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칼럼] 코로나 이후 소통의 변화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송은숙 승인 2020.08.12 15:25 의견 0

“외부에서 만나면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아요.”

“짧은 점심시간 동안만이라도 아동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학급에서 싸움이 줄어들고 있긴 해요.”

 

7월 초, 이제 겨우 3주 등교한 반 아동들을 지도하던 초등교사 친구의 말이다. 입꼬리와 눈가의 움직임을 보고 감정을 읽어 각종 상호 대응을 해야 하는 교사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코로나19가 다시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어 가는 상황 속에 신학기 초부터 원격수업을 진행하던 방식에서 현재는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시작하고 있다.

과연 마스크 착용은 인간의 소통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줄까? 20여 년의 교사 경력을 갖고 있는 필자로서는 단순히 시대에 따르는 방식이기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직 소통의 방법과 공감하는 방법을 배워가야 하는 유아 및 초등학생 중등학생들에겐 소통방법의 혼란이 오고 있다. 왜 혼란이 오고 있을까?

첫째, 입을 가리고 표정을 가린 채 노출된 눈과 이마로만 상대방과의 감정 교류가 원활해질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은 입장이다. 표정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감정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정을 짓는다. 인간은 말뿐 아니라 표정을 통해 희로애락을 드러낸다. 그런데 마스크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을 읽기가 어려워졌다. 런던 대학교의 레베카 브루어 교수는 “서로 친하지 않다면 소통은 더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둘째, 얼굴 반응에 따른 소통에 익숙한 우리의 뇌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들은 수백만 년간 상대방의 표정에 반응하며 대응하고 해결하며 살아온 유전인자 보유자들이다. 상대방의 표정에 반응하는 시간은 대략 0.025초 정도이다. 화상이나 비디오 영상으로 매개된 ‘비대면 소통’은 이 찰나의 공감을 끊임없이 방해한다고 한다. 화질이 실제로 보는 것보다 떨어져 섬세한 표정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며 전송 시간도 0.025초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인류는 코로나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기술의 발전에 따른 각종 로봇산업 및 무인화 자동화 산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어 이 분야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야기되는 사회적 문제 또한 준비해야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교육에 도입된 화상회의 시스템이다. 미래의 주역은 어린 자녀와 학생들이다. 문제의식 없이 원격수업을 늘려갈 때 학생들, 특히 아동과 청소년들이 공감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공감 능력은 소통능력과 뗄 수 없으며,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기본 토대가 된다. 시대적인 상황에서 오는 비대면 서비스로만 치부하고 밀어붙이는 것에 고민이 따라야 하는 이유이다.

소통을 연구하는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몇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한다.

첫째, ‘비대면’의 미래를 논하는 일은 ‘대면’의 현실을 개선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충분히 의사를 전달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신체적 반응에 대한 학습을 선행하려는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의 선행 후 비대면으로 가는 과정을 추천한다.

둘째, 주변의 공원이나 녹지지대를 개방하여 원활한 호흡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늘려야 한다. 신체적으로 자라나는 시기에 원활한 호흡의 시간은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소통의 훈련장이 될 수 있다.

셋째, 원격 등 비대면 서비스를 접할 때 누군가의 희생과 배려가 선행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주문을 통한 물건 주문은 택배를 담당하시는 분들의 수고로움이 전제되기에 이들에 대한 아름다운 배려들을 제공하려는 사회적인 관심과 행동과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넷째, 표정을 강조하고 제스처로 소통하는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 연극배우 캐롤라인 쉰은 대화할 때 “찰리 채플린 같은 무성 영화 배우들처럼 고개를 갸웃하고, 눈썹을 움직이고, 머리를 끄덕이라”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웃을 때는 입으로만 말고 눈으로 웃는 방법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상대방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

인류는 다양한 소통과 교감을 통해 발전하여왔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각종 SNS 소통 채널과 정당한 소통에 대한 피드백으로 민주주의도 발전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지금까지의 기본적인 소통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고 뇌의 혼란을 가져오고 있음을 인식하고 마스크로 얼굴 반을 가린 채 대화하게 된 상황에서, 우리는 소통의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신체적인 움직임을 더욱 정확하고 크게 하면서 소통을 시작해야 하고 명확히 인식하려는 따뜻한 배려가 더욱 필요하며 기다림의 미학도 넣어야 원활한 소통의 기본을 채울 수 있다.

요사이 아동들의 자전거가 온라인에서보다 오프라인에서 더 잘 팔린다고 한다. 잦은 사용으로 A/S까지 잘 해주는 집 근처의 가게를 선호한단다. 심신이 피로한 현대인들에게 맑은 공기와 나무와 꽃, 새소리와 물소리들은 위안과 건강과 소통의 교육장이 되고 있다. 폐쇄된 녹지공간의 개방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어른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푸른 자연 속에서 사회적 간격을 두고 스마트기기를 이용하여 공부하는 학생들의 사진이 눈에 띄는 여름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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