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자주보면 정이든다

김형태 박사 승인 2022.10.07 14:42 의견 0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안 보면 잊혀진다 (Out of sight, out of mind)”는 속담이 있다. 자주 보면 정든다는 말이다. 로버트 치알디니도 “우리가 어떤 대상에 익숙해지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대상을 좋아하게 된다”고 말했다. 1889년 3월 31일, 프랑스는 프랑스대혁명 100주년을 맞이해 열린 만국박람회의 기념 조형물로 에펠탑을 세웠다. 이 탑의 건립계획과 설계도가 발표되자 파리에 모인 화가 및 조각가들은 에펠탑의 천박한 이미지에 놀라워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탑 건립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1만 5000여 개의 금속조각을 250만 개의 나사못으로 연결시킨 무게 7,000톤, 높이320,75m의 철골구조물이 고전적인 파리의 도시 분위기를 망쳐놓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민들의 반발이 너무 거세자 프랑스정부는 20년 후 철거하기로 약속하고 건설을 진행했다. 탑이 세워진 후 시민 베를렌은 “흉측한 에펠탑이 보기 싫다”며 에펠탑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고, 소설가 모파상은 몸소 공원에 세워진 자신의 동상이 에펠탑을 보지 못하게 등을 돌려 세웠다. 에펠탑 철거를 위한 ‘300인 선언’도 발표되었다. 20년이 지난 1909년 다시 철거논의가 거세졌지만, 탑 꼭대기에 설치한 전파송출장치 덕분에 철거는 면하게 됐다. 그러면서 철거논의는 서서히 수그러들었다. 다시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엔 에펠탑이 파리의 상징이 되었고, 에펠탑이 없는 파리는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에펠탑은 더 이상 천박한 흉물이 아니며, 이제는 프랑스 국민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파리의 자랑거리가 돼 있다. 파리 시민들의 인식이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탑의 높이가 300m 이상이기 때문에 좋든 싫든 눈만 뜨면 에펠탑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그 탑에 정이 들기 시작했고, 에펠탑을 찾는 시민이나 관광객도 점점 늘어갔다. 2004년 1년 동안 에펠탑을 찾은 관광객은 무려 2,500만 명이나 되었으며 이는 프랑스를 세계 제일의 관광국으로 만들어 준 공로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을 ‘에펠탑 효과(Eiffel Tower effect)’ 또는 ‘단순노출의 효과(More exposure effect)’라고 한다.

처음엔 어색하고 낯설던 광고나 상표 이름도 반복해서 보고 듣다 보면 점점 익숙해지고 정이 들게 되어있다. 방송 출연 빈도에 따라 인기인이 되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TV앵커나 아나운서들이 정계(국회의원)로 진출하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낯익은 얼굴이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을수록 더욱 친해지는 것을 ‘근접성의 효과(proximity effect)’라고 한다. 자주 만나면 정이 들게 되어있다. 하지만 만날수록 싫어지는 사람도 있다. 초기(첫) 인상이 긍정적이거나 최소한 나쁘지는 않아야 근접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 일상생활에 이를 적용해 보자.

①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으면 자주 만나라.

② 되도록 가깝게 접근하라.

③ 그 과정에서 불쾌한 기분을 유발 시키지 말라.

한 번 만난 후 소식이 뚝 끊기면 인연이 맺어지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편지나 전화나 카톡이 오고 가고 해야 정이 깊어지고 호감도 생긴다. 그리고 교류하는 동안 실례나 무례함이 없어야 한다. 싫어진 사람은 접근할수록 더 싫어지고 마침내 혐오대상이 되기도 한다. 평소 전화 한 번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 돈을 빌려달라거나, 추천장을 써달라거나, 주례를 맡아달라고 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다. 평소 인간관계를 잘 관리하기 바란다. ‘던바의 수(Dunbar’s Number)’에 따르면 개인적 비밀을 털어놓을 친구는 1~2명,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친구는 3~5명, 내가 죽었을 때 심리적 충격을 받을 사람은 10~15명이라고 한다. 핸드폰에 적혀있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해 보기 바란다. 정말로 정을 느끼는 사람들인지.

저작권자 ⓒ 시사저널 청풍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