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림의 인생 Rebooting] 본업 접고 전통을 현대에 잇는 길에 나서다. ‘이호상 우리술’과 우주혜 ‘그녀의 두부’

찐 우리 술, 우리 두부 한길로 빚는 이 부부

정여림 작가 승인 2023.02.08 16:23 의견 0
이호상, 우주혜 대표 부부

질 좋은 대전 찹쌀·맵쌀과 우리밀 전통누룩으로 세 번 빚어 100일의 시간으로 익히고 거른 프리미엄 탁주와 복분자주. 올곧은 주인장의 손으로 빚은 이 전통 가양주에 우리콩 3배 수제 두부 안주의 고소하고 쫀득함. 이 둘의 조합이면 현대사회에 찌들어 칼칼하고 뻣뻣한 도시인의 목덜미를 개운하고 부드럽게 훑어줄 듯하다. 치과 기공사와 치위생사로 만나 과감히 본업을 접고 전통을 향해 뛰어든 이 부부가 신통하고 궁금하다.

전남 여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家釀酒)의 맥을 잇고 싶은 전주 이씨 남편

“우리술! 제대로 빚으시네요….”

이호상 대표가 코엑스에서 열린 전통주 상표권 전시회에 대전 대표로 참여했다가 전통주 전문가들로부터 한결같이 들은 찬사다. 마트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막걸리(탁주)는 전통주 방식에서 많이 변화되고 간소화돼 대량 생산된 결과물이다. 이 대표의 전통 가양주 방식으로 제조된 프리미엄 탁주나 복분자주는 대전 찹쌀과 맵쌀 100%로 빚으며 물을 일절 섞지 않고 첨가물 0%로, 일반적으로 대량 제조 판매되는 술과는 차별화돼 향과 맛의 깊이가 다르다. 유산균, 효모가 가득하며 우리밀 전통누룩을 법제하여 빚어 개운하고 이튿날 숙취도 없다.

“잘 빚은 우리 술은 감미롭고 깊다.”며 우리술 예찬론을 펼치는 남편 이호상 대표가 전통주에 꽂히게 된 계기는 집안 어머니의 영향이다. 전주 이씨로 전남 여수 출신인 그의 집안은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家釀酒)가 있었다. 안동소주, 한산소곡주 등이 특정 집안 가문에서 빚기 시작해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술인 가양주다.

“어머니께서 자식들 중 누가 가양주 제조비법을 물려받았으면 해서 제가 배우기 시작했다. 고향에 갈 때마다 어머니가 빚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다. 어머니께서는 누룩을 직접 만드셨는데 그때는 누룩 취(臭)가 강했다. 지금은 과학적으로 계량해 최적치의 누룩을 투입한다.”

이후 그는 전통주를 만드는 온라인 카페에 가입해 교류하고 지역 기반 전통주 연구모임에서 활동도 다수했다. 그를 포함해 지인 10여 명이 주말에 모여 술을 빚고 연구하는 취미를 즐기다 좀 더 체계화시키려 우리 전통 식음료를 개발하는 협동조합도 만들었다.

‘그녀의 두부’ 우주혜 대표

두부 안주, 우리 술에 가장 잘 어울려… 프리미엄 두부를 만드는 아내

어느 날, 전통 술 빚기에 심취해 있던 남편 이호상 대표가 ‘우리 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는 두부’라며 아내 우주혜 대표에게 ‘당신이 두부를 잘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했다. 우주혜 대표는 밭에서 나는 쇠고기, 단백질 흡수율이 가장 좋다고 정평이 난 두부를 제대로 만들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기존의 콩 분쇄방식을 써 제조하는 두부는 수분함량이 90% 내외를 차지하니 그만큼 무르고 영양적인 밀도 측면에서 아쉬워 제대로 된 프리미엄 고함량 두부를 개발하게 됐다.

우주혜 대표의 ‘그녀의 두부’는 콩을 맷돌 방식으로 고입자분쇄 후 수분과 응고제를 최소화해 단백질 흡수율이 일반 공산품 국산 콩 두부의 무려 3배에 이른다. 그러니 단백질은 물론 칼슘 등의 주 영양소 함량도 동반 상승하고, 두부 맛의 고소함 또한 3배로 증가했다. ‘그녀의 두부’ 콩 3배 수제두부 1모는 기존의 국산 콩 두부 2~3모 속에 들어있는 식물성 단백질을 능가한다. 특히 질 좋은 국산 콩, 필터링 된 조제 해수, 소포제 대신 들기름을 사용해 그 기능성, 안전성에서도 차별화된다며 제품을 좀 더 효과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마을기업 설립을 준비 중이다.

