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영의 여행이야기] 청벚꽃의 단아함에, 왕벚꽃의 화려함에 홀리다

가야산(개심사, 문수사)

소천 정무영 승인 2023.05.10 15:24 의견 0

가야산(伽倻山)은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와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과 해미면에 걸쳐 있는 가야산맥의 주봉으로 오서산(烏棲山), 계룡산(鷄龍山)과 더불어 충남지역의 명산이면서 태안반도 내포의 명산으로, 충청남도 사람들의 생활터전이자 문화 창조의 원천이었다. 특히, 가야산은 주변의 구릉지 및 저평지(低平地)와 그 밖의 해안과 만입(灣入)의 포구와 더불어 내포 지역의 지리적 아름다움을 이루고 있다.

가야산과 상왕산(象王山)은 인접한 서로 다른 산이지만, 두 산을 하나의 산체로 인식해 부르기도 하는데, 두 산을 합쳐서 가야산이라 부른다. 또한, 가야산은 가야봉이라고도 부르는데 상왕산을 포함한 가야산과 상왕산을 제외한 가야산 모두 가야봉으로 부른다. 가야산은 가야봉이라고도 부르지만 상왕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가야산은 백제 때 상왕산이라 불렀으나 신라 통일 이후 산 밑에 가야사(伽倻寺)라는 십리지관(十里地官)의 큰 절을 세우면서 가야산으로 부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가야산에는 주봉인 가야봉(677.6m)을 중심으로 원효봉(元曉峰, 677m), 석문봉(石門峰, 653m), 옥양봉(玉洋峰, 621.4m), 일락산(521.4m), 수정봉(453m), 상왕산(307.2m) 등의 봉우리가 연결되어 있다. 특히, 석문봉은 가야산 봉우리 중에서 가장 바위가 많은 곳으로 대문처럼 서 있는 바위가 있다. 가야산 일대의 예산군 덕산면과 서산시 해미면 지역은 1973년 3월에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가야산은 덕숭산과 더불어 덕산도립공원의 일부로 편입되었다. 가야산은 가야산 자체와 주변에 많은 문화유적을 간직하고 있다. 상왕산 서남쪽 계곡에는 백제의 사찰인 보원사의 초석 등 유적이 남아 있었으나, 1970년대에 추진된 대규모의 산지 개발로 인하여 목장이 조성되었다.

가야산에는 백제 마애석불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을 비롯한 보원사지, 개심사, 보덕사, 일락사 등이 있으며, 국보 1점, 보물 6점, 기타문화재 4점 등을 비롯한 각종 문화재가 산재한 내포 문화권의 핵심지역이다. 유서 깊은 문화유적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경관을 찾아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가야산 일대에는 다양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등산로가 개설되어 노약자 및 여성, 어린이도 쉽게 산을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서는 서해가 보이고 봄철에는 철쭉과 진달래 등 각종 야생화가 피어나는 등 사시사철 경치가 수려하다.

보통 산행은 남연군묘에서 상가저수지를 지나 가야봉으로 올라가거나, 계곡으로 들어가 석문봉에 가까운 안부에서 석문봉으로 올라가는 코스로 시작되거나 마무리된다. 가야산 능선에서의 조망은 서해 쪽으로는 서산과 태안, 천수만과 서해가 보이고, 내륙 쪽으로는 예당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다.

개심사 청벚꽃, 문수사 왕겹벚꽃 개화 소식

개심사 연두빛 청벚꽃과 문수사 왕겹벚꽃 개화소식에 설레는 마음으로 가야산을 찾아간다. 덕산도립공원 상가리에서 남연군묘를 지나 상가저수지 건너 바로 올라가면 가야봉이다. 대원군이 부친인 남연군의 묘를 옮긴후 동네에 하사한 남은들상여집 앞으로 남연군의묘 정비공사가 한창이다. 휴일낯 가야산 오르는 길은 연두빛 치마저고리를 입은듯 싱그럽다. 상가저수지에 반영된 가야산의 모습도 빛이 난다. 기야봉까지 짧은 구간이지만 가파름이 만만치 않다. 헬기장으로 돌아 오르면 좀 쉬우려만 빨리 개심사로 달려갈 생각에 맘이 급하다. 헐떡헐떡 가야봉에 오른다, 가야봉에 오르면 너머로는 서산이 내려다 보이고 멀리 안면도가 조망된다. 뒤로는 올라온 상가저수지가 내려다 보이고 우측으로는 가야할 석문봉 바위능선이 거침없이 보인다.

잠시 숨을 돌리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데크 계단을 내려서 석문봉으로 향한다. 석문봉 가는 길은 얌전한 숲길인 듯하지만 이내 울퉁불퉁 바윗길이 되고 지나가는 바위마다 그 보이는 모양 따라 이름이 있다. 거북바위, 소원바위, 사자바위 소원바위를 지나면서는 정성스럽게 손 모아 돌 하나 올려놓고 소원 하나를 빌어 본다. 바위를 만나면 늘 올라갈까? 돌아갈까? 잔꾀를 생각하지만 올라가면 볼 수 있는 모습이 궁금해 꼭 올라보고 지나간다. 드디어 석문봉에 오른다. 사방이 신록으로 물들어 시원하다. 오늘이 세 번째 방문인데도 여전히 좋다. 커다란 백두대간 기념 돌탑도 반갑다. 여기서 앞으로 계속 가면 옥양봉으로 가지만 오늘 우리는 왼쪽으로 내려서 일락산으로 향한다. 일락산을 넘어 개심사로 내려가는 길이 참 좋다. 명품소나무숲길을 따라 개심사로 이어진다. 오늘 지나온 산길 중 최고의 힐링 구간이 개심사까지 이어진다. 개심사가 보일 때부터 사찰 경내가 시끄럽다.

