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아침단상] ‘가난한 이를 잊지 마십시오’

염홍철 교수 승인 2020.09.10 15:02 의견 0

가톨릭 교황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교황은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장애인들을 지나치게 강조 한다”고….

보수적인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러한 교황을

‘마르크스주의자’로 낙인을 찍기도 합니다.

글쎄요. 여기서는 ‘지나치게’에

방점이 찍힌 것일까요?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이 된 첫 순간부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말씀의 중심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3월 아르헨티나의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은

교황으로 선출되자마자

옆에 있던 동료 추기경의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마시오”라는 당부를 받아,

가난한 이들에 평생 헌신한

12세기의 이탈리아 사제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따와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선택했다고 합니다.

 

신자유주의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던 말이 ‘낙수효과’이론입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것을 정면으로 부정하였지요.

“낙수효과 이론은

컵의 물이 가득 차면 아래로 떨어지고,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물이 가득 차면 마술처럼 컵이 커집니다.

그게 반복되면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는

한 방울의 물도 떨어지지 않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 시절부터

“부자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서

중산층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수치스러운’ 불평등을 고발하였습니다.

 

장마와 태풍이 휩쓸었던 8월의 마지막 주말,

감히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비와 사랑의

권위를 빌어 가난하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 봅니다.

 

코로나와 이상기후가 사라지는 9월을 기대하며

이 아침, 서해안의 작은 섬을 향해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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