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칼럼] 마음을 결대로 터치하라

김종진 작가 승인 2023.03.10 14:50 의견 0

고기도 결이 있고 나무도 결이 있다. 사람의 머리카락도 피부도 마음도 결이 있다. 고기는 결대로 썰면 잘 썰리고, 대패질도 결대로 밀어야 잘 깎인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자신의 결대로 터치 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교류분석 이론을 창시한 에릭 번은 사람은 누구나 결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했으며 특히 사춘기에 마음의 결을 잘못 건드리면 엉뚱한 방향으로 튕겨나가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자존감을 심어주는 것은 탄탄하고 밝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바탕이 된다. 자아존중감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요구에 반응을 잘 해야 하며 피부접촉, 터치를 잘 해줘야 한다. 심리학자 볼비의 애착이론에서도 유아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는 프로이트 이론의 구강의 만족이나 성적인 만족이 아니라 양육자와의 친밀한 애착 욕구라고 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잃은 루마니아의 남자 쌍둥이 이야기다. 한 아이는 보육원에서 입양했고 한 아이는 가정집에서 입양을 했다. 그리고 5년 후 두 아이를 지켜봤는데 참으로 놀라운 변화가 발견되었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는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 채 성장하여 감기에 자주 걸리고 병약한 상태였고 소아 우울증의 증상도 보였으며 사람을 피하고 혼자 노는 것을 더 즐겼다. 보육원에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돌봄이나 원장님의 손길이 많이 미치질 못했기 때문이다. 뇌 영상을 찍어보니 감정을 주관하는 뇌 부분 활동이 거의 없었다. 반면 비슷한 시설의 가정집에서 자란 다른 쌍둥이는 병을 모르고 자랄 만큼 건강했으며 사람들에게 붙임성이 있었고 생기가 돌았다. 양부모는 늘 안아주고 업어주고 눈 맞추어 반응해주고 스킨십을 자주 해 주었다고 한다. 뇌 영상을 찍어보니 감정을 관장하는 뇌 부분의 색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부모 즉 양육자의 애정 어린 어루만짐은 감성이 풍부하고, 공감을 잘 하고, 이해성 높은 아이로 성장한다. 위의 예처럼 쌍둥이였지만 환경에 따라 다르게 자란 것이다. 이렇듯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유아기에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월에 돋아나는 연한 어린잎들 같은 유아나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어른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사람들의 관계에서도 서로서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즐거움을 느끼기 바란다. 행복은 관심과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봄이 시작되는 요즘, 산과 들에서 눈을 트고 조금씩 올라오는 연한 초록을 본다. 독서논술 수업을 23년 째 하는 나는 입학을 한 1학년 수업을 시작했고, 한 학년 올라간 2학년 아이들 수업을 한다. 교실에서 아직은 마스크를 다 벗지는 않지만 초롱초롱 보석같이 빛나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어떤 책으로 개성 있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마음결을 잘 다독여야하는지 고민,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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