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용 시사저널 청풍 명예회장 칼럼] 言論(언론)은 ‘言路(언로)’다

한평용 명예회장 승인 2021.03.08 15:52 의견 0

우리 속담에 ‘도둑맞으려니 개도 짖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과거 참여정부시절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졌을 때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을 향해 한 말로 유명하다. 언론을 두고 느닷없이 ‘개’로 비유하여 나 역시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당시엔 몹시 당혹했지만 ‘개’라도 짖어야 도둑놈을 쫓아내거나 대비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말에는 일단 수긍이 갔다.

그렇다. 원래 ‘개’란 놈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지한 한 녀석이 먼저 짖어대면 온 동네 개들이 따라서 짖어대기에 앞으로 닥쳐올 위험을 온 동네에 알리는 일등공신이다. 그래서 개가 언론이고 言論이 바로 言路를 여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론의 힘은 열심히 짖어대는 데에 있다.

제때 짖고 계속해서 짖고, 짖다가도 안 되면 물어뜯어서라도 알릴 것은 알리는 것이 言路를 여는 길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언론의 사명이요 존재 이유다.

언로가 막히면 세상은 암흑세계나 다름없다. 도대체 닥쳐올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 깜깜하기 때문이요, 동제 사람들이 위험을 느끼는 순간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들 중에 어디서 재갈이 물려졌는지 그리고 강제로 성대수술이라도 받았는지는 몰라도 짖지 않는 개들도 있고 주인의 명령에 따라 짖지 않는 배부른 개들도 있다. ‘관보’ 또는 ‘사보’는 그렇다 치더라도 권력의 앞잡이 노릇하면서 짖지 않는 똥개는 관제언론으로 낙인찍혀 결국 동네 사람들로부터 찬밥신세를 못 면한다.

언론은 여론을 집약하고 전문가들의 진단과 의견을 모아 독자들에게 알려 언로를 개척하는 것이 사명이다. 돈과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려면 더욱 열심히 짖어 대어 온 마을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우리 시사저널 청풍도 오로지 독자들만 바라보면서 공익을 위한 公器가 될 것을 기대한다.

항상 대안이 있는 비판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짖어대길 당부한다. 짖고 또 짖다가 배가 고파 쓰러져도 팔자소관으로 돌려버리고 시사저널 청풍이 言路만은 열어갈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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