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환의 골프이야기]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호황이었다.

육동환 편집위원 승인 2021.01.07 15:40 의견 0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국민과 경제가 꽁꽁 얼어붙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골프계는 호황을 누렸다. 타 종목보다 비교적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골프장은 골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는 우리의 생활과 행동의 변화는 물론 골프장의 문화까지 바꿨다.

아직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대비 약 15% 정도 내장객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최대 반사이익을 받은 곳 역시 골프장으로 ‘호황업종’이란 평가 속에 각종 이용료를 인상해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2008년 리먼금융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전국의 골프장 부킹난이 재현되었다. 이때문에 골프장 이용료와 각종 식음료 및 캐디피와 카트피가 인상되고 단체 부킹을 조건으로 1인당 3만, 5만 원 식대 옵션 골프장까지 등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2030 영리치 골퍼와 골프를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골퍼들이 대거 늘어나 골프웨어 시장과 중고골프 시장 또한 호황을 누렸다. 뿐만 아니라 골프회원권 역시 구입도 어렵고 회원권 가격도 20% 이상 오르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골프 경기 수는 다소 줄었지만 풍성한 기록이 쏟아졌다. 2020년 KPGA·KLPGA 투어의 인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KPGA 남자 골프투어는 11월 8일 막을 내린 ‘LG SIGNATURE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끝으로 총상금 94억 원, 11개 대회로 진행된 2020시즌을 마무리했다. ‘투어 14년차’ 김태훈(35)이 생애 처음으로 2020시즌 ‘제네시스 대상’과 ‘제네시스 상금왕’ 동시 석권에 성공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KLPGA 여자 골프투어에서는 최혜진과 김효주가 최고의 스타가 됐다. 최혜진은 3년 연속 KLPGA 대상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오래간만에 국내 무대에서 활동한 김효주는 상금순위 1위를 포함해 평균 타수 69.565타로 올 시즌 KLPGA 투어를 뛴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올 시즌 KLPGA 투어는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갤러리 입장을 제한한 탓도 있지만 올해 개최된 17개 대회 중 무려 7개 대회가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PGA에서는 임성재가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역대 한국선수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기록하며 한껏 국위를 선양했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미국 LPGA에서는 올해도 한국선수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김세영의 2승을 포함해 올 시즌 미 LPGA 투어에서 한국선수들은 박희영(ISPS 한다 빅 오픈), 박인비(ISPS 호주여자오픈), 이미림(ANA 영감)에 이어 12월 15일 김아림, 미국 무대에 처음 출전하여 US 오픈에 역전 우승하는 기염을 토해 우리나라 출신 선수 모두 5명이 6승을 수확했다. 현재까지 한국선수들의 미 LPGA 총 우승 횟수는 191승에 달한다. 200승까지는 9승만 남았다.

이러한 호재에도 불구하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골프장 이용료와 각종 부대비용은 ‘옥의 티’가 됐다. 특히 대중제라는 이름으로 고가의 골프장 이용료를 받는 일부 골프장들은 골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항상 논란이 되는 카트피 또한 골프장이 많은 팀을 받기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이면서도 사용 비용을 골퍼들에게 전가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골프업계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입에 달다고 골프장 이용료를 올리고, 카트 사용료와 식음료 비용을 고가로 책정하는 관행을 개선하자는 움직임이다.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진다면 모처럼 맞이한 골프붐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마무리된 2020년, 그나마 골프계는 반사이익을 통해 빈곤 속의 풍요를 보인 한 해였지만 2021년에는 코로나 백신과 치료약 개발로 해외 여행 제한 및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를 통해 골프장의 풍속도 변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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