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환의 골프 이야기] 홀인원 턱

육동환 편집위원 승인 2023.03.10 14:15 의견 0

10여 년 전 YCC에서 친구들과 골프 중 약간 오르막 코스, 파 3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친 티샷이 그린에 떨어져 홀 안으로 쏙 들어갔다. 말로만 들었지 처음 해본 홀인원에 기분이 한껏 좋았다. 홀인원을 하면 3년간 재수가 좋다고 하는데……. 부상으로 골프채 1세트가 걸려있는 홀로 골프채를 선물 받고 동반자들의 골프 라운딩 비용은 물론이고 식사와 골프웨어까지 선물로 줬다.

다행히도 ‘홀인원 보험’에 들어놔서 괜찮았다. 보험 가입자가 홀인원을 하면 기념품 구매나 축하 만찬에 들어가는 비용 700만 원을 보상받은 것이다. 홀인원은 골프 실력보다는 행운이 더 크게 작용한다.

골프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홀인원 보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야외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간 고급 레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던 골프를 즐기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여가를 즐길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도 이유다.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515만 명으로, 전체 인구(5182만 명)의 10% 수준이다. 전 국민 10명 중 1명은 골프를 친다는 의미다.

골프와 관련된 보험으로 ‘홀인원 보험’이 있다. 홀인원은 티샷으로 볼을 한 번에 홀인 시키는 것을 말한다. 홀인원은 쉬운 일이 아닌 만큼 본인뿐 아니라 함께 라운딩한 동반자들도 기쁨에 들뜬다. 국내에선 홀인원을 하면 당사자가 동반자들의 라운딩 비용을 내고 축하 만찬에 기념품을 만드는 관행이 있다. 물론 꼭 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평생 한 번 누리기 어려운 행운인 만큼 들뜨고 기쁜 마음에 수백만 원을 쓰게 되기 마련이다.

초기 홀인원 보험은 말 그대로 홀인원에 대해 보장만 했다. 하지만 점차 수요가 늘면서 보장 내용이 다양해졌다. 우선 가장 중요한 보장은 홀인원이다. 대개 기념품 구매 비용, 축하 만찬 비용, 축하 라운드 비용 등의 명목으로 평균 300만 원 정도 실손 보상받을 수 있다. 이른바 홀인원 비용 담보다. 골프경기 중 홀인원을 행한 경우 최초 1회 가입금액 한도 실손보상을 한다는 내용이다. 10~20년 만기 상품이 많다.

정규 파 3홀이 아닌 이벤트성으로 구성된 홀인 ‘깔때기 홀’에서 홀인원을 하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깔때기 홀은 그린에 공을 올리면 홀컵으로 굴러 들어가기 쉽게 깔때기 형태로 만든 특별한 홀을 말한다. 9홀만 구성된 골프장에서 한 홀인원도 의미가 없다. 18홀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이어야 한다.

홀인원 보험에 가입하면서 골프용품 손해에 대한 보상을 특약으로 넣을 수 있다. 워낙 골프용품이 비싸다 보니 골퍼들의 관심이 큰 보상 항목이다. 예컨대 골프채는 새 제품을 사도 무상 수리(AS) 기간이 대개 1년이고 샤프트를 바꿔서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골프용품 손해에 손해 담보는 연습장이나 필드, 스크린 등 골프 관련 시설에서 발생한 골프용품이나 용구, 피복류 등에 발생하는 손해를 계약 당시 설정한 가입 한도 내에서 실손 보상한다. 예컨대 드라이버 헤드가 깨지거나 샤프트가 부러지고 골프채를 도난당하는 등의 손해가 있다.

‘골프 활동 중 배상 책임 담보’ 보상도 있다. 샷을 하는 동반자보다 뒤에 있어야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앞에 있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골프를 치다가 공이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날아가서 동반자나 다른 홀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 이들이 맞을 수 있다.

스윙 연습을 하다가 동반자나 캐디를 가격하거나 타인의 골프채로 연습을 해보다가 망가뜨리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골프 관련 활동 중에 발생한 배상에 대한 실손 보상을 해준다. 배상 한도는 평균 2000만 원 안팎이다.

최근엔 여행자보험처럼 특정한 날에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나 여러 명이 함께 가입하는 단체 상품도 있다. 홀인원 보험 청구 기준은 캐디가 만들어주는 증빙자료다. 언제, 어떤 골프장, 어떤 홀에서 누가 홀인원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증빙자료인데 보험 가입자와 캐디가 공모해 거짓 증빙자료를 만들어서 보험료를 청구하는 보험 사기가 늘고 있다. 거짓으로 홀인원 증빙자료를 제출했다가 보험사에서 적발하면 민사 소송뿐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도 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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