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환의 골프이야기] 골프 친 공무원 징계 이제 그만

육동환 편집위원 승인 2020.08.12 15:21 의견 0

한 번 손을 대면 뗄 수 없는 묘한 마력을 지닌 것이 골프라 하지만 골프 치러 가기 전날은 마치 초등학생 시절 소풍 가기 전날처럼 번번이 잠을 설친다. 잠자기 전 일기예보를 확인하고도 깊은 잠 이루지 못하고 한밤중 혹시나 비가 오지 않나 일기예보를 못 믿어 밖에 나가 하늘을 쳐다보고 비가 오지 않는 걸 확인한 후에야 안도감으로 잠자리에 든다. 평생 골프장에서 근무하고 있어도 그 느낌과 설렘은 뭐라 표현이 안 된다. 골프는 그저 즐겁고 황홀한 게임이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로 메뉴로 등장하는 게 공직자 골프금지령이다. 골프가 스포츠로 자리 잡고 이미 우리나라도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고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어 우리나라 여자 선수들이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해도, 골프를 단순한 취미 활동으로 보지 못하고 통제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도 총리가 제주도 골프장에서 골프하다가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적 있었다.

공무원 골프 금지는 마치 결혼하여 남녀 간의 애틋한 정을 아는 사람에게 공직자는 부부간 잠자리를 갖지 말라는 얘기와도 같다.

골프금지령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아직도 공식적으로 해제된 적 없어 그저 눈치만 보다가 권력기관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이 골프장에 나타나면 하나둘씩 그 숫자가 늘어나 암암리에 해제된 것으로 판단되곤 했다.

 

지난해 467개 골프장에 입장한 내장객은 골프장당 평균 7만 명, 총 내장객은 남한 인구의 절반 이상인 3천2백만 명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공직자가 골프 치는 것을 금지시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는 취미 스포츠 중의 하나가 된 골프를 정부가 규제한다 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독감이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우리나라도 경제회복에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스포츠도 즐기면서 체력도 회복하고, 경제 한파에 지친 스트레스도 풀며 적당한 소비를 늘리려면 골프를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골프장 내장객이 늘어났지만, 이는 그동안 해외에서 즐기던 골퍼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지방 골프장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골프장은 공직자들이 골프장 출입을 자제하면서 일반 기업인까지 골프를 꺼려 골프장 경영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최근 지방 골프장에서 공무원이 근무시간이 아닌 주말에 자기 돈으로 동료들과 골프를 했다는 이유로 직위 해제를 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골프계는 “왜 유독 골프와 관련해서 사건이 터지면 이를 징벌하고 사회적 환기의 잣대로 삼는지 모르겠다”면서 골프를 통한 징벌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제 골프는 엄연히 국민 체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고 대중골프장을 많이 건설할 수 있도록 육성해줘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골프는 엘리트 체육이 아닌 대중 스포츠로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아들, 딸과 며느리와 같이 계층을 따지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체격에 한계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다.

장신인 180센티의 위성미 선수가 미국 LPGA 개막경기인 SBS 오픈에서 준우승하였고 키 작은 장정 선수가 키 큰 선수들과 당당히 겨뤄 브리티시오픈 우승을 한 바 있다.

 

우리나라 출신 선수들이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낸 저력은 어릴 때부터 골프를 접하고 꾸준한 연습의 결과로, 이제는 규제보다는 구제를 위한 과감한 제도 개선과 규제 개혁을 통하여 골프를 발전시켜 대중 스포츠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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