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아침단상] 첫 번째 반성문

염홍철 편집위원 승인 2021.05.07 15:14 의견 0

제가 새마을운동중앙회장에 취임한 날은 2월 26일이니까, 아직 50일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찍 반성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새마을 정신을 이어오면서, 당면과제인 생명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그것은 전 세계적 관심사이고, 우리 정부에서도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하였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주가 됩니다.

취임 후 기후위기에 대한 빌 게이츠와 제러미 리프킨 등의 저서를 읽고, 정부, 연구기관 그리고 환경단체 등에서 조사한 기후위기의 현황과 통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였습니다. 이렇게 과학적 분석과 수많은 통계를 접하다보니 오히려 기후위기 시대의 삶에 대한 상상력이 빈곤해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빌 게이츠가 제시한 두 개의 숫자입니다. 하나는 510억이고 다른 하나는 제로(0)입니다. 매년 510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이것을 제로로 만들어야 하는 목표를 제시한 것입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요. 이것은 정부 정책과 기업경영, 그리고 과학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지구에 사는 모든 인류가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이런 캠페인에 대해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나, 머리로만 이해하기 쉽습니다. 차가운 이론과 통계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실천까지 도달하게 하는 데에는 힘이 모자라지요.

물론 새마을운동은 510억과 0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현실화하는데 적극적으로 힘을 합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여 더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기후변화를 주제로 쓴 소설을 발견하였습니다. 10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기후변화 시대에 사랑을 접목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통계 숫자를 뛰어 넘는 상상력을 자극하였고, 막연하게나마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얻는 것 같았습니다.

소설을 쓴 작가는 말합니다. “두려움만이 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좋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는 작가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짧은 근무 기간 동안에 첫 번째 반성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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