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훈 칼럼] UCLG와 대전의 도시 전략

강대훈 회장 승인 2021.03.11 15:08 의견 0

강대훈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대전, 세종 공동회장

대전시 국제화의 기회, 2022년 UCLG 세계의 도시들이 온다

UCLG(세계지방정부연합)은 140개국 250,000여 도시가 참여하는 국제기구다.

대전시는 2022년 세계총회를 개최한다. 이때 5000여 도시 대표들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수행원, 관계자를 포함하면 93 엑스포 이래 가장 큰 국제 행사가 될 것이다. 엑스포 이후, 대전은 도시경쟁의 세계무대에 선수로 뛰어 본 적이 없다. WTA 같은 국제포럼은 주관했지만, 도시의 변화.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었다. 글로벌 도시경쟁 시대에 수천의 도시 대표들이 대전을 찾을 때, 대전은 우리의 문화, 기업과 산업을 알리고, 투자를 유치할 도시 마케팅 절호의 기회를 맞는다.

2022년 UCLG World 대전 개최 확정

도시 브랜드가 투자를 유인한다

지구촌 사람들은 알려진 도시를 여행하고, 시장 규모가 큰 도시에서 비즈니스를 한다.

투자가, 투자기관도 지명도가 높은 도시에 투자한다. 그래야 회전율이 높고, 다음 투자를 유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로나 시대에도 뉴욕, 런던, 싱가포르, 상하이, 도쿄 같은 도시는 불이 꺼지지 않는다.

파리시 명성에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파리 시민이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 혁신이 일어나며 시민은 높은 문화를 향유하고, 질 좋은 복지를 누릴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같은 미증유 사태에서도 도시를 중심으로 인터넷 트래픽은 급증한다.

대전의 도시경쟁 요소는 무엇일까?

역사를 보면 어떠한 감염병일지라도 결국에는 종식되었고, 팬데믹도 걷힌다.

인류는 다시 이동할 것이다. 사람이 왕래하고 도시가 교류하며, 시장을 키워나가는 것은 인류의 본능이다. 국가 행사로 격상된 UCLG로 많은 외국인이 대전을 찾을 것이다. 이때 대전은 무엇을 드러내고, 어떻게 주목을 받아 관광과 기업을 끌어 들리고, 투자를 유치할 것인가?

그러나 우리 대전을 객관화해보자. 이웃 도시와 지구촌 도시를 살펴보면 도시 발전을 위한 일을 대전시만 하고 있는 것일까? 대전역 개발에 69층을 올려도, 이런 마천루가 서울에, 두바이에는 없는가? 4차 산업 특별시 대전이 IT를 활용한 스마트시티를 만들려고 하는데 일본의 후쿠오카, 브라질의 쿠리치바는 손을 놓고 있을까?

창업도시 대전의 스타트업 타운을 산호세 실리콘밸리와 북경 중관춘에 비교한다면?

서울에 있는 구글 캠퍼스, 판교에 있는 네이버, 인천에 있는 국제기구가 왜 대전에는 없을까?

대전은 부산, 인천 같은 이웃 도시에도, 광저우, 심천같이 1000만 명이 넘는 중국 도시와도, 빌딩의 높이와 도시 규모로 경쟁할 수 없다.

상하이, 포동지구

개념의 승리, 93 엑스포와 과학도시의 탄생

엑스포 이전의 대전은 국토의 중심이었다. 시민과 대전시가 세계 108개 국가와 33개 국제기구, 국내 200여 개 기업이 참가한 엑스포를 잘 치러 냄으로써 과학도시로 부상했다. 엑스포 93일 동안 1450만 명이 관람했다. 대전이 첨단과학과 연결되었다. 이른바 과학도시 포지셔닝에 성공한 것이다. 포항은 철강, 울산은 자동차, 대전은 과학이 되었다. 대전을 차별화한 개념의 승리는 대전 발전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치를 주었다. 대전은 엑스포 이후 30년 동안 과학이라는 이슈를 선점한 덕분에 흐뭇하게 굴러갔다.

엑스포를 계기로 도시권력과 공간에도 변화가 생겼다. 둔산 신도시가 만들어졌고, 도심 축이 중구 충남 도청에서 서구 둔산 청사 쪽으로 이동했다. 이후 노은, 도안 신도시 개발이 진행되면서 서구와 유성이 커졌다. 도심의 이동으로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의 소득, 자산 가치의 격차는 벌어졌고, 문화 복지의 차이를 가져와 지역 정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도시 문제로 떠올랐다.

과학도시 마케팅과 시민문화

대전시는 과학부 시장으로서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혁신을 주도할 과학도시를 표방한 것이다. ‘과학도시 대전’은 좋은 슬로건이다. 반복을 계속하면 대중의 무의식에 침투하고, 그 구호를 지속하면 브랜드가 된다.

‘그런데 그 과학이 뭐 어쨌다고?’

다음 단계에서 오늘에 주제어에 대해 대답을 해야 한다. 과학으로 시민의 삶이 좋아지고 지역 경제가 돌아가는가? 과학도시 대전에 외국인이 창업하고 해외투자가 들어오는가? 과학도시가 지역 문화를 성장시키는 문화창의력을 가지고 있는가?

2022년 UCLG로 대전을 찾는 도시 대표들 가운데 나처럼 궁금증이 많은 사람은 물어볼 것이다. 과학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가?

대전역세권 개발 조감도


대전만의 가치를 찾자

도시경쟁의 시대에 매력 있는 명품도시가 되어야, 인구를 방어하고, 투자를 유치하며, 지속성장할 수 있다. 충청 메가시티도 정치주도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비슷한 역할의 의원이고, 자치단체장인데 누가 누구의 울타리로 들어가겠는가? 도시 중력은 산업경쟁력, 문화주도력으로 이루어진다. 멋지고 잘사는 도시가 되면 그 도시가 수도가 되는 것이다. 명품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도시품질이 좋아야 한다. 과학도시의 행정이 시민의 행복, 활기찬 경제, 생태건강에 녹아야한다.

실학의 눈으로 보면, 시민의 복리와 생활양식(라이프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 못하는 것은 공허한 것이다. 보행과 자전거 주행은 방해받지 말아야 하며, 탄소저감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때려 박듯 세우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와 콘크리트 단지가 과학도시의 모습이 되어서도 곤란하다. 도시에는 변이를 허용하고 실험적인 매력이 흘러야 한다.

과학도시라는 슬로건이 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며 계량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2025년까지 아시아 1등, 세계 3등 스마트시티로 진입한다.’라는 식이 아니면, 막연한 구호는 실체가 애매한 구호일 뿐이다. 도시발전, 더 나아가 도시의 승리를 위해서는 과학이라는 일반적인 개념 속에 대전만의 유일성(Just one, only one)을 찾아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청풍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