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태의 길벗 명리학] 사주팔자는 숙명(宿命)인가?

강경태 박사 승인 2021.05.10 16:21 의견 0

이번 호에서는 2가지 상반된 상담 사례를 먼저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한다.

단골고객이 친구와 함께 내방을 하였다. 단골고객의 친구는 나를 보자마자 “제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하고 말문을 열었다.

그의 사주를 살펴보니 입추(立秋)에 계수일간(癸水日干)으로 출생하였다. 가을 기운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가을에 자신을 만들어가는 기운을 얻지는 못하였다. 그러므로 타인이 만들어 놓은 것들을 내 것처럼 활용하면서 살아가야 할 팔자다. 즉 자신이 원하는 일을 전적으로 할 수는 없고 타인의 능력이나 지위를 활용해야 하므로 ‘대인관계가 필수’인 사람이다.

하지만 신약(身弱: 癸水日干이 뿌리를 얻지 못하여 독립심이 약함)하므로 대인관계에 의한 스트레스가 심하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열심히 하는 구조는 결여되어 있다. 분석하자면 그는 조직에 소속된 영업직이 천직인데,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심하고, 자신이 소원하는 바를 쟁취하는 힘은 부족했다.

“자네는 직업을 선택할 때 영업을 전문으로 해야 하네. 얼굴 생김새를 보아하니 그만하면 대인관계하기에 좋은 인상을 가졌군. 그래 현재 하는 일은 무엇인가?”

“현재는 보험영업을 하고 있습니다만 제 성에 차지 않습니다.”

“30대 중반이 넘었는데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하는가? 자신을 책임지는 삶을 만들어 갈 나이인데 시간 낭비를 많이 하고 있군! 시간 관리가 안 되는데 어떻게 꿈을 만들어가겠는가?”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하면 안 될까요? 제가 한때 돈을 왕창 벌었습니다.”

“자네의 사주에는 인성격이 재가 많아서 신약이 되었네. 즉, 직업능력을 만드는 것이 격(格)이며, 격을 위태롭게 만드는 기신(忌神)이 재성(財星)인데 이것이 너무 많아 직업이 수시로 바뀌어가는 구조라네. 잠시 돈을 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원래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네. 돈을 벌면 기부 등 좋은 일도 많이 하면서 살아야 된다네.”

그가 나를 응시하면서 “제가 대학교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면서 잠시 많은 돈을 벌었는데 모두 잃었습니다. 할 수 없이 보험영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물었다.

“자네는 윗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좋으니 어른들이 많이 좋아할 걸세. 또한 인맥활용도 좋으니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을 좀 더 개발하면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네.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얻으려 하지 말고, 타인이 원하는 것이 내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면 좋을 듯하네.”

이 명조(命造)는 자신이 약한 부분을 채워주는 운을 만나 잠시 발복(發福)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너무 과신(過信)하지 말고, 현실을 받아들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하게 개발하기를 권장하였다.

다른 사례로 공기업을 다니는 여성이 찾아왔다. 사주를 뽑아 보니 신태왕(身太旺: 자기 자신의 기운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에 관살약(官殺弱: 자신의 능력에 비해 과다한 업무를 기피하는 구조)으로 언제나 자신의 “할 일을 다했다”고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사주였다.

“요즈음 업무량이 너무 많아 힘들어요.”

“본인이 부족한 것을 개발시키고 활용하라는 대운이 들어왔으며, 이러한 일을 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가졌어요. 엄살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 남들은 이런 운이 없어 힘들어하는데요.”

“저는 적당히 직장생활을 하고 싶은데 왜 일이 점점 많아지는지 모르겠어요.”

“만약 이러한 대운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당신의 사주는 직업계발이 되지 않으니 허드렛일이나 하면서 살 팔자입니다. 대운이 이렇게 좋은데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되지 않겠어요?”

위의 두 사주를 비교해보면, 첫 번째 명조는 자신의 능력보다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기 때문에 현실에서 자신이 해나가야 할 일들에 대해 만족을 못하는 사주이다. 두 번째 여성은 좀 더 높은 곳을 향해 자신의 능력을 만들어 갈 수 있음에도 현실에 안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능력을 준비하여 운명을 개척하자

타고난 본성이 “대운이라는 환경을 인식하고 자신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깨달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숙명이나 우연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무책임하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운명은 자신의 능력을 잘 인식하여 자신에게 맞는 능력을 준비하였을 때 대운에서 그 쓰임이 드러나는 것이며, 이것이 독자적인 인생행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매우 궁금해 하는 질문 중에 “사주팔자는 숙명(宿命)인가?”하는 내용이다. 본론부터 말하면 개인의 인생을 숙명이라고 단정하기보다 내면에 존재하는 자신의 본성을 기반으로 주어진 환경과 세상을 인지하고 판단하면서 살아간다. 타고난 본성이 매우 중요하며, 자신에게 부족한 기운은 교육을 통해 채워나가야 한다. 만약 타고난 팔자가 숙명이라면 우리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게 된다. 이미 정해진 길이라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해도 안 되고, 노력하지 않아도 될 일은 되게 마련이라면 대체 사는 것이 무슨 재미인가?

사주팔자를 간명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본성을 기반하여 자신이 걸어가는 운(運)을 살펴야 한다. 내담자가 우연히 무슨 일이 잘되었다거나 잘못되었다는 경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우연(偶然)이란 뜻하지 않게 또는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말한다. 명리학(命理學)에서 볼 때 우연 또한 운(運)의 작용이 많다고 본다.

그렇다면 운은 어떠한 원리로 작용되는가? 명리학에서 운은 크게 대운(大運)과 세운(歲運)으로 설명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대운은 10년을 한 단위로 정하여 절기(節氣)를 표시해놓은 것과 같고, 세운은 1년을 한 단위로 정하여 일어나는 사건(事件) 등을 표시한 것과 같다. 대운은 계절의 순환원리와 같고 개인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맞이하는 환경적 조건과 같다. 세운은 그 계절에 자신이 해야 하는 일들이 순서대로 일어나는 것으로 환경적 조건 속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다.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다. 이것을 좀 더 쉽게 말하면 대운은 계절의 변화를 기운으로 표시한 것으로 마치 달력에서 1개월 단위로 바뀌어 가는 기운(氣運)을 문자로 치환(置換)한 것이다. 자연에서는 기운이 바뀌는 것을 온도와 습도라고 이해하면 좀 더 편할 것이다. 즉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따라 만물이 태어나고 자라는 것과 같이 인간 또한 만물처럼 돌아오는 계절에 맞추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것이다.

대운은 인간이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와 자연이 인간에게 베풀어 준 환경이며, 이 속에서 인간은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즉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며, 준비한 것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 인간이 노력할 부분이며 성취되거나 혹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부분을 사람들은 우연 또는 숙명이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우연이든 숙명이든 긍정적인 사람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해결책을 찾고 행복을 찾아내는 사람들이다. 어떤 순간에도 긍정과 부정은 공존하기에 순간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이다. 난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혹시 아는가?

《포레스트 검프》의 명대사를 소개하며 끝을 맺는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열기 전까지 무엇을 집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ing to 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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