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장 권두 칼럼] 문화척도가 국민 수준이다

한평용 명예회장 승인 2021.05.06 16:18 의견 0

‘문화(culture)’란 단어를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구조를 뜻하며, 한편으로는 예술(art)을 문화의 한 부분으로 총칭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철학자들은 ‘문화만큼 어려운 단어도 없다’고 말했다. 영국의 문화연구자인 레이먼드 윌리엄스(1921~1988)는 ‘문화’를 영어 단어 중에서 가장 난해한 몇몇 단어 중 하나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화라는 개념은 광범위한 것 같다.

한동안 우리 언론에서 ‘문화력(civilizing influence)’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이는 국가와 국민들이 지닌 문화의 힘, 즉 위상과 능력을 뜻한다.

한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들이 행복하려면 올바르고 진취적이며 가치 있는 문화력을 지녀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국가 사회는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문화력을 지녀야 하는가. 대한민국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들이 지녀야 할 문화력은 또 무엇일까.

한평용 명예회장

오래 전 유럽을 방문했을 때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수준 높은 ‘문화력’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고색창연한 전통 건물, 그리고 밝은 얼굴의 시민들, 일 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열리는 음악회, 바로 행복하고 아름다운 문화예술도시였다.

비엔나는 범죄가 없다고 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심성이 이 같이 착한 도시를 만들었다. 소매치기나 때로는 흉악 범죄가 많은 주변국과는 대조적이었다. 비록 작은 나라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정감 있는 도시였다.

본래 독일 출신인 베토벤도 비엔나에 정착, 뼈를 묻었다. 세계적인 음악가가 된 것은 자신의 노력도 있었지만 그를 키우고 사랑한 비엔나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프랑스와 베토벤을 바꾸자고 해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베토벤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음악의 천재 슈베르트, 모차르트, 하이든, 요한 슈트라우스 등도 비엔나 출신이다. 이들은 평상시 아름다운 비엔나 숲을 거닐며 명곡을 창작해 냈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미래지향적인 문화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지방정부도 답습위주의 과거 정책이나 나태한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새롭고 혁신적인 역량을 창출해야 한다. 매력적인 새 브랜드를 창안하여 지역의 경제 문화발전을 이끌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 충남을 보다 아름답게 가꾸고 문화예술인들이 정착하여 세계적인 작품을 창작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 대전 대흥동에 문화의 거리가 있지만 이 고장 출신 예술가들의 흔적을 기억할 만한 곳은 하나 없다. 대전, 충남은 옛날부터 많은 문학가와 화가들이 배출 된 곳이다. 이 분들의 역사를 발굴하고 빛을 내 주어야 대전의 현대 문화예술이 살아나는 것이다.

멋진 커피숍이나 먹자골목도 좋지만, 이 고장 문인들의 문학관이나 화가들의 미술관, 프랑스 몽마르트르 같은 젊은 예술가 들이 모이는 거리를 만들어 전국의 애호가들이 몰려 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모색했으면 한다.

‘문화척도가 국민 수준이다.’라고 한다.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베토벤을 키운 아름다운 비엔나 시민들의 정신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미래 지향적인 대전·충남의 문화력 제고에 지혜를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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