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무의 쌈지경영] 정직한 자가 당하는 모순

조병무 편집위원 승인 2023.05.09 15:28 의견 0

BC 500년경 춘추시대 말기 이야기다. 초(楚)나라에 직궁(直躬)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남의 양(羊)을 훔쳤다. 이를 보고 직궁은 관청에 가서 아버지를 고해바쳤다. 도적 행위는 엄연히 도덕에 위배 되는 사회악이다. 따라서 정의로운 일을 한 직궁은 정직한 사람으로서 그의 태도는 옳다고 봐야 한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 공자(孔子)는 “부친은 자식을 위하여 그 죄를 숨겨주려 하고, 자식은 부친을 위하여 그 죄를 숨겨주려고 한다. 정직이라는 것은, 바로 그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초나라 재상(宰相)은 결단을 내렸다. 직궁을 사형을 처하라고. 이유는 비록 주군을 위하여는 정의로운 일을 했으나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서는 부정직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

같은 시대에 노(魯)나라의 변장자(卞蔣子)는 주군(主君)을 따라 전장(戰場)으로 갔다. 그런데 세 번이나 전투가 있을 때 장자는 세 번 모두 도망을 쳤다. 공자가 이유를 물으니 변장자는 대답했다. “나에게는 늙은 아버지가 있습니다. 제가 죽으면, 부양해드릴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도망을 쳤습니다.” 공자는 그를 부모에게 효행(孝行)을 하였다 하여 높은 지위에 발탁하였다.

공자는 가치 기준을 인류의 도덕 가운데 부모를 섬기는 것을 국가나 사회 공익보다 우위에 두었기 때문이다. 예(禮)를 지키는 것은 임금과 부모나 스승이나 친구나 부부지간이나 아랫사람들 누구에게나 같아야 한다면, 가치 기준에 모순이 생긴다. 이는 평등원리가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위 두 사례를 훗날 전국시대의 한비자(韓非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재상이 직궁을 사형시켰기 때문에, 초나라에서는 정의(正義)에 반하는 행위를 한 자를 관청에 고발하는 사람이 없어졌으며, 공자가 변장자에게 상(賞)을 주었기 때문에, 노나라에서는 전쟁 때에 도망하는 자가 속출하였다.” 하여 그야말로 어느 권모가 옳은가를 익살스럽게 나타내고 있다.

왜 이율배반의 권모와 계책을 극단적인 처사로 했을까?

적당히 보상하고 적절하게 벌을 주어 양자의 진리가 다 통용되게 하는 것이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아닐까?

공적(公的) 가치와 사적(私的) 가치가 대립 충돌할 때는 합리성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수자의 공적 이익보다 소수자의 권익을 옹호해야 한다면 결국 정의도 정직함도 때에 따라 이처럼 모순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때론 자신의 이익을 앞세운 교묘한 논리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다) 또는 아전인수(我田引水: 자기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함)로 활용, 괴상한 논리로 돌연변이 할 가능성이 큼을 깊이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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