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백의 복지이야기] 가정폭력

김동백 교수 승인 2020.07.10 13:59 의견 0

지난 6월 7일 강원도 원주에서 일가족 3명의 사망사건이 일어났다.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한데 이어 14세 아들의 몸에는 흉기로 인한 상처와 화상 흔적이 남아 있었고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은 아파트 1층 화단으로 떨어진 채 숨진 사건이었다.

이는 처음에는 남편이 아들 죽이고 부인과 동반 자살했다고 알려졌는데 이혼에 대한 보복으로 전부인과 아들을 살해하고 동반자살로 꾸민 것이란 게 밝혀졌다. 소방관이 이미 의식을 잃은 부인을 안고 뛰어내린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우리사회는 가정폭력에 대해 선정적으로 다루고 왜곡되고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가정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배제시키고, 그 성격을 사소한 부부싸움으로 만들어 가정폭력 문제를 개인 간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가정폭력은 개인 간의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의 생명을 뺏어갈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범죄 행위이고,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가 그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을 지각해서, 가정폭력 피해의 심각성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며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가정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환기시키고 변화시키는 데 우리사회가 한 부분을 담당해야 한다.

가정폭력의 발생은 대부분 사회경제적 약자인 아내·아동·노인에게 일어나고 있다.

요즘 매 맞는 남편이 늘고 있다는 보고도 있으나 가정폭력이 물리적인 힘이 아닌 권력관계에 의한 것이라고 볼 때 그 심각성과 정도는 아내구타나 아동학대에 비할 바 아니라 생각된다.

한국사회에서 아내 구타에 대한 통계는 연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결혼 후 남편에게 한 번이라도 구타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 조사가 최초로 행해진 한국여성의전화연구에서는 조사대상의 42.2%가 구타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정책연구원의 경우는 여성응답자의 45.8%가 남편들로부터 폭력을 경험했고 남성응답자의 50.5%가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가정폭력의 심각성은 폭력발생의 지속성과 반복성에 있다. 타인으로부터 당하는 폭력은 개인에게 있어서 일생에 몇 번을 꼽을 정도지만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그 지속성과 반복성으로 인해 피해자의 인성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가정폭력의 심각성이 나타나고 있다.

가정폭력의 지속성과 반복성은 피해여성과 아동에게 상당한 심리적 신체적 피해를 주고 있다. 폭력에 대한 공포감과 낮은 자아존중감, 상황에 대한 양가감정과 학습된 무기력에 시달리게 하며 원조자를 포함한 모든 타인에 대해 의심하게 되며 자기를 비난하고 현실을 왜곡하게 된다.

가정폭력의 또 다른 위험은 세대간 세습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 폭력 악순환의 고리를 갖는다는 데 있다. 한국여성의 전화 앞의 통계에 따르면 아내를 구타하는 남자의 51.21%가 아이들을 구타하고 있다. 아이를 구타하기 시작한 시기도 1살 이전이 17.2%로 훈육이나 교육의 명목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아내와 아이를 구타하는 남자의 성장배경 중 가정폭력이 있었던 경우가 50.6%를 차지하고 있어 가정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이 자라서 다시 가정폭력을 자행하는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상당히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동학대 방지에 대한 우리나라 유일한 법적근거인 아동복지법 제18조 제9항은 ‘자신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아동을 학대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라고 되어 있으나 아동을 학대하는 행위의 구체적인 규정과 범위가 모호하여 법적 구속력을 갖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피해자에 대한 가장 시급한 지원으로 긴급전화와 상담소의 설치가 있다. 또한 피해자들이 대피할 수 있는 일시 피난처가 필요하다. 취학 아동을 동반하는 경우를 대비해 아동의 학교문제 등이 해결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가정문제를 사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현재 상태에서 법제정은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적인 바탕을 마련하는 것뿐이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는 법적 보완으로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의 제정으로만 가정폭력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정폭력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성차별의식, 성역할 고정관념이 지양되어야 하며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의 변화와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가 있어야 한다.

가정폭력을 체벌이나 훈육의 의미로 정당화 하지 못하도록 하고 가정폭력의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홍보되어야 한다.

입법운동의 과정에서 사회의 의식개혁이 상당부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법을 제정해도 제대로 운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폭력을 가정사로 인식하는 문제는 경찰이나 검찰, 재판부, 의료인 등 관련단체나 관련자의 인식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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