“‘그녀의 두부’는 화학첨가물, 보존제 0%로 갱년기 여성, 성장기 아이들, 이유식, 환자식으로 활용하면 그 유용함이 특별해진다. 콩 밀도가 높아 적게 먹어도 긴 포만감을 가질 수 있어 최근 들어 특히 다이어트도 즐겁게 한다며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1. 불린 콩을 물과 함께 맷돌에 간다
2. 콩물에 들기름을 살짝 뿌려준다
3. 콩물을 끓인 후 천연조제해수를 넣어 응고시킨다

‘이호상 우리술’, ‘그녀의 두부’, 오로지 수제방식으로 빚어, 시간으로 농익히고 정성으로 맛을 우린다

우 대표의 두부는 물론, 이호상 우리술도 대량제조 방식이 아니라 오로지 수제다. 쌀을 조심스레 씻고 오랜 시간 불리고 찐다. 여러 수작업으로 남편 이호상 씨는 팔꿈치와 손목에 파스를 붙여가며 이런 과정을 오랫동안 반복하면서도 묵묵히 10여 년 이 한 길을 걷고 있다.

“맛이 제대로네! 나보다 낫다.”

부부의 작업실을 찾아오는 전통주 명인들도 많은데, 나이 지긋한 명인들이 이호상 대표의 탁주 맛을 보고 하는 이 한마디가 그의 장인 정신을 더욱 북돋우고, 쌓인 그동안의 노고는 눈 녹듯 녹인다.

두부를 만들 때는 콩을 찬물에 씻고, 12시간 불려 콩 껍질을 골라내고 맷돌식으로 두 번에 걸쳐 간다. 가마솥에서 콩물을 끓여 두부 틀로 옮겨 담고, 누름틀 작업까지 하는 전 과정도 모두 수제로 하니 소량 생산만 가능하다며 우 대표가 덧붙였다.

“저희 두부는 적은 양만 먹어도 포만감이 오래 가고, 그대로 생식할 때 가장 맛이 좋다. 콩을 굵게 분쇄해 고소하고 쫀득한 식감을 올렸다. 조제 해수와 천일염을 녹여 콩물과 섞은 다음 기존 두부가 15분 이내로 하는 누름판 작업시간을 저희 두부는 50여 분 동안으로 늘려 더 단단하고 콩의 밀도가 높다.”

4. 응고된 콩물을 면포에 붓고 누름판 작업을 통해 수분을 최소화한다
5. 국산콩 3배 수제두부 완성

본업 접고 오로지 ‘전통의 맛’에 올인하다… 이호상 대표, 전통주 저변 확대를 위한 교육도 열어

“남들이 다 하는 것은 안 합니다. 손이 아무리 많이 가더라도 제대로 된 저만의 전통주를 만듭니다.”

사실 남편 이호상 씨는 치과 기공사로, 아내 우주혜 씨는 치위생사로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며 치과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고 결혼에 골인했다. 이후 우리 술 연구에 심취해 있던 이호상 대표는 본업을 접고 2017년 11월 ‘이호상 손두부’와 양조장 창업을 시작으로 이 사업에 올인했고, 뒤이어 두부를 만들기 시작한 아내의 사업은 대전세종충남 ‘IP디딤돌여성창업패키지’에 선정되어 사업화 지원 및 특허출원을 지원받았고, 한국해양대 ‘기술 혁신 창업기업’에 선정되어 시제품제작의 지원도 받았다.

‘이호상 우리술’ 이호상 대표

자신이 먼저 좋아해 결혼하자고 했다는 서글서글한 성격의 아내 우주혜 대표는 남편이 고된 주조일을 하며 몸을 사리지 않고 오로지 주조 연구에만 몰입해 매번 걱정된다고 한다.

지난해 7월 대전 와인페스티벌의 ‘우리술 한마당’에서는 ‘이호상 우리술’이 대전의 유명 전통주 업체들과 겨룬 시음 투표에서 당당히 1위에 선정됐다. 부부는 긴 노고 끝에 단비를 만난 듯 보람을 맛보았다.

지역기반 장터, 가치가게, 플리마켓 등지에서 판매, 전통주는 온라인 판매 준비중

현재 이 부부가 만든 전통주와 두부는 ‘가치가게’ 등 지역기반 장터나, 플리마켓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코엑스 상표권 전시회에 대전 대표로 출시돼 전시 판매되기도 했다. 부부는 최근 소상공인 지원사업으로 전통주를 상표권 출원하고, 전통주 상세 홈페이지 제작 등을 시행하며 온라인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술의 진가를 알아보고 물어물어 찾아오는 분들도 있어 판매하기도 하고 택배주문도 받는다.

또한, 이호상 대표는 전통주의 저변 확대를 위해 교육 클래스를 열었다. ‘대전의 전통주 전문가 양성’이라는 목표로 지난해 9월 기초·심화과정 이수자를 배출했는데 수료자 중 1인은 전통주샵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통 우리 식음료를 연구 한지 10여 년, 이들은 오랫동안 시행착오와 오류를 딛고 지나왔으며, 그에 따르는 경제적 고난도 적지 않게 겪었다. 남편이 올곧은 장인 정신으로 술맛의 완성도만을 꾀하지, 수익성 창출에는 관심이 멀다 보니 아내는 그만큼의 험난한 길을 많이도 걸어왔다. 이제는 이들,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됐으니 그들이 빚어낸 ‘제대로 된 전통’의 맛이 투자한 노력만큼 평가받아 날개를 달고, 소비자의 선택과 사랑을 듬뿍 받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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