명불허전 개심사의 청벚꽃과 왕벚꽃 만개 소식에 몰려든 구경 인파가 꽃보다 더 많아 보인다. 말로만 듣던 연둣빛 벚꽃, 청벚꽃이다. 성질 급한 꽃봉오리는 어느새 분홍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청벚꽃의 매력이 울긋불긋 왕벚꽃보다 단아하다. 여기저기 사진에 담는 사람들 사이사이로 나도 사진 몇 장을 담고 대웅전 오르는 길에 마주한 왕겹벚꽃의 화려함에 걸음이 얼어붙는다. ‘와우~.’ 아이들 주먹만 한 꽃송이가 대단하다. 그 색감도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사찰경내 여기저기 피어난 겹철쭉도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데 왕벚꽃에 치어 빛이 나지 않는다. 정말 처음 맞이하는 왕벚꽃의 매력이 대단하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이렇게 담고 저렇게 담아보고 신기하다. 그렇게 화려하던 전국의 벚꽃이 화우가 되어 내린 지 한참인 듯한데 겹벚꽃은 이제 만개한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경내를 돌아 나와 대웅보전 아래 작은 연못에 비친 내 모습과 내 마음을 씻는 생각으로 나무다리를 건너 사찰을 내려온다.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길 내내 왕벚꽃의 터널은 계속 이어진다.

주차장 가는 길에 배고픔이 몰려온다, 기웃기웃하다 풀빵 1봉지를 4천 원에 사 들고 차를 찾아간다. 이제 마지막 목적지인 왕벚꽃의 성지 문수사로 간다, 차로 10여 분 시골길을 지나면 입구부터 차들이 빼곡하다. 소문난 ‘벚꽃맛집’이라 사진작가님들의 모습이 유난히 많다. 주차장 앞 일주문에서부터 절에 오르는 갈래길 좌우로 왕벚꽃 터널이 이어진다. 손잡고 오르면 연인이 될 듯한 길이다. 마침 길 가운데로 앉아서 사진을 담을 수 있도록 나무의자도 놓아준 배려의 맘도 아름답다. 문수사는 개심사보다 한적하고 사진찍기에는 더 좋아 보인다. 개심사와는 사뭇 다른 아름다움이다.

가야산의 힐링능선, 그리고 세심정 개심사의 연두빛 청벚꽃, 문수사의 왕겹벚꽃의 매력에 홀린 날 멋진 4월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고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 차장 너머로 만나는 서산 한우목장의 시원하게 잘 정리된 푸른 초원의 풍경에 유행가 한 소절을 떠올린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 년 살고 싶어~.”

세심동 개심사(洗心洞 開心寺) - 마음을 씻고 마음을 여는곳

가야산줄기 상왕산에 자리한 천년고찰 개심사. ‘마음을 열다.’라는 뜻처럼 개심사는 올라가는 길에서부터 고즈넉한 풍광을 열어준다. 안개 낀 호수를 지나 마주하는 통나무로 만든 외나무 다리. 속세의 때를 씻으며 다리를 건너 마주한 사찰은 옛 절의 단아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특히 다듬지 않고 생김 그대로의 나무를 기둥 삼은 건물들은 천 년 고찰의 중후함과 그윽한 운치를 더한다. 개심사 입구는 여느 절처럼 거창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은 평범한 풍경이다. 산들이 얕게 깔려 있다. 멀리 가야산 연봉이 남쪽으로 힘차게 내닫지만, 산세는 따뜻하다.


문수사 - 금동여래좌상

문수사 금동여래좌상은 머리에는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을 붙여 놓았으며, 머리 정면에 있는 삼각형의 문양이 특이하다. 갸름한 얼굴에 가늘게 뜬 눈, 미소 띤 단정한 입 등의 세부표현이 섬세하고 단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옷은 양 어깨를 감싸고 있으며, 노출된 가슴 아랫부분에는 안에 입은 옷과 띠매듭의 표시가 분명하다. 손모양은 양 손의 엄지와 가운데 손가락을 맞대고 있어서 설법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앉은 자세는 양 발을 무릎 위로 올리고 발바닥이 하늘을 향하고 있는 모습인데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이 금동여래상에서는 오색 헝겊, 의류, 향료, 금옥석 등과 함께 지정 6년(고려 충목왕 2년, 1346)의 연호가 쓰인 기록이 나와 불상이 만들어진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1993년 금동여래좌상은 도난당하고, 불상 안에 있던 복장유물은 2008년 8월 28일 대한민국의 보물 제1572호로 지정되었다.

추천코스

■ 가야산 코스(4~5시간 소요)

덕산도립공원 상가리 → 남연군묘 → 상가저수지 → 가야봉 → 석문봉 → 옥양봉 → 상가리 주차장

■ 가야산 개심사 코스(4~5시간 소요)

덕산도립공원 상가리 → 남연군묘 → 상가저수지 → 가야봉 → 석문봉 → 일락산 → 개심사 →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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