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훈 칼럼] 대전의 공공 교통과 도시경영

강대훈 회장 승인 2021.07.09 15:22 의견 0

강대훈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대전·세종 공공회장

우에노 역이 교통 허브를 사수하는 이유

일본은 철교를 국가 기간망으로 발전시킨 철도 국가이다. 도쿄에는 철도와 지하철, 고가를 달리는 모노레일과 트램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수출 마케팅 현역 시절, 중소벤처기업부의 마케팅 위탁 사무인 ‘해외민간네트워크’ 일본 사무소를 현지인 마츠타 씨와 함께 수 년 이상 운영했다. 일본 출장은 100회 정도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1400만 인구의 도쿄가 가장 많았고, 한국 제품을 사주는 바이어들은 우에노에 있었다. 우에노는 교통이 편리하여 역 근처에 약속을 잡아놓고 술 한 잔 걸치기 딱 좋은 곳이다.

우에노 역은 모든 노선이 다 거쳐 가는 곳이다.

토호쿠 신칸센, 조에츠 신칸센, 야마노테선, 케이힌 토호쿠선, 우츠노미야선, 타카사키선, 조반선, 긴자선, 히비야선이 지난다. 북쪽 센다이를 가거나, 남쪽 후쿠오카, 나리타 공항으로 출국을 하더라도 우에노에서 출발할 수 있다.

도쿄 안에도 도쿄, 신주쿠, 이케부쿠로, 시부야 등 허브역이 없지 않은데 왜 우에노 역에 이런 노선을 다 집어넣었을까?

X
도쿄의 철도 노선도를 보면 일본 교통은 철도 중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 지도를 보자.

X


우에노가 있는 다이도쿠는 도쿄도의 23개 특별구 가운데 면적이 가장 작다.

지리상 다이토쿠가 도쿄의 중심 지역이기는 해도 도쿄의 경제 문화 중심은 도쿄역과 황궁이 있는 마루노우치의 비즈니스 복합지구이다. 서울로 치면, 시청과 광화문, 세종로 일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새벽 도매시장이 있는 상권 일등 동대문 같은 도쿄의 지역은 어디일까?

바로 우에노이다.

도쿄는 도쿄 역세권, 우에노 역세권 등 전통적인 강세 지역의 도심 규제, 높은 지가를 피해 도심이 신주쿠, 아키하바라, 이케부쿠로 등으로 다극화되었다. 젊은이들은 하라주쿠로 가고, 샐러리맨과 도쿄 도청은 신주쿠로, 오피스는 이케부쿠로로 달아났다. 우에노, 점점 쇠락해지는 늙은 도시, 허름하고 추레해도 별로 눈에 뜨지 않는 구도심은 노숙자의 안신처가 되었다.

지가가 올라 세입자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젠틀리피케이션의 반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다이토구와 우에노 상권은 어떤 결심을 해야 했다. 우에노 역 노선을 강화하여 우에노 역을 지키는 것이다. 우에노 역을 통과하거나, 우에노에서 시작하거나 종차하는 토호쿠 신칸센, 조에츠 신칸센, 야마노테선, 케이힌토호쿠선, 우츠노미야선, 타카사키선, 조반선, 긴자선, 히비야선을 포기할 수 없었다.

X

기울어지는 도시를 지키고 세력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역을 플랫폼화 하는 것이다.

역은 기차뿐이 아니다. 트램, 버스, 택시, 자전거, 심지어 걷는 것까지 모든 운송 수단과 상업의 플랫폼이다. 그 역세권을 교통과 비즈니스의 허브로 만드는 것이었다. 한 지역이 교통 허브가 되면, 도심 컨벤션이 들어서고 강력한 상권이 형성된다.

철도와 도시 경영

도시의 인구 감소와 산업의 쇠락함을 막는 도시 방어, 미래를 위한 도시 개발의 일선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거버넌스는 지역 상인회, 조합들이 공동 실행 위원회를 만들어 수비와 공격의 주체가 된다. 이런 방식은 관 주도의 한국과 사뭇 다르다. 여기에 일본 철도 회사의 경영 전략은 한 몫을 한다.

일본 주식 시장에 상장한 철도 사업자는 JR 동일본부터 23개사, 장외 3개사,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철도 14개사, 공항과 도심을 오가는 공항철도를 운영하는 케이세이부터 도쿄 메트로까지 15대 기업형 사철(민간 철도)이 있다. JR동일본에도 게이힌도호쿠선(京浜北線), 야마노테선(山手線), 죠반선(常磐線), 쇼난신주쿠라인(湘南新宿ライン), 주오선(中央線) , 주오소부선(中央総武線) 등이 있다.

이들 회사는 서로 다른 차량을 운행하며, 승객을 끌기 위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일본 출장에서 하나하나 기차와 전철을 바꾸어 타면서 철도 인프라와 서비스 수준, 상권 배치 같은 역세권을 경영하는 솜씨를 비교해 보는 것은 재미가 쏠쏠하다. 일본의 철도 회사는 운송 사업자이면서 역세권을 개발·운영하는 부동산 개발회사이기 때문에 지역을 보는 관점과 거점 지구의 전략이 다르다.

