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칼럼] 인생사용 설명서에 자연을 담다

송은숙 승인 2020.12.10 16:45 의견 0

“오늘은 어느 코스로 달려볼까요?”

“갑사 신원사 코스로 갑시다요. 고 고~”

직장 따라 흩어져 살다가 매달 모이는 날이면 필자의 가족에겐 정해진 메뉴가 있습니다. 실컷 늘어져 자는 숙면, 그리고 맛난 집밥과 온가족이 함께하는 자동차 드라이브입니다.

2, 30대를 살고 있는 딸들은 커리어를 만들며 참 열심히도 생활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답게 낮엔 직장일 그리고 밤엔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위공부에 매진하는 것을 보면 인생의 경제학 이론에 딱 맞는 설계를 통해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평생 열심히 사는 것이 잘 살고 있다고 믿으며 자기학대에 가까울 정도로 일에 집착하며 살아온 주변사람들을 봐서인지는 아니면 효율적인 삶에 대한 성찰이 있어서인지는 모르지만 주말은 지쳐 거의 잠에 빠져 사는 자녀들을 보면서 언제부턴가 균형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집니다.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의 ‘브랜드 전략’ 수업으로 유명한 스콧 교수는 “경제적으로 성공하면서 개인적인 삶의 균형을 완벽하게 잡는 것은 거의 망상에 가깝다.”라고 말합니다. 커리어의 성공으로 오는 부의 증식은 훗날 돌아올 인생의 배당금이고 성공 행복을 높이는 조건들이기에 수긍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선 인생 선배로서는 행복한 삶과 균형 있는 삶에 대해서도 조금은 논리를 기술해 봅니다.

텍사스 A&M대학교 로버트 울리히 교수는 꽃이나 식물이 있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창의력에 차이가 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연구한 분입니다. 연구결과 꽃이나 식물이 있는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 아이디어 제안 건수가 15퍼센트 증가했으며 더 유연한 해결책을 내놓는 결과를 얻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로체스터대학교 앤드류 엘리엇 교수는 사람들을 초록색 환경에 많이 노출하는 것만으로도 문제해결력이 높아졌으며 창의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신체적인 건강과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는 결론도 나옵니다.

누구나 자연에는 자연스럽게 자연의 순리와 자연의 덕을 얻을 수 있다고는 합니다만 그래도 누리고 느끼고 만지고 호흡하는 가운데 만나는 지혜와 건강과 긴 호흡의 시선을 가지며 살아가길 원하기에 두 분의 연구 결과들이 힘을 실어줘 적극 권장하며 독려하는 중입니다.

걷기를 싫어하는 이들에게 자연의 풍성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온가족이 함께 드라이브를 하는 시간입니다.

대청호반길, 청남대 주변, 옥천 석호리 주변, 공주와 부여 구드래나루터 등등, 주변에 눈을 돌리니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게 되네요. 작은 공간의 차 안에서 울리는 음악은 정서의 허기를 달래주고 화의 배출구가 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서서히 자연의 변화와 아름다음에 감탄하는 눈을 갖게 되기도 하기고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삶을 성찰하는 시선도 갖는 딸들이 대견합니다. 그리고 자연의 균형이란 단어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며 시선의 힐링 시간이 됩니다. 자연은 자연스러움으로 변화와 경쟁을 알게 합니다. 그리고 순종도 좌절도 맞이합니다.

인생에는 각자의 사용설명서가 존재합니다. 자신들만의 인생 사용설명서를 다듬어 가는 시간들에 자연을 선물하고 싶었던 마음이 실행되어 기쁩니다.

이번 주는 어디로 드라이브를 가야할지 기대가 됩니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자연의 색감과 겨울을 맞이하는 자연들의 움직임에 대해 수다를 떨게 되겠지요. 가족 단톡방에 문자를 넣어 봅니다.

“딸들. 담 주 드리이브 코스 추천 부탁혀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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