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무의 쌈지경영] 할머니의 훈화

조병무 편집위원 승인 2020.08.07 16:02 의견 0

며느리와 함께 살며 설거지, 빨래, 청소를 거드는

시어머니는 3등 시어머니이고

가끔 김치나 반찬을 만들어 오는 시어머니는 2등 시어머니,

그리고 아예 찾아오지 않는 시어머니가 1등 시어머니라는

말이 요즈음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다른 것은 다 마음에 드는데 장남이라 싫다고?

그래 색시는 시집가서 차남부터 낳을 재주 있어?

그리고 젊어서는 나 편한 대로 하고 내가 늙었을 때

자식들이 그렇게 하면 그냥 안 둔다고?

아마도 하늘이 그냥 놔두지 않을 걸세.

이 봐 젊은이,

경로석이 무얼 뜻하는지 아시는가?

경우에 따라 노인이 앉는다는 좌석으로

속된 말로 늙은이는 찬밥이란 말씀이지.

아직은 우리 옛 예절이 조금은 남아있으니

앞좌석 몇 개라도 할애해서

경로석이라는 이름표라도 달아주지만

요즈음 변해 가는 모양새라면

아마도 젊은이가 우리 나이쯤 되면

경로석은 고사하고 늙은이가

양로원에서 쉬고 있지 왜 밖에 나왔느냐는

심한 눈총에 기죽어 있을 걸세.

요즈음엔 돈 없는 늙은이는 대우를 못 받아요.

그래서 눈감기 전까지는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지,

그래야 자식들이 끝까지 효도(?)하니까 말이야.

코 큰 사람들이 사는 나라의 어느 학자가

한국은 노인 어른을 안방으로 모시며

각 가정이 양로원으로 전 가족 전 마을 사람들이 웃어른을 모시니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습을 가졌다고 극찬했다고 하던데

이제는 옛날이야기가 됐지.

젊은이, 좋은 세월이 영원할 것 같지만

눈 깜빡할 사이에 백발이 온다네.

오는 백발 막을 장사 아무도 없지.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니 노후(老後)를 준비하게나.

색시도 젊은이도 모두 지팡이가 필요한 때가 온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가게나.

서울 아들 집을 찾아가시면서 주신 할머님의 말씀이

세월처럼 달리는 기차 안에서 자연의 섭리를 반추케 한다.

조병무 2020.7.17. 학부모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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