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훈 칼럼] 충청권 메가시티를 위한 허브 전략, ‘허브’란 무엇인가?

강대훈 회장 승인 2021.06.11 16:35 의견 0
킹스크로스 역 King’s Cross railway station


킹스크로스 역, 영국 철도와 역세권

런던에 출장이 있다면 킹스크로스 역 근처에 호텔을 잡으면 편리하다.

지난 출장에서 킹스크로스 역 인근에 묵었던 이유는 킹스크로스 역이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역이어서가 아니었다. 런던과 영국, 유럽과 세계를 연결되는 허브이기 때문이다. 시민에게도, 이방인에게도 좋은 교통 연결성과 한 곳에서 일을 다 볼 수 있는 업무 복합지구는 돈과 시간을 줄여준다.

나는 런던을 기점으로 리오데자이네루로 비행을 했으며, 킹스크로스 인근에서 일을 보고, 킹스크로스 역에서 전철을 타고 케임브리지에 다녀왔다. 출장자에게 불필요한 이동 공간을 줄이면 여행 피로도 역시 줄어든다. 그래서 생기는 시간은 쉬거나 놀거나 할 수 있다.

킹스크로스 역 King’s Cross railway station 전면, 이미지 구글

킹스크로스 역 King’s Cross railway station 후면, 이미지 구글


그런데 킹스크로스 역이 미들랜드 본선의 시발역이자, 유로스타와 유라시아 철도의 종착역인 세인트판크라스 역과는 2차선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이 고색창연한 성곽 같은 판크라스 역은 히드로 국제공항 이용 여객과 얼추 비슷한 6,300만 명(연간)이 이용한다. 영국이라는 섬을 대륙과 잇는 역인 것이다. 이 한 지역에 있는 이 두 개의 역은 6개의 지하철 노선, 2개의 국철, 4개의 공항과 접근성을 공유하고 있다.

이미지, 구글, 세인트판크라스 역 St. Pancras railway station

서대전역, 대전시 허브의 상실은 대한민국의 손실

대전시는 100년 동안 국토중심의 교통 허브로 발전했다. 그런데 국토부와 국회가 서대전 호남분기를 생뚱맞은 오송으로 옮긴 것과 비교가 된다. 교통 중심 대전은 대전 시민에게만 아니라 대한민국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데, 호남선 분기를 오송으로 옮긴 이후, 국토 서쪽의 교통 체계는 이상하게 찌글어들었다. 셔츠의 단추를 한 번 잘못 꿰면 갈수록 어긋나는 것처럼 중부권 오송, 대전, 서대전, 세종, 공주, 익산이 이상하게 틀어져버렸다.

다시 런던 킹스크로스 역으로 돌아가보자.

한 지역에 교통수단을 밀집했다면 시내 교통을 이용하는 런던시민, 아일랜드에서 들어오는 UK 국민, 프랑스와 대륙에서 해저터널을 통해 들어온 관광객이 뒤섞일 텐데, 인근 유스턴까지 영국은 왜 이렇게 한 곳에 여러 역을 몰아넣었을까?

광역도시, 메트로폴리탄에는 도시 공항처럼 한 도시에 허브역이 몇 개씩 있다.

지난 대전의 경부선 대전역, 호남선 서대전역처럼, 런던의 허브역은 킹스크로스 외에도 패딩턴 역, 워터루 역 등이 있다. 놀라운 것은 역세권이 이용자 집객에 성공했지만 한국인의 체감으로는 혼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역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를 지하, 지상, 옥상으로 공간을 확대했고 걷기 좋은 보도, 자전거, 택시, 버스, 트램이 교차할 수 있는 교통 허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대전역, 국토 서남권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추’가 될 수 있었던 서대전역이 초라한 간이역이 되어 서 있다. 코로나 이후 대항해시대가 오면, 국토 서쪽 아시아의 허브를 꿈꾸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대전은 1936년부터 있었던 서대전역 철도 기능을 상실했다. 이미지 flickr

내포신도시, 충청남도의 맹주가 될 수 있을까?

충청남도는 2010년 ‘내포신도시’로 도시 명칭을 확정하고 2012년 도청사를 완공하여 대전에 있는 충남도청을 내포로 이전해 집무를 시작했다. 2021년은 혁신도시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내포에 가면 참 난감한 느낌이 든다. 서울은 아니더라도 고대 신라의 경주, 근세의 수원같이 중심 도시가 가지는 도시 설계의 틀이 튼튼하지 않다. 하늘에서 보아도 어디가 중심 축선인지 가늠하기 어렵고 생활과 문화, 비즈니스가 들어올 도심 공간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내포를 도청 소재지, 혁신도시로 지정하고도 기차역 하나 없다는 것이다. 충남도청 이전 당시를 회상하면 무엇인가 서둘러 대전을 빠져나간 느낌이다.

도청 소재지이며 혁신도시인 내포가 예산과 홍성을 확실히 품지 않는 한, 지금같이 홍성도 아니고 예산 발전에도 큰 도움 되지 않는 애매한 신도시가 될 것이다. 내포신도시가 오히려 KTX가 정차하는 천안·아산역을 품고 있는 아산, 천안과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 천안·아산역은 서울역, 부산역, 동대구역, 대전역, 광명역, 용산역에 이어 7번째로 탑승객이 많은 역이다. 현재 내포신도시 등록인구는 3만 명이 되지 않는 데 반해, 2004년 천안, 아산역 개통 이후 아산시 인구는 21만에서 33만으로, 천안시 인구 역시도 20만 명 수준에서 65만으로 증가했다. 교통허브가 됨으로 인해 파생하는 효과는 이렇게 폭발할 수 있다. 현대 도시 가운데 열차역이 없고, 교통허브 기능이 없는 곳이 도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볼 수가 없다. 시대의 세력을 지배하는 도시 공식의 기본은 철도와 강, 공항이다.

메가시티는 허브가 되어야 한다. 도시의 심장, 철도역

도시를 사통오달(四通五達)의 허브로, 허브를 도시로 만드는 생각 뿌리는 고대 로마에서 시작되었다.

로마는 병사 주둔지를 도시로 만들었고, 군사뿐이 아니라 교역의 시장, 서비스 경연장으로 만들며 지역을 혁신했다. 오늘날 유럽 국가는 과거 로마이다. 로마의 실용적이면서 통합적인 사고가 르네상스로 부활했고, 산업혁명을 통해 로마의 문화생명이 3000년을 지속하고 있다.

그 중심에 도시의 심장, 철도역이 있다.

유럽과 일본의 철도와 기차, 지하철은 도심에서 혁신이 발생하는 생산. 소비의 중심지이다.

지역에 교통의 허브, 강한 중심이 없으면 도시는 방만하게 도심이 퍼지는 도시 스프롤(Urban sprawl) 현상이 발생한다. 자동차 이동은 길어지고 탄소발생은 증가하며 도시 관리에 비용은 증가하지만 생활은 불쾌해진다. 비즈니스가 모이지 않으니 고용과 세수가 줄어 도시 전체가 슬럼화된다. 교통수단의 집약, 교통 허브는 영국 시민뿐 아니라, 나 같은 이방인을 편리하게 했고, 시간과 돈을 줄여 도시를 발전시킨다.

도시 스프롤(Urban sprawl), 이미지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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