 같은 인프라스트럭처, 공공시설, SOC,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산업단지는 개념에 맞게 배치해야 한다. 구역과 시설과 내용은 도시가 지향하는 개념과 구성에 맞아야 한다. 개념이 현상을 견인하고 수렴하게 해야 한다. 이것들이 부조화할 때는 늘어가는 예산, 시설, 사업의 엔트로피는 잡다해지고 도시는 난개발과 같이 어수선해진다.

2022년에 있었던 대전시 중구 소재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이전설도 마찬가지이다. 중구에 있는 공단 본부 시설이 좀 낡았다고, 유성에 있는 ‘사이언스콤플랙스’ 건물 첨단 인텔리전트 타워동으로 옮긴다는 말이 돌자 중구 민심이 발칵 뒤집혔다. 중소벤처부 소속 국가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좋은 시설로 가고 싶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과 동고동락하며 상권을 진흥해야 할 공단이 있을 곳은 소상공인들이 일하는 현장이며 시장이고 구도심이다. 몸 따로 마음 따로 하는 결혼처럼, 투자은행이라면 모를까, 첨단빌딩과 ‘소상공인진흥공단’은 개념이 맞지 않는다.

대전시가 과학도시라고 스스로를 부른다면, ‘과학’과 ‘도시’라는 개념을 정확히 정립하여야 한다. 그 도시개념을 확실히 하면 개념에 따르는 도시 행위(도시 경영, 행정)가 일어나고, 그것은 대상(도시)에 인과된 현상을 발생시킨다. 연구소가 많고 연구원이 있다고 과학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본질적인 질문을 해 보자! 무엇이 과학도시인지 정의하고 있는가? 그 과학도시는 무엇을 하는 도시인가?

대한민국의 전략자산인 대덕연구개발특구는 올해 출범 50주년을 맞이한다. 대전시는 ’93대전엑스포 이래 대전을 과학도시로 자임했다. 이제는 세계의 과학도시로 마케팅해야 한다.


과학이라는 개념이 수반하는 도시 현상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대전 시민이 수학을 잘한다. 세계 수학 경진대회 수상자 수가 많다. 대전 소재 학교의 과학 수업 시간을 늘었다. 과학 공원과 과학 도서관의 수가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히 많다. 인도의 콜카타같이 세계적인 사이언스파크를 가지고 있다. 벵갈루루처럼 기술 실증하는 프로젝트가 많거나 규모가 크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처럼 밤잠을 자지 않고 연구개발하는 젊은이로 인해 야간 전력 소비가 많다. 특허를 내거나 발명하면 지역 화폐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소득세를 깎아준다. AI로봇을 고용하면 보조금을 준다. 타 광역시도에 비하여 대전시의회에 과학진흥에 관한 조례 발의가 많다. 과학산업으로 지역 소득이 늘어 시민 복지가 최상으로 달성된다… 이와 같은 것들이다.

에스토니아 공화국 전체는 과학기술 국가

대전시보다 적은 인구인 130만 에스토니아 공화국 전체는 디지털 개념으로 국가를 운영한다. 토마스 일베스 대통령의 디지털 리더십은 공화국의 디지털 현상을 이끌었다. 에스토니아는 전자 정부 분야에서 세계 최초와 최고를 독점하고 있다. 수도 탈린은 최고 수준의 스타트업 도시이며 과학 수도다. 이 나라 1인당 스타트업은 인구 100만 명당 865개로 세계 최고다.

