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칼럼] 임신 중에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나요?

이은정 노무사 승인 2021.06.07 15:48 의견 0

노무법인 정음 공인노무사 이은정

늦어지는 결혼·출산에 따른 불임과 난임, 저출산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모양이다. 작년 말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수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였고, OECD국가 중 출산율 하락속도가 가장 빠르며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실제 출산소식은 아주 ‘뜸한 소식’ 중 하나가 되어 버렸고, 어쩌다 듣게 될 때는 누구랄 것도 없이 “당신들이 진정한 애국자”라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 때문인지, 필자는 종종 기업으로부터 “근로자가 임신 중인데 육아휴직을 먼저 사용할 수는 없냐”는 질문을 받아왔다. 보통 “임신을 어렵게 했는데 유산의 위험이 있다, 체력이 약해서 절대안정 해야 할 것 같다.” 혹은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몸이 벌써부터 무거워 쉬어야 할 것 같다.” 등의 내용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임신근로자 보호를 위해 <출산전후휴가 분할사용제도>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두고 있는데 왜 출산 후의 문제인 육아휴직을 임신 중에 고민하는 것일까.

<출산전후휴가 분할사용>은 임신근로자에게 유·사산의 경험이 있거나 유·사산의 위험이 있다는 진단서가 있는 경우, 연령이 만40세 이상인 경우에 출산전후휴가 90일 중 일부를 먼저 사용할 수 있는 제도이고,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은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근로시간을 1일 2시간 유급으로 단축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출산전후휴가 분할사용은 반드시 산후 45일이 보장되어야하기 때문에 실제 분할사용이 가능한 일수는 44일 이내이고,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유·사산의 위험 등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에도 임신 12주 이내 36주 이후에만 사용할 수 있고 근로제공을 전제로 하므로, 유·사산의 위험이 높아 절대적 안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다.

기업이 필자에게 육아휴직 사용이 가능한지 문의할 때는, 임신근로자의 개인 연차는 이미 소진하였고 기업에서도 규정상의 병가를 모두 부여하였거나 아니면 규정상 병가를 부여할 수 없는 경우이기 때문에, 출산 후의 문제인 육아휴직이라도 먼저 쓰도록 하고 싶다는 배려가 담겨있다.

그러나 육아휴직은 ‘만8세 이하 또는 초등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경우로 한정되어 있어 사실상 출산 전에는 사용이 어려워, 기업과 임신근로자 모두 난감한 경우가 종종 발생해왔던 것이다.

실제 작년의 국민청원 중, 임신기간 중의 육아휴직 사용을 요구하는 청원이 있었다. 청원자는 절박유산의 위험이 있어 회사에 병가를 신청하려 했는데 임신 중 컨디션의 잦은 변화로 회사규정에서 요구하는 연속 3주의 진단서를 발급받지 못했고, 결국 유산을 하였다. 이 청원자는 ‘내가 직장을 그만두지 않아서 유산을 하게 된 것이 아니었나’하는 자책감이 들었고 아이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달라며 임신 중 육아휴직을 주장하였다.

사실 임신 중 육아휴직 사용은 이미 논의가 되었던 제도이다. 고용노동부는 2016년부터 이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으나 번번이 통과되지 못했었는데, 드디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21년 5월 18일 법개정이 이루어졌다. 유·사산의 위험이 있는 임신 중의 근로자가 임신기간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총 기간은 육아휴직 범위(1년) 내이고 임신 중 사용한 육아휴직은 분할횟수에서 차감하지 않는 내용이다.

저출산의 문제는 결국 노동가능인구 감소와 연결되어 있다. 결국 이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임신·출산·육아가 부담이 아니라 행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개정사항과 같이 “행복한 육아”를 꿈꿀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의 꾸준한 개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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