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즐거운 자동차 박 부장입니다.

인생 동업 33년, 박상용 그리고 박세종

김경희 작가 승인 2020.05.08 16:37 의견 0


두 사람은 동업자다. 세상의 시선으로 보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업자다. 대학 1학년 때 학교 기독동아리에서 만나 33년째 인생 동업, 중고차 동업은 15년째다. 동업은 좋았던 사이도 의가 나기 일쑤인데 동업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사기꾼 소리가 서슴없이 난무하는 중고차 시장, 그 험난한 시장에서 친형제처럼 미담을 쓰고 있는 좋은 친구들이다. 선한 인상만 봐도 그들이 험난한 중고차 시장에서 훈풍을 일으키며 살아남은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두 분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두 가지를 해내고 계시네요?
동업과 중고차 딜러, 즐겁게 일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물론 어렵습니다. 저희가 처음에 중고차 시장에 발을 디딘 것이 15년 전입니다. 지금도 중고차 시장이 어려운데 그 당시는 환경이 열악하고 인식이 더 안 좋았습니다. 잘 아는 후배가 중고차 딜러로 일하고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우린 못 볼 걸 보며 세상의 쓴맛과 정면으로 만났습니다.

딜러들이 서로 싸우고 있었는데, 이틀도 못 타고 차가 고장 났다고 책임지라는 둥 사기꾼이라는 둥 반말과 상스러운 말이 오가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그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15년 전 그때만 해도 중고차 시장은 사기꾼들이 수두룩한 판이라는 혹독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첫 이미지부터 안 좋았지만 그 때만해도 우리 둘 다 너무 순진해서 그 광경을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안 그래도 중고차 영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안 좋은데 험악한 장면까지 목격했으니 우리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도망치듯 나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마음을 접기로 했다가, 곰곰 생각하며 다시 의논을 했습니다. 다들 흙탕물이라는 중고차 시장, 우리가 깨끗한 물로 바꿔보자고 의기투합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 15년이 지났습니다. 저희가 입담이 좋은 것도 아니고 인맥이 넓은 것도 아니라서 우리는 그저 정직하게 성실하게 일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옳았습니다.

우리에게 동업은 업무의 결합이라기보다 한 몸으로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는 말이 더 맞습니다. 각자 가지고 있던 돈 천 오백만원씩 출자해서 공동으로 통장을 만들고 함께 운영을 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주위 시선은 다들 부정적이었습니다.

동업은 아무나 하냐. 그거 잘 돼도 본전, 안 되면 바로 망하는 거다. 좋던 관계 다 깨지고 돈까지 날린다. 아예 시작도 말아라.

응원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충정어린 충고였고 맞는 말이었습니다. 다들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는 마음을 알기에 그래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한 번의 다툼도 없이 묵묵히 즐거운 자동차를 키웠습니다. 그 가운데 신입 딜러들을 키우고 둘의 자산도 키웠습니다. 선교사를 지원하는 일, 미자립 교회 헌금, 해외 선교사 후원을 했습니다. 사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문제나 갈등이 없다면 거짓말입니다. 아니 갈등과 문제가 될 만한 일은 반드시 생깁니다. 그러나 우리는 수많은 문제 가운데 놓인 갈등과 어려움을 서로 얼굴을 붉히기보다 의견을 존중하며 배려했습니다. 어려움이 생길 때는 늘 처음 마음을 간직하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박세종 부장은 꼼꼼하고 철저하며 세심합니다. 운영을 잘 합니다. 저처럼 덜렁거리고 대충하는 꼴을 못 보는 깐깐한 성실맨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박세종 부장은 어려운 형편에 혼자 독학으로 대학원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당시 지도 교수님으로부터 해외 유학을 제안받기도 하고 좋은 직장도 추천을 받았지만 캠퍼스 선교를 위해서 포기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중고차 딜러는 사기꾼이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실과 정직이 무기가 된다면 오히려 승산이 아주 높은 영업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두 분의 영업 철학이 담긴 에피소드 하나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세종 대표