2000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 접속권은 기본 인권 조항이 되었다. 전국은 이미 무료 와이파이존이다. 2002년 전자신분증 도입, 2005년 세계 최초 전자투표, 2014년 세계 최초의 전자영주권(e-Residency) 제도를 만들었다. 지구촌에 있는 누구나 에스토니아 정부가 운영하는 ‘e-estonia.com’에 접속해 120유로(약 165만 원)을 내면 전자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이 영주권으로 에스토니아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기업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에스토니아는 자신의 인구를 10배로 늘려가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EU의 혜택을 누리려는 영국 회사들이 이 전자영주권의 주요 고객이라고 한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Tallinn Medieval Old Town - Toompea Hill) 출처: flickr

이 글을 쓰는 2022년 현재 이 공화국은 1만 8000개 기업을 상큼하게 유치했다. 세계 주요 언론은 에스토니아 정부의 디지털 구현은 전 세계 정부가 달성해야 할 롤모델이라고 극찬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 하나하나 살펴보면 첨단기술이 아닌 적정기술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스마트 과학도시 대전광역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들로 도시 변화의 동력은 기술이 아니라 디지털 구현이라는 개념이 선행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전시가 에스토니아 정도, 또는 그 이상을 구현해야 4차 산업특별시, 과학수도, 메가시티의 중심 도시를 출범시킬 수 있다. 대전시는 기업지원에 개념이 중복되는 잡다한 서류까지 요구하는 도시라는 악평이 있다. 전자정부의 시스템을 사용하면서도, 아날로그적 행정을 업로드해야 한다. ‘스마트시티’라고 하면서 정보· 산업 행정에도 산업시대의 행태, 그대로를 요구하고 사용한다면 실무단위까지 개념화가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실로콘벨리 입주 회사 지도(Silicon valley tech companies map) 출처: maps-san-francisco.com

과학도시 대전에 필요한 개념력과 글로벌 전략

그동안 과학도시 대전시가 의례적으로 반복했던 과학도시를 위한 사업은 기념행사와 연구성과 전시회, 연구개발(R&D) 사업화 박람회, 국제 컨퍼런스 등이었다. 그러나 대전시도, 대덕연구특구도 이러한 사업에 대한 영어 보도자료를 내고 있지 않다. 그동안 한 것은 한국에서의 과학도시 주장이었지, 과학도시엔진으로 세계 도시 경쟁을 견인하고자 하는 포부가 없었다. 대전이 이렇게 지역과 정부의 울타리에서 안주할 때, 신생 송도, 청라, 영종 국제도시와 서울은 초격차를 벌리며 앞서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시간, Google 검색창에 scinece city를 검색해보아도, 전면 페이지에 Daejeon city는 없다. 검색결과에 버젓이 살아있는 ‘Daejeon Expo Science Park’의 웹사이트는 열리지도 않는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구글에서 대전을 맞는 첫인상이다.

과학기술도시가 보통 국가의 국부 이상을 창출하는 실리콘벨리, 중관춘 말고도 Gujarat(인도), Kansas(미국), Kansai Science City(일본)가 사이버상에서도 분투할 때 대전은 조용하다. 검색과 영어를 장악하지 못하면 일류가 되고 싶은 도시에 오래인 유입도, 관광도, 도시마케팅도 없다. 적어도 광역도시가 지역의 기업, 공간, 사회적 자산을 영어와 온라인으로 연결, 통합시켜 놓지 않으면, 그 도시는 국경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대전에는 세계적인 과학자가 여럿 있다. 세계 최고의 기술도 있다. 또 지구촌에 몇 대밖에 없는 중이온가속기도 있으며, 세계 수준으로 R&D 예산을 집행하는 특구가 있다. 그러나 과학이라는 인류의 문화자산, 세계 속에서 발전해야 한다는 도시 개념력이 약하다. 그러니 4차 산업 시대로 들어가는 정보. 데이터 세계에 도시의 사회적 자산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과학도시가 이끌어야 하는 글로벌 인재유입과 투자유치는 없다. 지금이라도 과학도시 대전은 온라인전략을 다시 세우고, 글로벌 홍보를 시작해야 한다.

개념은 전략까지 포함하는 것이며, 전략은 도시의 물리적 토대인 공간 배치와 기술운영, 행정이라는 전술 단위까지 장악해야 ‘일류도시’의 구호는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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