X
우에노 역 인근 상가

공공 서비스, 좋은 경쟁은 좋다

철도를 두고 한 나라에 이처럼 많은 공영, 민영, 지자체가 경쟁을 하기 때문에 철도 산업은 발전한다. 경쟁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찾게 하고 서비스를 좋게 한다. 만약 세상에 과자 공장이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맛없는 빵을 먹게 될 것이다.

한국의 LH공사도 토지와 주택을 별도로 담당했던 기관을 이명박 정부는 통합했다.

그러지 않아도 주택공사는 50년 이상 판에 박은 국민주택 주공아파트를 양산했고 토지공사는 같은 형식의 산업단지와 지루한 신도시를 복사했는데, 이것을 합쳐서 권력은 거대해졌고, 서비스는 실종했다. 독점으로 국민의 선택권은 좁혀졌고, 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은 70년대 교복처럼 획일화되었다. 나였다면, 국민을 대상으로 사업에 거대 공공 기업은 몇 개로 더 쪼개서 경쟁을 시켰을 것이다. 공정한 경쟁은 가격도 서비스도, 시민과 나라, 모두에게 좋다.

도쿄의 선택, 신도시 오다이바와 신바시 역의 역할

도쿄는 에도시대부터 수도가 된 고도이다.

오래된 도시는 보수하고 정비도 하지만 재창조해야 한다. 그래야 도시 생명을 이어간다 도쿄의 선택은 도쿄만을 메워 신도시 오다이바를 만드는 것이었다. 도쿄 미나토구와 오다이바를 800m 현수교 레인보우 브리지로 연결하고 최대급 컨벤션 빅사이트를 건립했다. 인공섬 여유로운 부지에 후지TV 본사, 도요타 자동차 쇼룸, 메가웹 등 새로운 랜드마크가 들어오고, 멋진 업무 지구가 만들어졌다.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 막부를 열어 400년 이상 수도로 사용하고 있는 고도에 멋진 인공섬 프로젝트는 일약 젊은 활기를 몰고 왔다. 관광객은 끊이지 않고 세계적인 컨벤션이 열린다.

X
레이보우 브릿지로 연결한 인공섬 오다이바

X
오다이바에 연결하는 레이보우 브릿지


신바시 역은 첨단 모노레일 유리카모메를 타고 오다이바로 진입하는 도쿄 내륙의 시발역이다.

도쿄에는 하루 평균 2백만 명의 이용객이 넘는 5개의 허브역(신주쿠, 이케부쿠로, 시부야, 우메다, 요코하마)이 있는데, 신바시는 도쿄의 변방이다. 그러나 신도시 오다이바를 연결하는 모노레일의 시초역이 되고서 자신을 중심으로 교통망을 설계할 수 있는 허브역이 되었다.

X
오다이바에서 출발한 무인 모노레인 유리카모메가 신바시 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미지, Wikimedia Commons

다가오는 2022년 민선 8기, 대전 트램과 다원화하는 공공 교통

대전도시철도공사 지하철 1호선과 지상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성격이 다르다.

작지만 강한 별도의 회사로 운영하면 좋겠다. 이렇게 대전의 공공 교통에 지하철, 트램, 버스가 서비스 경쟁을 하게 한다. 시민은 자신에게 좋고 편리하고 쾌적한 수단을 골라 탈 수 있다.

대전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민간 기업이었다면 1호선 구간의 22개 정류역 지하 공간을 그렇게 허전하게 놀리지 않을 것이다. 서울지하철, 홍콩지하철, 일본 지하철을 보라. 금보다 수익률이 놓은 지하 환승 공간을 역세 개념 없이 단순한 노선 운영만 하지 않을 것이다. 차량을 오고 가게 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할 수 있다. 도시 경영은 예산을 받아쓰는 것, 그 이상을 해야 한다.

X
외국인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쾌적한 대전의 버스. 노선, 편리성, 방역 준수 등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메가시티, 다핵도시는 무엇인가?

한 도시에 공항이 몇 개나 있는 것처럼 허브 역도 몇 개씩이나 있다.

도쿄 23개 구에 60만 명씩 집거하는 도심들이 있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구 1400만의 메가시티가 되었다.

그 중심에 철도가 있다. 도쿄의 환상 철도인 UR 야마노테선을 중심으로 1도심, 7부도심의 다핵구조이다. 도쿄는 우에노와 시부야, 신주쿠 역세권의 물은 확연히 다르다. 각 지역의 도심은 도쿄 전체의 부도심이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지구를 탄생시킨다. 전통의 긴자도 있지만 전자타운 아카하바라도 만드는 것이다. 도쿄 안의 중핵 도시인 지역 역세권역의 상인조합과 철도회사, 개발사 등이 지방 정부와 함께 도심을 끝없이 정비하고 개성 있게 발전시킨다.

서울도 1도심, 5부도심, 11지역 중심, 53지구 중심이라는 다핵 구조를 갖고 있다(도시 경영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강남과 강북이 있고 강북에도 시청(광화문, 종로), 영등포, 용산이라는 다핵이 있다. 모두 도시 철도와 연결되어 있는 강력한 허브들이다.

다음 호 칼럼을 기대하며 간단한 질문을 한다.

대전은 어떻게 교통 허브를 만들고, 어는 곳이 균형 발전을 위한 다핵이 될까?

저작권자 ⓒ 시사저널 청풍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