2005년에 신형 2004년식 뉴아반테 XD 차량을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좋은지 춤이라도 추고 싶을 만큼 기뻤습니다. 남은 수입금이 15만 원이나 되었습니다. 차 한 대 팔아서 이렇게 많이 남으면 금세 벼락부자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다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인사하고 또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차를 사 가시고 며칠 후에 타이어 휠얼라이먼트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차를 갖고 오셔서 손 봐드렸더니 3~4만 원정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썬팅도 말씀하셔서 5만원, 또 감사하다고 털이개와 세차 물품도 사다 드리고 가실 때 3만 원정도 기름 넣어드렸더니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내 할 일을 다 했다는 만족감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차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서비스를 다 해드렸더니 나에게 돌아온 건 빈손이었습니다. 하지만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고객을 남기고 사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15년, 얼굴도 모르는 고객님이 소개를 받았다고 하시며 계약금을 넣고 무작정 차를 기다리십니다. 소개하신 고객님도 소개 받은 고객님도 우리를 무조건 신뢰하십니다.

15년의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그 역경의 시간을 지나 더불어 중고차 문화를 바꾸는 선순환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것이 우리에게도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박상용 대표

종종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 전 여성 고객님이 차를 의뢰하시며 담배 냄새 안 나는 차로 부탁 한다고 누누이 강조하셨습니다.

마땅한 차가 부산에 있어 기차표 예매 후에 계약금을 걸고 부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차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차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문을 열어 보고 순간 갈등이 생겼습니다. 고객님이 부탁했던 말씀, 담배 냄새. 그런데 실내는 깨끗한데 담배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부산까지 먼 거리를 KTX를 타고 계약금까지 걸었습니다. 차도 깨끗하고 담배 냄새가 확실히 나는 것도 아닌 차. 그런 경우 사실 대부분 차를 가져오게 됩니다. 중고차량이 새 차와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고객들도 알고 있기에 양심에 흠집날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차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시간과 경비가 들었지만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 차를 가져올 수가 없었습니다. 미련하다시피 한 저의 선택들이 결국은 좋은 결실을 맺었기에 그날도 훌훌 털고 대전으로 다시 올라왔습니다. 아마 그 차를 끌고 올라왔으면 오는 내내 너무 불편했을 겁니다.

 

‘박 부장 믿고 차사면 돼’

얼굴도 모르는 고객은 지인의 그 말 한 마디에 수백, 수천만 원을 입금하고 차를 기다린다. 코로나19로 다들 어려운 시기에 소개로 이어지는 고객들은 끊임없이 박 부장을 찾는다. 처음에는 그들도 전단지도 돌리고 명함도 꽂던 힘든 시절이 있었다. 10년 전 고객들이 다시 찾아와 오래된 그랜저를 타다 럭셔리 그랜저로 바꾸며 감사해하고 좋아하는 모습에 그들도 환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늘 좋을 수는 없다. 반드시 넘어야 할 산, 바로 A/S를 피해 갈 수는 없다. 항상 이 말썽 많은 A/S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큰 관건이다. 그런데 A/S를 분쟁으로 끝내버리면 다시는 관계가 형성되지 못한다. 성실하게 A/S를 해드리면서 간간이 손실도 있지만 고객의 편에서 일처리를 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고객에게 드린 정직과 믿음은 소개로 이어지며 오히려 고객에게 대접받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전국 팔도의 맛있는 음식은 다 맛보고 있다. 고객님들이 철마다 때마다 보내주시는 최고의 특산물은 감사와 더불어 더 성실한 딜러가 되겠다는 책임감을 또 낳는다. 때마다 선물을 보내주시는 것은 차를 타시면서 만족하셨다는 반증이라 업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진다. 신뢰가 만드는 선순환은 아름답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박 부장들이다.

 

청년들에게도 그들은 당당하게 권한다.

원하는 여건에 맞는 직장을 구하는 기다림의 시간도 필요하지만 젊음은 도전하는 것.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배우면서 내 길을 찾아가는 것을 강권하다. 즐거운 자동차에서 일을 배우는 청년들에게도 도착점이 반드시 중고차 딜러가 아니어도 된다고 말한다. 일을 배우는 과정 속에서 삶의 자세, 대인관계,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우면서

각자의 방향을 찾아낼 수도 있다.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고 망설이고 주저할 것이 아니라 발 벗고 나서서 다양한 경험 속에서 길을 찾기를 사회의 선배로서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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